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K팝, 다음 승부처는 ‘디자인’이다

2015/03/20 by 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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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


 

CD 판매량은 10만 장만 넘어도 ‘대박’ 소릴 듣고 그 많던 음반 가게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음악을 듣는 즐거움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비록 ‘산업’은 위축됐지만 앱스토어·유튜브 등 무수한 채널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가볍게, 혹은 진지하게 소비된다. ‘슈퍼스타K’(tvN)나 ‘K팝스타’(SBS) 같은 TV 프로그램 인기가 여전한 걸 보면 음악이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려는 열망이 이렇게 컸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다.

금발머리 여성이 삼성 레벨 온 헤드셋을 쓰고 있습니다.

 

음악이 ‘음악 이상’으로 소비되는 시대

음악 산업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디자인의 비중은 꽤 오랫동안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앨범 재킷이나 공연 포스터처럼 지엽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음악 관련 디자인 시장’의 가능성에 관한 얘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분야의 전망은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좀 달라졌다. 앨범과 포스터, 뮤직비디오, 홍보물 등에 한정됐던 디자인의 역할과 가능성이 뮤지션 브랜딩과 디자인 마케팅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대폭 확장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한국 음악 시장의 구조를 바꾼 K팝(K-pop)이 있다.

노란색 믹스 테이프에 K팝이라소 써 있습니다. 주변엔 음표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SM·YG·JYP 등 오늘날의 K팝 시장을 일궈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소속 뮤지션의 체계적, 전략적 브랜드화(化)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음악이 음악 이상으로 소비되는 시대엔 뮤지션에게도 음악성 이상의 매력이 필요하다.

K팝 스타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기능하려면 디자인 마케팅과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표적 상품인 앨범만 해도 예전엔 ‘팬 서비스’ 차원에서 소장용으로 멋지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요즘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돼 디자인 작업이 이뤄진다. 그 덕에 요즘 음악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과 관련해 한층 다양한 파생 상품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음악 콘텐츠 사업 비중이 늘면서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더 커졌다. K팝 산업 구조 변화가 디자인의 비중과 가치를 높인 것이다.

 

‘싸이 캐릭터’와 ‘빅뱅 타이포’의 위력

YG는 개성 있는 음악색(色)만큼이나 ‘뮤지션이 곧 브랜드’란 철학을 일관되게 실천해왔다. 사실 제아무리 ‘음악성으로 승부하겠다’는 뮤지션도 인기가 높아지면 자신의 얼굴을 어디든 노출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YG는 이 같은 불문율을 깨고 캐릭터를 대범하게 도입하는가 하면(싸이) 전략적 타이포그래피를 지속적으로 활용(빅뱅), 소속 뮤지션의 브랜드 콘셉트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2NE1, 에픽하이 등 기타 YG 소속 뮤지션들도 하나같이 자신만의 로고를 갖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따라다니는 로고 덕분에 이들 뮤지션은 사진 한 장 없이도 본인을 ‘세계 유일 브랜드’로 각인시킬 수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뮤지션 브랜딩과 디자인 마케팅 관련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YG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뮤지션 브랜딩 디자인’ 분야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YG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기업’ 브랜드 구축에 나섰다. 디자인 전문 기업 플러스엑스와 손잡고 브랜드 리뉴얼(renewal) 작업을 진행한 데 이어, 얼마 전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엠엠엠지(mmmg)와 함께 자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유그레이트(You Great)’를 선보인 것. ‘소속 뮤지션의 브랜드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비전을 고민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유그레이트 론칭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접근이다. ‘확실하고 안전한 K팝 스타’를 앞세운 브랜드가 아니란 점이 특히 그렇다. 최근 YG가 LVMH그룹 계열 사모펀드 L캐피털아시아의 투자를 유치한 비결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소녀시대의 ‘8년 롱런’ 가능케 한 비결

SM은 자타공인 ‘K팝의 세계화를 이끈 1등 공신’이다. 1990년대 중·후반 H.O.T와 S.E.S를 시작으로 노래와 춤은 물론, 연기와 개인기까지 겸비한 ‘기획형 아이돌’을 잇따라 선보이며 국내 대중문화의 판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운데 최초로 사내 디자인 조직을 꾸리고 앨범 재킷 디자인과 무대의상, 뮤직비디오 등 ‘뮤지션 비주얼’의 통합 관리를 시도한 것 역시 SM이었다.

늘 새로운 걸 원하는 대중문화의 속성을 충실히 좇으며 소속 뮤지션의 매력과 앨범 콘셉트를 부각하는 게 SM의 마케팅 전략이다. 간판 상품 중 하나인 소녀시대만 해도 전체 앨범 로고 외에 한글 이니셜로 제작된 멤버별 개인 로고를 갖고 있다. SM은 소녀시대 팝업 카페를 열어 다양한 비주얼 전략을 선보이는가 하면 ‘걸드프로방스’란 향수도 출시했다. 지난 2013년 1월 롯데백화점에 문을 연 소녀시대 팝업 스토어는 자체 제작한 홍보 전용 상품, 일명 ‘MD상품’만으로 6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프리미엄 편집 매장 ‘10꼬르소꼬모’,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새서울소년단’과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 꼽힌다. 소녀시대는 이 같은 ‘SM식(式) 통합 비주얼 전략’에 힘입어 오랜 활동 기간(2007년 데뷔)이 무색하게 늘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할 수 있었다.

요즘 가장 ‘핫(hot)’한 아이돌 그룹인 EXO는 간단한 도형으로 구성된 로고를 갖고 있다. 이 로고는 멤버들의 무대의상과 액세서리, MD상품은 물론이고 신규 앨범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사용된다. 지난해 3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살림관에 들어선 ‘SM 팝업 스토어 스타디움’의 경우, 디자인 스튜디오 세컨드호텔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MD상품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뮤지션 브랜딩과 디자인 마케팅 관련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M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JYP 디자인팀은 YG나 SM에 비해 다소 늦게 꾸려졌다. 하지만 카리스마로 무장한 박진영 프로듀서의 음악적 색깔을 바탕으로 A&R(Artist&Repertoire) 조직과 엔지니어, 비주얼 디자이너와 스타일 디렉터 등이 일명 ‘크리에이티브팀’을 이뤄 음반 제작에 참여한다. 음악 제작에 관여하는 모든 이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하다 보니 콘셉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건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뮤지션 브랜딩과 디자인 마케팅 관련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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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K팝에서 원하는 건 ‘음악+α’

젊은 이들이 음악을 들으며 춤추고 있습니다.

YG와 SM, JYP 모두 각자의 음악 방향에 따라 차별화된 디자인과 비주얼 전략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이들 대형 기획사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기타 기획사 소속 아이돌 역시 점차 ‘일관된 브랜딩 전략’을 구사하는 추세다. 물론 음악 콘텐츠의 ‘0순위’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K팝 스타가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K팝 시장의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디자인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중이 K팝에서 ‘오로지 음악’만 원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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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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