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팀워크는 재능보다 강하다_노경식 마스터 편
제1장. 삼성전자와 함께한 ‘로봇 한 우물’ 인생
안녕하십니까.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 요소기술팀 로봇기술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노경식입니다. 앞선 마스터 선후배들의 뒤를 이어 제 얘길 쓰자니 자못 쑥스럽습니다. 제가 삼성전자에 입사한 게 1989년이었으니 벌써 28년쯤 흘렀네요. 중간에 공부하러 잠시 자릴 비우긴 했지만 그간 그럭저럭 ‘자랑스러운 삼성인’으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제 전문 분야는 쉽게 말해 ‘로봇’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다들 신기해하시는데요. 좀 더 정확히 말씀 드리면 로봇 중에서도 △청소 로봇 △수술 로봇 △가정용 서비스 로봇 등과 같은 지능로봇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1998년 ‘로봇비전’으로 박사 학위를 따면서 처음 맺은 로봇과의 인연이 질기게 이어져 지금껏 로봇 한 우물만 파고 있네요. 어찌 보면 운이 좋은 셈이죠. 오로지 기술 발전 하나만 바라보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까요. 물론 공들인 연구 성과가 늘 제품으로 결실을 맺는 건 아니어서 다소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연구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또 그 현장에 함께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도 큰 보람이었습니다.
제2장. 28년 직장생활, 가장 안 잊히는 장면 둘
로봇은 참 여러 곳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로봇 기술로 정의되는 범위 역시 매우 넓죠. 인간을 닮은 로봇은 재난 상황 발생 시 인간을 대신해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 손보다 더 정교하게 움직이며 의학 수술을 돕기도, 아무도 없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깨끗이 청소하기도 합니다. 익히 잘 알고 계시는 인공지능(AI) 역시 로봇 기술입니다.
제가 삼성전자에 몸 담은 시간 동안 진행해온 로봇 관련 작업은 셀 수 없습니다. 언뜻 생각해도 꽤 많은 ‘미션’과 ‘프로젝트’가 떠오르는데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으라면 두 가지 정도 들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지난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을 앞두고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형) 로봇을 만들어 시연했던 기억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야말로 제 인생에서 가장 도전적인(challenging)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연 전날 뜻밖의 합선 사고로 애를 먹는 등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채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집적, 완성품을 만들어냈으니까요. 당시 함께했던 동료들과 쌓은 신뢰나 팀워크는 지금껏 제게 가장 큰 자산이 돼주고 있습니다.
▲노경식 마스터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지능로봇기술’ 팀원들. 지금껏 함께하는 동료도, 다른 파트로 간 동료도 있지만 언제 만나도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두 번째 기억은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2013년 글로벌기술센터로 소속을 옮긴 후 생활가전사업부와 손잡고 로봇청소기 제조 프로젝트에 착수했죠. 이전 작업들에선 ‘제품 양산(量産)’이란 요소를 비교적 후순위로 두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었다면 당시 작업은 ‘제품화’ 미션을 0순위로 두고 진행했단 점에서 제게 또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특히 사내 다른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청소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저 개인적으로도 무척 보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제3장. 매일 ‘모닝 커피 배달’ 거르지 않는 이유
수많은 미션을 이어가며 ‘내겐 뭐가 남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경험∙기술력…. 많은 게 떠올랐지만 가장 소중한 자산은 뭐니 뭐니 해도 ‘팀워크’였습니다.
많은 기술이 그렇지만 로봇처럼 수준 높은 기술력이 집약된 분야에서 어느 한 사람이 탁월한 성과를 거두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부품 한 개당 전문가 한 사람이 매달려야 할 정도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만 뛰어난 사공이 단단한 팀워크로 배를 몬다면 그 어떤 배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팀워크는 재능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께서 하신 말씀으로 기억하는데요. 저 역시 세월이 흐를수록 그 말의 참뜻을 이해하게 됩니다. 삼성전자 임직원은 분야를 막론하고 누구나 훌륭한 인재입니다. 로봇 분야에 종사하는 동료 중엔 특히 뛰어난 분이 많죠. 한 명 한 명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돕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그리고 삼성전자 제품을 더욱 값지게 하는 건 개개인의 능력이 아닙니다. 이들이 힘을 모아 이뤄낸 성과입니다.
▲노경식 마스터가 로봇기술파트 팀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팀원들은 “이렇게 같이 사진 찍는 건 처음”이라며 촬영 내내 어색해했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예의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제 지난 세월을 되돌아봐도 감히 ‘팀워크가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팀워크가 제 몫을 발휘하려면 제대로 된 소통이 필요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맘을 터놓고 각자 놓인 상황은 어떤지, 지금 가장 고민스러운 건 뭔지, 해결됐거나 그러지 못한 문제가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공유하는 것 말이죠.
간혹 그럴 때 있지 않으세요? 분명 한 장소에서 같은 안건을 놓고 회의했는데도 각자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른 경우 말이에요. 저 역시 종종 그렇습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부딪치고 또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반복적 경험의 공유’가 중요하단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요즘 제 고민의 상당 부분도 ‘어떻게 하면 팀워크를 좀 더 단단하게 다질 수 있을까?’란 질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 글로벌기술센터로 소속을 옮긴 후 되도록 지키려 하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일명 ‘모닝 커피 배달’입니다. 매일 아침, 팀원들과 함께할 커피를 사서 배달하는 거죠. 사소한 일 같지만 이렇게 ‘가볍지만 꾸준히 지속되는 스킨십’을 통해 팀원들과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사이가 되면 소통은 부러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마련이니까요. 서로 신뢰를 쌓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시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고요.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노경식 마스터. 손에 든 로봇청소기는 노 마스터가 “입사 이래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 중 하나로 꼽는 모델이다
제4장. 변화 외면 마라… 남는 건 참담한 후퇴뿐
최근 몇 년 새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의 변화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사상 유례 없는 방향으로 말이죠. 일명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빚어낸 풍경입니다. IoT가 확산되며 가정도, 공장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따라 로봇 분야도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추세입니다. 과거엔 ‘로봇’이란 단일 기기가 수많은 기능을 도맡아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릅니다. 로봇에 집중됐던 센서들이 주변의 사물 속으로 스며들고 있죠. 공간적으로 로봇에 한정됐던 기능이 사물로 옮겨지는가 하면, 시간적으로도 기존 방법과는 다른 기술이 요구됩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제가, 그리고 제 동료들이 함께 풀어야 할 새 임무는 바로 이겁니다. 로봇·학습기술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 개발하는 것 말이죠. 어쩌면 지금껏 제가 거쳐온 그 어떤 일보다 거대하고 또 어려운 미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늘 있어왔죠. 그 흐름을 애써 외면하는 이에겐 참담한 후퇴가 남을 뿐입니다. 우리 모두 그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죠.
“진보는 변화가 있기에 가능하다.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Progress is impossible without change, and those who cannot change their minds cannot change anything).”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가 한 말입니다. 이번 미션 역시 결코 쉽지 않겠죠. 하지만 우린 또 한 번 빛나는 팀워크를 발휘해 보란 듯이 완수할 겁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평생 로봇 전문가로 남고 싶다”는 노경식 마스터
노경식 마스터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석사학위 취득 후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 종합기술원에서 근무했고 1998년 로봇비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글로벌기술센터로 옮겨 ‘사물인터넷 시대 로봇기술’을 주제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2012년 12월 마스터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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