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패블릿? 그게 왜 필요하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여러분, ‘패블릿’이란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영어론 ‘phablet’이라고 쓰는, 묘한 단어입니다. 위키피디아로 검색해보니 ‘휴대전화(mobile phone)’와 ‘태블릿 컴퓨터(tablet computer)’의 합성어로 ‘대(大)화면 휴대전화를 지칭한다’는군요.
IT 트렌드에 밝은 분에겐 익숙하겠지만 일반인도 쓰는 말일까요? 일반적으로 한 단어가 얼마나 널리 쓰이는지 알아보려면 일명 ‘구글신(Google神)’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간단합니다. 구글에서 ‘스마트폰’이란 키워드를 입력하면 3600만 개 이상의 문서가 검색됩니다. 반면, ‘패블릿’이란 단어가 포함된 문서는 37만 개 남짓이네요. 100분의 1 수준입니다.
이 같은 결과는 결국 패블릿 같은 단어가 휴대전화·부품 제조사나 업계 전문가 사이에서 제한적으로 쓰이는 말이란 사실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일반인은 패블릿을 그저 ‘화면 큰 휴대전화’로 인식할 뿐입니다. 지난 2011년 등장해 상업적 성공을 거둔 갤럭시 노트가 대표적 패블릿 제품이죠.
“3.5인치? 너무 커!”→ “5인치는 돼야지”
그런데 ‘큰 화면’이라고 하면 대체 얼마나 큰 걸까요? ‘크다’ ‘작다’는 다분히 주관적인(subjective) 개념인 만큼 누군가에겐 ‘충분히 큰’ 뭔가가 다른 누군가에겐 ‘작은’ 걸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긴, 행복의 정의도 ‘주관적으로 잘 사는 것(subjective well-being)’이라고 하잖아요.
패블릿의 액정 크기는 통상 5인치에서 7인치 사이입니다. 혹자는 “최소 5.5인치는 돼야 패블릿”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만큼 패블릿의 정의도 이래저래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 같습니다.
지난 2007년 등장한 초기 스마트폰의 액정 크기는 3.5인치였습니다. 지금 보면 한참 작은 그 모델은 당시만 해도 “너무 커서 생경해 보인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손이 일반인보다 큰 사람을 모델로 활용, 지면 광고를 찍었다는 뒷얘기가 회자됐을까요. (최홍만씨 손에 500㎖ 우유팩을 들리면 200㎖ 우유팩처럼 보이는 효과를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3.5인치 스마트폰은 불과 몇 년 만에 점차 눈에, 손에 익숙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더 큰 화면’을 원하는 사람도 점차 늘었습니다. 한동안 제가 만나는 50대 교수님들의 휴대전화는 대부분 갤럭시 노트였습니다. 노안(老顔)이 오기 시작한 교수님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크게 보여주는 화면은 그야말로 ‘축복’이었죠.
이 같은 경험이 누적되며 어느덧 사람들의 머릿속엔 ‘4인치 이상의 화면도 그리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 화면으로 드라마 즐기는 젊은이를 어렵잖게 볼 수 있습니다. 불과 4년 만에 큰 화면을 원하는 이유가 ‘글자를 크게 보는 것’에서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것’으로 달라진 겁니다.
단적인 예로 갤럭시 노트2와 아이폰5가 엇비슷한 시기에 출시됐을 때 시장에서 갤럭시 노트2의 주요 특장점으로 인식된 건 단연 ‘화면 크기’였습니다.
큰 화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점차 ‘더 큰 화면’의 신제품을 갖고 싶어하게 된 겁니다. 소비자의 생각과 느낌이 제품과 함께 달라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콘텐츠는 ‘서비스’와 ‘기기’, ‘욕구’의 합
사람들이 좀 더 큰 휴대전화를 원하는 건 ‘스마트폰으로 하는 행동’이 달라진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셜 데이터를 통해 최근 3년 6개월간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한 일’의 변화상을 들여다보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감상하는 행위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카카오톡 같은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 Rich Communication Suite)가 기존 휴대전화의 메시징 기능까지 흡수, 진화하며 ‘카톡 하려고 스마트폰 사는’ 중·장년층까지 등장하게 됐죠.
사용자의 이 같은 행동 변화는 ‘통신 서비스+사용 기기(device)+(사용자의) 욕구=콘텐츠’로 제공되며 점차 현실화됩니다. 최근 웹드라마처럼 짧은 콘텐츠가 ‘스낵 컬처(snack culture, 시간·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출퇴근·점심 시간 등에 10분에서 15분 사이로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현상)’란 이름으로 제작되는 덴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일단 3G·4G 서비스가 대중화되며 동영상 콘텐츠 이용이 수월해졌고 ‘화면 큰 휴대전화’ 보급률이 늘었으며 자투리 시간에도 콘텐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욕구 역시 커졌죠.
그렇게 되면 자연히 휴대전화 기능도 ‘모바일에서의 원활한 동영상 시청’을 향해 진화하게 됩니다. △화면 비율 △전체 화면으로의 전환 가능 여부 △화면 회전 △작은 화면에서의 조작 같은 기능이 발전하는 식이죠. 실제로 최근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모바일 기기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라고 합니다. 70%가량의 시청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발생했다고 하니 동영상 시청 행태의 변화 속도가 참 놀랍죠?
그렇다면 통신 서비스 환경이 우리나라와 다른 해외 쪽 상황은 어떨까요? 통신 속도는 서비스 지역의 넓이나 인구 밀도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지방 정부, 혹은 지역 상업망의 준비 상황에 따라 ‘와이파이(Wi-Fi) 서비스가 가능한 인프라 보유 여부’도 달라질 테고요. 물론 준비가 다소 부족한 지역이라 해도 내려받은 콘텐츠를 휴대전화에 업로드해 관람하는 문화가 확산된 곳이라면 ‘큰 화면’의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겁니다.
‘인간 욕망 충족시키는’ 기술에 주목하라
자투리 시간을 잘 보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10분 단위로 짧게 정리된 콘텐츠’의 등장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같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발신하고 사용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건 사용자의 욕망 충족을 위한 전제가 됩니다.
모든 산업은 욕망이 있는 곳에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뭔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면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통해 어떤 욕망이 충족되는지부터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모든 욕망의 중심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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