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제가 장애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현재 삼성전자Controller 개발 P/J 부서의 전체 봉사활동 담당자입니다.
하루는, 회사의 화성 자원 봉사센터(반도체사업부)로부터 아주 솔깃한 메일을 받았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기흥 캠퍼스에 극단을 초청해서 연극 공연을 진행합니다.
1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무대위의 나’라는 주제로
훈훈한 감동을 선사할 자리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이번 공연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5인 이상 신청자에 한해 지정석을 운영합니다.
※ 참여하시는 임직원은 봉사시간 2시간 인정됩니다.
다 보고 나서야 하는 말이지만, 봉사시간 2시간 인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근무시간 중이기 때문에, 관람객을 좀 더 늘리고자 한 일인 것 같지만 좋은 공연을 무료로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해당 공연은 장애인 문화 예술 극회인 ‘Wheel’이라는 곳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셨는데요.
중증 장애인들의 주체성을 바탕으로 높은 삶의 질을 다양한 예술적 체험을 통해 자기 역량 강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을 중심으로 하는 공연 문화를 만들어 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표로 하는 곳입니다.
1년에 한번씩 정기 공연을 하고 있으며, 연극 워크숍 공연도 하고 장애인 연극 아카데미 및 순회 교육,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인식을 개선하는 등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간단한 리뷰 시작.
해당 극은 기흥사업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화성사업장에 있는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화성사업장에서 기흥사업장으로 가려면 사내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여야 한답니다.
삼성전자 나노캠퍼스는 참으로 면적이 넓은 곳이지요. (전 신입사원 때 종종 길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건물도 못찾고 나가는 곳도 못찾고, 진짜 울고 싶은 마음으로 빙글빙글 돌았음)
여튼 사내셔틀버스를 붕붕 타고 신나는 마음으로 Controller 개발 P/J 부서 선임 연구원님들과 기흥사업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무려 20분 전에요. -_____- 아, 너무 일찍왔네.
그래서 정원에 위치한 ‘간식파’는 가게에서 구슬 아이스크림을 샀어요.
하지만 “아이 손 시려~” 밖에서 먹을 순 없었죠. 제 손은 소중하니까요.
‘봄인데 왜 이렇게 추운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공연장으로 드디어 입성!
공연 시작 17분전.
네 그렇습니다. 관람객은 아무도 없었지요. 연기자 분들만 리허설 해보고 계셨을 뿐.
그래서 전 그냥 아무데나 앉아서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Tip : 공연장에 음식물을 들고 들어가면 안돼요. 저처럼 이러면 안됨. 우린 문화 시민이잖아요. 아님 말고…)
여하튼 공연 시작 전 잽싸게 다 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구슬 아이스크림을 흡입한 저는 밖으로 다시 나가 팜플렛을 받아 들고 부푼 마음으로 지정된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 ‘무대위의 나’ 팜플렛
자리가 자리가…맨 앞에 세 줄은 공연관계자들이 앉는 것이고, 그 뒤에 일반인(?)들이 앉기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첫줄’ 이긴 했으나 사이드네요.
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색다르게 리듬을 타며 메일을 보냈던 저인데…
제가 일등이 아니었나 봅니다. (선착순 지정석 배정이였음.)
흑흑… 조금만 일찍 보냈어도 가운데 쯤에 앉을 수 있었을텐데…
미치고 팔짝 뛸 지경입니다. 제가 또 이런 것만 욕심이 많아요. 그래서 호시탐탐 앞자리를 노리다가 시작 3분 전인데 극단 관계자들이 앉는 곳이 차지 않길래 잽싸게 가서 앉았습니다.
두 번째 줄을 겟(get)!!!!!! 오예!!! 마침 제 앞엔 호리호리한 여자분이라서 잘 보일 것 같았거든요.
(전 건강한 여자임. 아주그냥 건강하다 못해 육체미가 철철…)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이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는데,
공연이 시작됬음을 알리는 라이트 오프!!!!!! 그리고 이런 행사를 기획하신분이 단장님을 소개하는데!
아 제 앞에 계신 분이 단장님이셨군요. 어쩐지 휠체어를 타고 계시더라…
단장님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 정말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후 공연 시작.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세히 말할 수가 없네요 .
전 무단공비 간첩 스파이보다 스포일러가 더 싫어요.
장애가 있지만 연기를 하고 싶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인데 초반에는 솔직히 좀 산만한 느낌을 받았어요. 몰입도가 좀 떨어졌음. (지금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하는 공연이라 조명이 확실히 딱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 잘 안되서 그런거일지도…)
게다가 주변에 장애인이 없는 저로써는 조금 불편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 도대체 왜 이런 주제를? 이란 생각이 많이 들 정도로요 .
너무 솔직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좀 들고…
근데 공연을 보면 볼수록,
‘이분이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 연기를 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관객이 이런 느낌을 받길 원한 건 아니었을 것 같지만..
(그냥 제 추측에 장애인도 잘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았음…)
전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몸이 아파도 이렇게나 열심히 살고 연기도 잘하는 분들인데,
‘몸만 안 불편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Tip : 이건 그냥 제 관점이지만, 이 극단에서 하는 다른 연극을 하나쯤 본 다음에 ‘무대위의 나’ 라는 작품을 보면 좀 더 와닿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연 나는 무언가를 저토록 원해본 적이 있었던가.
그토록 바라던 것을 얻기 위해 내가 최대한 노력했다고 생각했었던 것들이 과연 내 노력의 MAX치인 걸까?
몸에 장애가 있는 것과, 마음에 장애가 있는(용기가 없는) 것 중 뭐가 더 안타까운 일일까?
나는 과연 내 삶의 진정한 주체인가 등등…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장님이였나 연기자분이였나, 누군가가 “이렇게 연극을 보러 와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한다” 고 했는데 오히려 보는 제가 더 느낀 점이 많아 감사하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어쩌면 저도 편견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장애인인데, 잘 움직일 수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며, 열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노력’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제 생각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해준 좋은 연극이었으며, 오늘 제 이런 편견을 깨준 ‘Wheel’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편견을 가지며 살고 있던 제가 장애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연기하신 분이 두번이나 내 심장이 어디있지?”라며
저에게서 (심장을) 찾아 가셔서 좀 많이 놀랐습니다. ㅜ_ㅜ 얼굴이 화끈 ㅋㅋ 재밌었어요.
▲ 무대위를 달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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