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올해 IFA로 짚어본 글로벌 전자산업 키워드 3
김학용 부산대 사물인터넷산학협력단 교수
지난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선 TV∙냉장고∙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가전 제품(consumer electronics)의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15’가 열렸다. ‘소비자 가전 전시회’라고 하면 대부분은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떠올리지만 IFA는 CES보다 40년 가까이 앞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 가전 전시회다(IFA와 CES의 최초 전시 개최 연도는 각각 1924년과 1967년이다).
실제로 △‘배불뚝이 TV’란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음극선관(CRT) TV △파울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1897~1945) 나치스 정권 당시 독일 선전장관의 요청으로 제작된 ‘국민 라디오’(모델명 ‘VE 301W’) △테이프 리코더 ‘마그네토폰(Magnetophone) K1’ 등이 전부 IFA에서 처음 소개됐다. 매년 IFA에서 공개되는 제품에 대한 기대가 뜨거운 건 그 때문이다.
▲IFA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음극선관 TV(왼쪽 사진)와 ‘VE 301W’ 라디오
[키워드1_스마트]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청사진 제시
이번 IFA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스마트’와 ‘중국’, 그리고 ‘UHD TV’였다. 먼저 스마트. 여기서 말하는 스마트란 △스마트홈△스마트폰 △스마트 리빙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 등을 총칭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단연 한국 기업이었다.
삼성전자는 IFA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독립 전시장을 마련, 한층 진화한 스마트홈과 원형 스마트워치 ‘삼성 기어 S2’(이하 ‘기어 S2’)를 선보이며 IoT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제품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건 IoT를 최초로 본격 적용한 ‘슬립센스(SleepSense)’였다. 슬립센스는 침대 매트리스 밑에 붙인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에어컨이나 조명 등의 가전 제품과 연동시켜 숙면을 돕는 기기다.
▲삼성전자가 올해 IFA에서 공개한 ‘슬립센스’는 ‘IoT를 본격 적용한 기기’란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슬립센스를 비롯, 삼성전자가 선보였거나 선보일 스마트 가전 제품들은 ‘스마트싱스 허브(SmartThings Hub)’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스마트싱스 허브는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해 기기 간 연결과 제어를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카메라와 연결돼 집안 곳곳을 영상으로 촬영, 확인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제품들을 통해 ‘일상에 녹아든 IoT’란 메시지를 더욱 확실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기어 S2 역시 큰 관심을 모았다. 원형 디자인에 회전 베젤을 채택한 이 제품은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직관적 사용자 경험(UX)을 동시에 제공하는 스마트워치”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베젤을 왼쪽(문자 메시지나 전화 등 알림 확인)이나 오른쪽(자주 사용하는 위젯에 접근)으로 돌리는 동작만으로 주요 기능을 대부분 사용할 수 있는 점, 티머니 교통카드 기능 등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점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 제조사 밀레(Miele)는 ‘밀레앳홈(Miele@home)’과 ‘스마트 스타트(Smart Start)’를 공개했다. 밀레앳홈은 IoT를 기반으로 가전제품 간 네트워크 연결성과 기기 간 호환성을 향상시킨 스마트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일컫는 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세탁기∙의류건조기∙식기세척기 등 자사 가전제품의 작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 스타트는 일종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다. 일기 예보 결과를 바탕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하고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가전제품을 작동하게 해줘 에너지 절감을 돕는다.
한편, 지멘스(Siemens)나 보쉬(Bosch, 이상 독일) 등 다른 유럽 가전 업체들도 ‘홈커넥트(Home Connect) 2015’ 등 IoT 기능을 확대한 제품과 솔루션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특히 중국 기업 하이얼(Haier)은 자사 제품으로만 구성된 스마트홈 부스를 선보이며 주목 받기도 했다.
[키워드2_중국] 616개 기업 참가해 점유율 37.4% 차지
올해 IFA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두 번째 키워드는 ‘중국’이다. 올해 IFA에 참가한 중국 기업 수는 모두 616개였다. 총 참가 기업 수(1645개, 100여 개국)의 37.4%에 해당한다. 미국(3.4%)과 한국(3.3%)은 물론, 개최국인 독일(23.7%)보다 높은 비중이다. 중국 기업의 약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IFA에서 가장 주목 받은 중국 기업은 단연 화웨이(Huawei)였다. 화웨이가 이 자리에서 새롭게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S(Mate S)’는 터치 강도를 지능적으로 감지하는 ‘포스터치(Force Touch)’ 기술과 다양한 형태의 지문인식 방식을 지원하는 ‘지문인식 2.0’ 기술을 탑재, 호평 받았다. 화웨이는 아날로그 시계의 외형을 꼭 빼닮은 스마트워치 ‘화웨이워치’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올 IFA에서 화웨이가 첫선을 보인 ‘메이트S’ 스마트폰과 ‘화웨이워치’ (사진 출처: 화웨이 공식 홈페이지/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세계 1위 PC업체’ 레노버(Lenovo)는 사양이 각기 다른 7종(種)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태블릿을 선보였다. ‘원형 스마트워치의 시초’ 격인 ‘모토 360’을 개선, ‘모토 360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카이워스(Skyworth)는 HD TV보다 8배 뛰어난 화질을 갖춘 8K TV와 4K OLED TV를, TCL은 110형 곡면 UHD TV를 각각 선보였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체 전시관을 40%가량 점유하며 양적으론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딱히 창의적이거나 관람객의 이목을 끌 만한 제품은 많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것.
[키워드3_UHD TV] ‘성장률 197%’ 시장 전망 재확인
올해 IFA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한 제품은 단연 UHD TV였다. 기존 TV에 비해 밝고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UHD TV는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세계 TV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8%나 줄어드는 등 침체기를 겪었지만 그 와중에도 UHD TV는 19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UHD TV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매년 평균 61%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나노 크리스털’ 기술을 적용한 SUHD TV 41대를 배치하며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SUHD TV는 기존 UHD TV보다 빛 표현 범위가 2.5배 넓어 밝은 부분은 한층 밝고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어두운 부분에선 전력 사용을 최소화해 소비 전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개월 남은 CES 2016가 보여줄 가전 산업의 미래는?
IFA 2015는 “참여 기업 수나 거래 실적 규모 측면에서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크고 화려한 외형과 달리 세계인의 감탄과 환호성을 자아낼 만한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한편에선 “다소 맥이 빠지는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 가전 산업의 화두가 ‘IoT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홈 구현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올해 IFA는 분명 그 의미가 뚜렷한 행사였다. IFA 2015에서 확인된 이 같은 방향성이 2개월 후로 다가온 CES 2016에선 어떻게 구체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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