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함께여서 더 아름다운 꽃, 안개꽃
– 김훈 작가 소설 <남한산성> ‘냉이’ 부분 글머리 발췌-
제가 근무하는 삼성전자 스마트시티(경북 구미시)를 걷던 어느 날. 한층 포근한 바람과 함께 솟아나는 새싹을 발견하곤 문득 이 소설의 글귀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소설 <남한산성>은 지난 2017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뉴스룸 독자 여러분께도 꽤 친숙하실 텐데요. 요즘 같은 날엔 이 구절이 더욱 와 닿습니다. 춥고 지루한 겨울의 끝, 봄을 맞는 땅속에선 새싹의 움직임이 꽤나 분주할 겁니다. 계절과 생명의 섭리를 보고 있으면, 봄은 마치 꽃을 깨우는 자명종 같기도 합니다. 봄이 오면 새싹이 움트고 이내 꽃이 모습을 드러내니까요.
고백하자면 전 올봄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내가 될 그녀는 회사 안에서 만났답니다. 사내연애로 시작해 결혼에까지 이른 것이죠. 몇 개월 동안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이 ‘꽃’이 예사로 보이지 않더군요. 그중 무수히 많은 잔가지 때문에 희뿌연 풀처럼 보였던 ‘안개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사실, 전 꽃에 무지합니다. 기껏 사 본 거라곤 어버이날마다 습관처럼 골랐던 카네이션과 장미 정도예요. 그런 제가 드디어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해야 할 날이 왔습니다. ‘일생일대의 프로포즈니까 크고 화려한 장미가 좋겠지?’ 꽃다발이 없는 프로포즈는 상상할 수 없듯, 장미가 없는 꽃다발도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꽃집에 들어서서는 어떤 장미 다발을 집어야 되나, 한참을 들여다 보기만 했습니다. “장미 꽃다발, 크게 하나 만들어 주세요.” 전 목소리만 컸지, 꽃 앞에선 상당히 쭈뼜거렸던 손님이었습니다. 꽃집 주인이 용케 제 의도를 알아채곤 장미와 여러 꽃을 조화롭게 섞어 우아한 한 다발을 만들어 주시더군요. 헌데, 제 눈에 다른 꽃이 들어왔습니다. 장미를 둘러싼 채 은은하게 매력을 뽐내던 눈송이 같은 꽃, 바로 안개꽃이었습니다.
큰 꽃다발 안에서 무리 지어 핀 안개꽃은 처음엔 그 송이 송이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안개꽃에 푹 쌓인 장미와 목련이 더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안개꽃은 장미 못잖게 다채로운 색을 갖고 있었습니다. 전 안개꽃을 좀 더 담은 꽃다발로 프로포즈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랑의 성공’이란 안개꽃의 꽃말도 기분 좋은 희망을 주었죠. 장미가 주인공이 아닌, 안개꽃이 주인공인 꽃다발은 그렇게 완성됐습니다.
이젠 혼자가 아닌 함께, 마치 안개꽃처럼
안개꽃은 항상 다른 꽃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를 몸소 보여주는 것 같지요. 마침 운명처럼 제 예비 신부가 고른 청첩장에도 빨간 안개꽃이 그려져 있습니다. 안개꽃은 이 청첩장 안에서도 혼자가 아닌 함께 피어 있습니다. 청첩장을 고를 때 수많은 디자인을 살펴봤습니다. 색감이 화려한 것도 많았고, 어른들을 고려한 전통 무늬가 강조된 것도 있었어요. 그중 안개꽃 잔가지를 고즈넉하게 표현한 이 청첩장이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언제부턴가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심지어 혼여(혼자 하는 여행)가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은 때, 안개꽃이 주는 ‘함께’란 메시지를 뉴스룸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안개꽃의 매력을 발견하곤 몇 해 전 세상을 떠나신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을 다시금 펼쳐봤습니다. 이 책에 실린 ‘안개꽃’의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뉴스룸 독자 여러분도 주변을 빛나게 만드는 안개꽃의 매력을 함께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주변에 꽃을 선물하고픈 이가 있다면 안개꽃다발로 준비해 보세요.
– 신영복 <처음처럼> –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