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전직 임원 4부작 릴레이 인터뷰 ‘힘내라, 삼성전자!’_④ 성재생 전(前) 삼성전자 상무 <연재 끝>

2014/10/15 by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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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돌파의 해법은 ‘사람’… 가족의 마음으로 함께 지킬 것

성재생 에스에이엠티 회장 사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집무실에서 만난 성재생(66) 에스에이엠티 회장과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활기가 넘쳤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인터뷰어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소탈한 소통 방식 덕분인지 순식간에 그와의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는 것 같았다. 평소 직원들과도 자주 시간을 갖고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는 그에게선 젊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교감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묻어나왔다.

이색적인 사내 풍경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한몫했다. 에스에이엠티 사옥 로비엔 이지섭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희귀 광물 컬렉션 중 일부가 전시돼 있었고(‘힘내라, 삼성전자!’ 1편 참조), 회장 집무실 한편에 자리 잡은 디지털 액자에선 내로라하는 전 세계 명화(名畵)가 슬라이드쇼 형식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사무 공간 여기저기에 창의적 업무 환경 조성 요소가 배치돼 있었다. 그래서일까, 성 회장은 ‘60대 중반의 퇴직 삼성전자 중역’이란 사전 정보가 주는 이미지보다 훨씬 젊은 인상이었다.

 

비록 은퇴했지만 난 여전히 ‘삼성 식구’


성재생 회장 사진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묻자 그는 심하게 손사래를 쳤다. “지금 회사 얘긴 묻지 말아요. 이번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비록 삼성을 떠났지만 제가 여전히 ‘삼성 가족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혹시라도 도움 될 일이 있다면 기꺼이 두 팔 걷어붙일 자세가 돼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성재생 회장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현재 퇴임 삼성전자 임원들로 구성된 ‘전자사랑모임’의 수석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든 전자사랑모임은 2014년 10월 현재 670여 명의 회원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순항 중이다. 이후 대화 주제는 그의 바람처럼 전자사랑모임 쪽으로 흘러갔다.

전자사랑모임 설립 취지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어구는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에 근무했다는 자긍심에 기초하여 애사심을 고취(한다)’ 이 표현처럼 전자사랑모임 회원들은 하나같이 ‘한때 자부심을 갖고 삼성전자에 근무했으며 지금도, 앞으로도 삼성전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한다. 이 모임이 왜 여느 은퇴 회사원의 친목 조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적이고 탄탄하게 느껴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자사랑모임 설립 취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성재생 회장

전자사랑모임의 ‘정체성’은 송년모임 성격에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난다. 회원들은 매년 송년모임 직전 정기총회를 연다. 총회 참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친목’에 방점을 둔 조직이긴 하지만 과거 근무했던 영역의 전문성을 살려 모임 내 무려 10개 분과(가전·디스플레이·반도체·IT·연구개발·영업·지원·통신·해외·미서부지역)를 개설,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곳에선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분과별로 봉사 조직이 꾸려지는 건 물론이고 좋은 취지의 일이 생기면 ‘굿윌 봉사모임’이나 ‘부인 봉사팀’ 등의 별동 조직이 수시로 손을 보탠다. 모임 개설 취지에 맞는 취미 동호회도 여럿 있다. 골프·등산·문화탐방(국내외)·당구·바둑·사진·서예·음악·영상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사랑모임은 엄청난 회원 수만큼이나 운영에 품이 많이 드는 조직이다. 웬만한 회사 하나 꾸리는 것만큼이나 신경 쓸 일이 많지만 성 회장은 “난 별로 하는 일이 없다”며 겸손해 했다. “대부분의 업무는 운영위원회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그저 소소한 심부름 정도예요.”(웃음)

성 회장은 삼성전자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을 일명 ‘회사를 가족처럼’ 정신으로 설명했다. “물론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저더러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회사를 가족처럼’ 여긴 임직원의 자세, 그리고 역시 ‘회사를 가족처럼’ 운영한 사측 노력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전자사랑모임은 또 다른 가족이에요. 삼성에서의 소임을 다한 후에도 가족처럼 든든하게 함께 갈 수 있는 공동체니까요.” 그는 “현직 삼성전자 임원들이 우리 모임에 관심을 많이 갖는데 그 이유도 우리 모임 특유의 성격 때문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마케팅 TF의 전설 ‘아톰(ATOM)’ 대장 출신

성재생 회장의 업무 능력과 추진력은 삼성전자 내에서도 ‘전설’로 통한다. 일본 기업이 글로벌 전자제품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1980년대 당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전자산업이 마케팅 측면에서 크게 도약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중심엔 일명 ‘아톰(ATOM)’이 있었다. 아톰은 ‘Attack Team Of Marketing’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일종의 마케팅 태스크포스(TF). 당시 사람들에겐 ‘아톰(특공)대’ 혹은 ‘마케팅 공격대’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아톰대 시절을 이야기 하고 있는 성재생 회장
1969년 창업한 삼성전자는 규모가 작고 불안정하기 짝이 없던 국내 가전 시장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확실한 기회와 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 ‘전략 구상’에 나섰다. 일본 샤프전자의 위기 극복 사례를 벤치마킹, ‘영업 전문 인력’을 육성하자는 아이디어도 그 중 하나였다. 규모가 작아 작동됐다 쉬었다 하는 생산 라인 쪽 인력을 대상으로 영업 특수 훈련을 시킨 후 경기가 나빠 일이 좀 한가해지면 유휴 인력이 대리점에 나가 판매 지원과 직원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는 게 아톰특공대 프로젝트의 골자였다.

성 회장은 1983년 11월 제2대 ‘아톰 대장’으로 발령 받았다. 당시는 경기가 좋아지고 전반적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전제품 수요도 조금씩 늘기 시작하던 때였다. ‘경기 약할 때 위기를 극복할 목적으로’ 창설된 아톰대의 중요성은 약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과감한 역발상 전략으로 아톰대의 영향력을 오히려 키워갔다. 사람을 잘 안 뽑던 시절이었지만 신규 직원을 선발, 아톰대원으로 특화시켜 그에 맞게 예우했다.

그가 아톰대를 이끌던 1980년대 초, 국내 가전 시장은 금성사(현 LG)와 삼성전자가 엇비슷한 시장 점유율로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무서운 신예’ 대우전자가 한창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아톰대는 1984년 가전 업체 최초로 ‘부녀사원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 판매 인력은 화장품·유제품 분야 정도에서만 활용되던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결정은 일본에서도 주목한 ‘획기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성 회장은 ‘가전제품의 실제 구매 세력은 여성’이란 점에 착안, 여성 눈높이에 맞춘 판매 전략을 세운 후 여성 특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매 시도에 나섰다. ‘부녀사원 판매 품목 1호’는 전자레인지였다. 당시만 해도 전자레인지는 ‘뭐 하는 기계인지 몰라’ 사용하지 않는 가전이었다. 부녀사원들은 전자레인지를 직접 갖고 다니며 영업 활동을 펼쳤다. 필요하다면 고객 앞에서의 ‘요리 실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성과는 이내 나타났다. 지지부진하던 전자레인지 판매고가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 허를 찌르는 그의 창의적 마케팅 전략은 삼성전자가 국내 가전 3사 중 최강자 자리를 확실히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670여 선배가 여러분 뒤에 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는 성재생 회장의 옆모습
성 회장은 강도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자 업계에 종사하며 부품 생산에서부터 완성품 마케팅까지 다양한 분야 업무를 성공적으로 섭렵한,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유난히 폭이 넓은 인맥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이룬 그만의 자산이다. 예의 그 활기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그가 이룩한 전설적 성취의 1등 공신이었다. 현재 그가 이끌고 있는 IT마케팅 기업 에스에이엠티의 안정적 운영 기반 역시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요즘 삼성전자, 위기라면 위기일 수 있죠. 하지만 제 기억에 삼성전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위기를 잘 헤쳐 왔습니다. 돌파의 주체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믿고 뭉쳐 앞으로 밀고 나가면 어떤 위기든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제껏 삼성이 이뤄 온 기적 역시 ‘가족 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엮는 경영 방식’에 그 비결이 있습니다. 여기에 여러분이 미처 몰랐던 ‘전자사랑모임’이란 가족이 하나 더 있는 거예요. 670여 전자사랑모임 회원 모두가 여전히 가족의 마음으로 삼성전자의 뒤에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힘내세요, 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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