[전문가 칼럼] 배터리, ‘충분한 용량’이란 게 존재할까?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지금 여러분이 쓰시는 휴대전화엔 얼마나 큰 배터리가 들어 있나요? 삼성전자 갤럭시 S6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 내 ‘스펙’ 란을 보면 표준 배터리 용량은 2550mAh로 나옵니다. 이게 어느 정도 용량인지 알고 싶다면 같은 페이지에 친절하게 병기된 사용 예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3G에서 인터넷은 10시간, 와이파이(Wi-Fi)론 12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돼 있네요. LTE에선 11시간 동안 인터넷을 쓸 수 있다고 하니 상당한 용량인 건 틀림없습니다.
배터리 욕심, 생리적 욕구보다 우선한다?
휴대전화 속 다른 기능에 비해 배터리는 유독 박한 평가를 받습니다. 늘 “이걸론 부족하다”는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죠. 그런데 사람들이 남긴 데이터를 가만히 살펴보면 배터리는 ‘불안감’과 연결됩니다.
지금 제가 타고 있는 KTX 산천 열차 좌석엔 전원 콘센트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는 2시간 남짓이면 이 칼럼을 완성할 수 있는데요. 미처 충전하지 못한 채 들고 탄 랩톱으로 원고를 작성하려면, 그리고 완성된 원고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려면 배터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순간, 배터리 용량이 절반도 채 남지 않으면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옵니다. 그건 단순히 ‘숫자’ 이슈가 아니죠.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H. Maslow, 1908~1970)는 잘 알려진 ‘욕구단계설’에서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엔 그 아래 필수적인 두 단계가 더 존재한다는 내용의 속칭 ‘짤방’이 돌아다닙니다. 1단계 바로 아래가 ‘와이파이’, 가장 아래쪽 단계가 ‘배터리’입니다.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슬로 욕구단계설을 대입한 짤방도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선 직업이 필요하다”며 링크드인(LinkdIn)을, “소속감과 애정 욕구 충족에 딱”이란 이유로 페이스북(Facebook)을, “자신의 주장을 대중에게 펼칠 수 있어야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 트위터(Twitter)를 각각 대입하는 식이죠. 자아실현 욕구가 들어갈 자리엔 워드프레스(WordPress)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창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나요? 첫 번째 짤방의 논리에 따르면 여기서도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와이파이나 배터리는 ‘필수 요건’이 될 겁니다.
‘고속충전’ 기능이 시장서 각광 받는 이유
위 두 ‘짤방 사례’는 현대인에게 와이파이나 배터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때문일까요, 우린 일상에서 배터리 용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슬슬 초조해합니다. ‘한 시간쯤 동네 산책 해볼까?’ 싶다가도 스마트폰 잔여 배터리가 ‘3%’쯤으로 기록되면 금세 그 의지를 꺾어버리곤 하죠. 배터리의 위력입니다.
새벽 3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술 취한 채 돌아와 곧바로 침대에 쓰러지고 싶어도 휴대전화 충전만큼은 잊지 않는 상황을 떠올리면 배터리 문제는, 굳이 따지면 ‘이성(이나 감성)’보다 ‘본능’에 더 가깝게 연결돼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혹 이런 본능마저 놓쳐버려 이튿날 아침, 방전된 휴대전화 앞에서 망연해지는 참사를 겪은 적 없으세요? 삼성전자 갤럭시 최신 모델의 ‘고속충전’ 기능은 바로 그럴 때 기대 이상의 안도감을 선사합니다. ‘15분 샤워’ 도중에도 쓸 만한 수준으로 배터리 잔량을 높여주는, 말하자면 ‘최후의 보루’인 셈이니까요. 휴대용 충전 케이블 같은 대안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죠.
이렇게 볼 때 스타벅스커피 매장 내 좌석마다 설치된 충전 소켓은 ‘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낙타를 몰고 사막을 건너는 이들은 오아시스에서 자신의 목도 축이지만 낙타에게도 물을 먹입니다. 스타벅스커피 매장을 찾는 고객도 마찬가집니다. 커피로 자신의 목을 축이는 한편, 과도한 사용으로 지친 휴대전화와 랩톱에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제공하려는 거죠. 결국 스타벅스커피 측의 이 같은 배려는 단순한 매출 신장을 넘어 긍정적 브랜딩 효과로 작용하게 됩니다. (아마 스타벅스커피 경영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 사용자 관심사, ‘화질’서 ‘배터리’로
휴대전화가 점차 ‘스마트’해지고 초고속통신이 4G를 넘어 그 다음 세대로 진화하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좀 더 오래, 좀 더 복잡한 작업(이를테면 동영상 시청과 같은)을 휴대전화로 수행하게 될 겁니다. 그 과중한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배터리 용량은 더더욱 커져야겠죠. 하지만 배터리는 휴대전화 크기나 무게와 정비례하므로 용량을 마냥 늘리는 게 대안일 순 없습니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 제조사(와 그 친구들)는 무선충전 기능이나 대용량 배터리, (‘파워뱅크’로 불리는) 외장 배터리 따위로 배터리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애씁니다.
그런데 ‘충분한 배터리 용량’이란 게 과연 존재할까요? 아무리 큰 용량이라 해도 언젠간 다 소진됩니다. 그러고 보면 배터리는 돈과 꽤 많이 닮았습니다. 월급날이 다가올수록 바닥을 드러내는 통장 잔고가 주는 불안감은 결코 월급의 많고 적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월급이 ‘기본적으로 생활 가능한’ 수준으로 제공돼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늘어난 월급만큼(혹은 그 이상) 소비가 늘어나면 아무 소용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 생기는 불안감을 없애려면 ‘급전이 필요할 때 손 벌릴 수 있는 부모나 친구’의 존재가 더욱 절실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말해 중요한 건 배터리 용량의 절대적 크기라기보다 ‘언제든 충전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입니다.
‘배터리 용량 개선 기술 개발’보다 중요한 것
배터리 용량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곳까지 닿을 때, 그리고 사람 감정을 배려하는 일까지 해낼 때 소비자는 더욱 감동합니다. 이를테면 ‘언제 어디서나 충전 가능한 환경’을 삼성전자가 구축해보는 건 어떨까요? 수 년째 전 세계 공항 평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공항 곳곳엔 공항 이용객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충전소가 있습니다. 이런 충전소를 전 세계 곳곳에 만들어 제공한다면 배터리 방전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은 자연스레 해소되지 않을까요? 몇몇 국가의 공항이나 대학 등에선 이미 시행 중인 걸로 알고 있지만 보다 큰 규모로, 보다 촘촘하게 확장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전 세계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 시장을 수십 년간 지배하고 있는 인텔사(社)는 자사 CPU의 한계를 넘어서는 제품 제조 기업(이를테면 게임 회사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더 강력한 CPU’를 필요로 하도록 관련 생태계(eco-system)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겁니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 곳곳에 우리나라 기업 로고가 박혀 있다면 어떨까요?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과 청량감을 그 로고에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추신.
노파심에서 말씀 드리지만 혹 ‘우리 회사 제품 구매자에게만 충전을 허락하는 게 우리 고객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누군가에게 건넨 사랑이 곧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이용자 모두가 우리와 같은 종(種)인, 두 번 현명하다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인 걸요. 같은 종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대인배 정신’은 언젠가 더 큰 사랑으로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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