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부작 릴레이 칼럼] 사물인터넷(IoT)을 말한다_①무엇을 위한 사물인터넷인가?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최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초기엔 시스코(Cisco) 등 네트워크 기업들이, 최근엔 인텔·퀄컴을 비롯한 반도체 칩 벤더(vendor)들이 사물인터넷을 열성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애플 등 여러 제조사도 다양한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의 청사진과 플랫폼을 구상 중이며, 구글·아마존 등의 기업은 인터넷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비트의 경제와 원자의 경제가 만나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O2o(Online to offline)의 첨병 역할을 한다. 이때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는 백엔드(back-end, 특정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에서 다양한 O2o 서비스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이 최근 사물인터넷을 공유경제와 엮어 ‘비즈니스 혁신 인프라’로 해석한 시각을 제대로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오프라인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무려 40조 원의 기업 평가액을 기록하며 화제가 된 기업 우버(Uber)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자사를 ‘공유 택시 기업’이 아니라 ‘오프라인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관련 플랫폼 제공 기업’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바로 그 지점에서 우버의 미래가치를 높게 매겼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급속도로 번지게 된 걸까? 그리고 앞으로의 숙제는 뭘까? 이 같은 질문의 답 중 일부는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1933~2012)이 제시한 ‘공유 비극 극복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대규모 공유 자원이 있는 경우, 기존 오프라인 세계에선 모든 이가 별도의 의사소통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소유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 경쟁 체제에 의한 자율 조절, 혹은 (비용이 좀 들더라도) 강력한 국가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사물인터넷, 각종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술이 일명 ‘신뢰 네트워크’를 만들고 온·오프라인 간 접점을 크게 늘리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다시 말해 가상 세계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경제 영역이 원자로 구성된 실물 세계 전체로 그 범위가 대폭 넓어진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 따라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공유경제, 3D 프린터, 메이커 운동, 혁신적 지불 결제 따위의 트렌드는 각각을 분리하지 말고 연결시켜 바라봐야 한다.
다시 우버 얘기로 돌아가보자. 단지 ‘위치 기반 스마트폰 불법 택시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해 보이는 이 기업의 가치가 40조 원까지 올라간 비결은 대체 뭘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투자자들은 우버에서 (미래 오프라인 인터넷 플랫폼의 핵심인) 신뢰 기반 인터넷 인프라와 동적 가격 결정 체계, 그리고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O2o 전반의 혁신 인프라 같은 가능성을 본 것이다.
우버에서 ‘서비스 이용자(고객)’와 ‘서비스 제공자(승용차 기사)’는 서로가 서로를 평가한다. 서비스 이용자는 서비스 제공자의 평판을 집단적으로 관리하며, 반대로 서비스 이용자 평가의 신뢰성과 매너 역시 서비스 제공자에 의해 점수 매겨진다. 서비스 가격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실시간으로 바뀌며 모든 지불과 결제는 즉각적으로 진행된다. (합의에 기반한 구성원의 참여와 신뢰는 오스트롬이 제시한 ‘공유의 비극’ 극복 해법의 전제이기도 하다.) 우버가 채택한 오프라인 인터넷 플랫폼은 비단 택시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서비스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신뢰 기반 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오프라인 인터넷 플랫폼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게 분명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사업 역시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이와 관련, 최근 눈에 띄는 기업 중 하나가 오픈센서스(OpenSensors.io)다. 이곳에선 누구나 실시간으로 사물인터넷 센서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며,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특정 서비스 제공 도구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 센서가 장착된 공기 질 측정 기기가 있다고 치자.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해당 기기의 활용도는 제각각일 것이다. 그런데 한 사용자가 이 기기를 사용한 후 천식 증상을 일으켰다. 바로 이때 오픈센서스에 해당 데이터를 전송하면 다양한 연구자가 이에 접근, 분석한 후 문제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오픈센서스 플랫폼은 에너지 사용량, 주차 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상당수 고객을 확보했다. 지역 하천 수위를 측정, 공유하는 ‘옥스포드 홍수 네트워크(Oxford Flood Network)’도 그 중 하나다.
요컨대 사물인터넷의 혁신성에 초점을 맞추려면 ‘데이터 중심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관련 사례가 부쩍 많이 보고되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나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도 각각 교통·환경 등 공공적 성격을 띤 데이터 기반 분야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온·오프라인 연계 기술 보급이 확대되며 나타나는 사업 혁신(business innovation)이다. 따라서 사물인터넷이 발달하려면 분야별로 사업 혁신을 꾀하는 ‘플레이어(player)’, 즉 혁신가의 등장이 필수다. 향후 사물인터넷 시장에선 이들 혁신가에게 크고 작은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리더십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사물인터넷 관련 특집 4부작 릴레이 칼럼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사물인터넷(IoT)을 말한다_②사물인터넷, 넌 대체 누구냐?
☞ 사물인터넷(IoT)을 말한다_③CES 2015의 주인공, 사물인터넷
☞ 사물인터넷(IoT)을 말한다_④CES 2015로 살펴본 IoT 산업 전망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