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은 내가 만든다_임정돈 마스터 편<연재 끝>
제1장. 과거의 일보단 다가올 미래의 일에 집중하자
안녕하세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 메모리사업부 임정돈 마스터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마무리를 이렇게 마스터 칼럼과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연말이라 이런저런 모임과 송년회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레 지난 2016년, 제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 볼 기회도 늘었는데요. 마스터 칼럼을 준비하며 조금은 의식적으로 ‘지난 과거의 일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했습니다. ‘나에게 내년은 어떤 의미일까’ ’내년 목표는 뭘까’ ’달라진 나는 내년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등 여러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 저는 몇 가지 다짐을 하게 됐는데요. “새로운 다짐은 주변에 알리는 게 좋다”는 말이 있듯이, 이 마스터칼럼이 제 다짐을 주변에 알리고 ‘저를 도와주십사’ 요청을 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2장. 2017년 채울 세 가지 키워드… ‘충전’, ‘교감’, ‘깊이 있는 고민’
▲임정돈 마스터의 2017년 키워드는 ‘충전’이다. “휴식이 아닌 엔지니어로서의 역량을 가득 채우겠다”는 그의 다짐에서 업무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짐 하나, “나를 충전하자!”
지난 몇 년, 저는 앞만 보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동료들과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책도 읽고 최신 기술 공부도 병행했지만, 그래도 뭔가 ‘실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던 시간이기도 했죠. 무협소설 속 주인공이 고수로 성장하기 위해 산으로 수행하러 가듯이 말이죠. 2017년은 제게 기술과 인문학적으로 ‘채움’의 시간이 되기를 다짐해봅니다. 다시 말하자면 ‘더 좋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충전’인 셈이죠.
다짐 둘, “후배와 나 사이의 문턱을 낮추자”
제가 마스터로 선임된 게 2015년 12월이니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마스터가 된 후 물리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 변화는 저만의 ‘방’이 생겼단 건데요. 그래 봐야 사무실 한 켠에 칸막이로 구분한 공간이지만, 이 작은 ‘달라짐’이 가져온 ‘관계’의 변화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아직도 같이 식사하며 허물없이 도란도란 얘길 나누는 후배들이지만, 사무실에선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곤 하는데요. 문턱 하나를 넘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걸 저도 잘 알죠. 아무리 친한 선배라도 사무실을 따로 찾아가는 일은 저도 아직 어려운 부분이니까요.
회사에서 선후배가 만나는 일이란 대개 선배가 후배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적으로 많은 걸 알고 있는 후배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후배가 먼저 선배를 찾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저는 ‘선배가 먼저 문턱을 낮추고 후배들이 언제든 서슴없이 찾아올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저도 쉬이 실천하지 못한 일이긴 합니다만 이번 기회에 다짐해봅니다. 내년엔 조금 더 쉬운(?) 선배가 되자고.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득했던 메모리사업부. “후배와의 문턱을 낮추고 다가가기 쉬운 선배가 되겠다”는 임정돈 마스터였지만 어느 누구보다 동료애 강한 선배의 모습으로 후배를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다짐 셋, “깊이 있는 고민을 하자“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에 이른다고 합니다. 여기에 변칙적 포석과 바둑기사의 허수까지 더해지면 그 수는 더욱 커질 텐데요. 혹자는 바둑의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더 많다고도 얘기 합니다. 그렇다면 반도체 메모리 수는 어떨까요? 셀 하나를 ‘하나의 경우’라고 친다면 수십억 개의 셀로 이뤄진 메모리는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해집니다. 결국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역량은 수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정말 필요한 것만을 찾아내는 ‘통찰’이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늘 ‘의문이 없는 사람은 생각이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며 삽니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의 위대한 발견 역시 “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질까?”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됐죠. 엔지니어라면 그의 자세에서 분명 본받을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상을 통해 그 속의 원리를 궁금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깊이 있는 고민’, 이게 바로 제 세 번째 다짐입니다.
제3장. ‘성공’의 선순환 위해 ‘성장’이 뒷받침돼야…
지난 20여년 간의 회사 생활을 돌이켜보면 즐거움 속에 성과가 자연스레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공자(孔子)의 명언 중에 ‘지지자불여호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요, 호지자불여락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란 말이 있는데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뜻입니다. 너무 많이 들어 조금 식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거듭 되뇔수록 이보다 맞는 말이 없단 걸 새삼 깨닫습니다.
결과와 성과도 중요하지만 최근 들어선 ‘과정’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느낍니다. 과정이 충분히 옳았다면 결과물은 애쓰지 않아도 좋은 방향으로 나온다는 거죠. 삼성전자에서 일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 그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온 과거를 돌이켜보면 저와 동료를 빛내주고 회사를 빛내준 건 무수한 성공과 실패 속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느냐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실패가 성공으로, 성공은 더 큰 성공으로 선순환되기 위해 개개 일원들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거죠.
제4장. 엔지니어의 자부심, 스스로 만드는 것
▲임정돈 마스터는 ”좋은 제품을 더욱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헌하고 싶다”며 엔지니어 역량을 발휘, 더욱 성장할 것을 다짐했다
전체 20여년에 가까워진 엔지니어로서의 제 경력을 걸고 단언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는 겁니다. 성공하기는 어렵지만 ’성공적 실패’ 역시 쉽지 않죠. 무엇보다 ‘내가 실패했다’는 걸 정확히 인식할 줄 아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실패를 대체할 수 없다면 그 경험을 관련 부서와 ‘공유’해 다시는 같은 실수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철저한 복기(復棋)를 통해 훗날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저 역시 실패의 과정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엔지니어적 역량이 크게 발전한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는 스스로의 업무가 곧바로 업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더 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야 하죠. 제 사명은 “좋은 제품을 가치있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고, 그 결과 스마트한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긍지, 그리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다가올 2017년엔 두려움보단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지금의 자신을 이기고 더욱 발전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임정돈 마스터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석사학위 취득 후 반도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국내 주요 기업을 두루 거쳐 2004년 9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DRAM 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2012년 플래시(Flash)설계팀으로 옮긴 후 낸드 플래시 메모리(NAND Flash Memory)의 초고속 회로설계 기술 확보에 기여했으며, 2015년 12월 마스터로 선임됐다.
기획·연재 > 오피니언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