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 마루2의 탄생
2005년 11월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IT전시관 입구에서 21개국 정상들을 맞이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불현듯 나타난 인간형 로봇 <마루2>가 아리랑 가락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동안 참 높은 산을 넘어왔다. 며칠 전 <마루2> 둘을 데리고 부산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연구원들 마음은 가벼웠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상태 였으므로 저녁쯤에는 해운대에 달려가 바닷바람이라도 쐴 요량이었다. 그런데 부산 전시컨벤션센터에 도착해서 로봇 커버를 열어보니 배선들이 마구 엉켜 있었다. ‘갓태어난’ <마루2>들에게는 수원에서 부산까지 여행도 무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보지 못했다.
로봇 내부를 살펴보는 작업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먼지투성이 작업복을 입은 로봇 박사들이 바닥에 누워 뒹굴다보면 상대가 첨단기술이 집약된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사실을 보통 사람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 모습이 너무나 흔한 장면이라서 관심을 끌지도 못한다. 연구원들은 부산에 도착해서부터 이 작업으로 며칠 밤을 샜고, 어떤 연구원은 그 피로감으로 코피를 터뜨리기도 했다.
시연 준비를 시작한 것은 한 해 전인 2004년 4월이다. 당시 지능형 차량시스템, 수술용 보조 로봇, 스마트 인풋 디바이스, 바이오토메이션 등 지능형 로봇 연구에 매진하고 있던 기반기술팀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특명이 떨어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휴머노이드 로봇 ‘마루2’와 ‘아라2’를 개발해주십시오. KIST와 삼성전자에 동일하게 1년의 시간을 주겠습니다. 1년 후 각사가 개발한 것을 비교하여 더 진보한 로봇을 2005년 부산에서 열리는 APEC에서 소개할 것입니다.”
로봇은 여러 공학 분야가 어울려 빚어내는 종합 결정체다. 기계, 전기, 반도체, 네트워크 등 관련 전문기술이 서로 빈틈없이 맞물려야 비로소 로봇이 움직인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로봇을 만든다는데, 삼성이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필경에 노경식 수석은 마음을 다잡았다. 난감해하던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동료들의 우직한 한마디였다. 목표에 공감하자 도전의식은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연구진은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여 2005년 4월 독자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KIST와 나란히 공개할 수 있었다.
굴욕적인 상황이었지만 이를 받아들일 만큼 삼성전자 연구원들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APEC이 열리는 2005년 11월을 겨냥하여 두 번째 시연회는 9월로 잡혔다. 다시 6개월 동안 4대를 더 만들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 9명이 모여서, 더구나 ‘전혀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로 마음을 모았으니 어찌 보면 무모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이 무모함은 밤을 새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날이 될 만큼의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의외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진은 로봇의 외형 디자인부터 설계, 내부 전자부품 등 모든 것을 전면 재검토하며 공을 들였다. 6개월 후, 삼성전자가 다시 내놓은 로봇을 보고 이번에 놀란 쪽은 KIST였다. KIST의 로봇과 비교해도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수년간의 연구를 불과 몇 개월 만에 따라잡은, 대한민국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로봇 연구의 외길을 걷고 있는 동료의 노고에 대한 KIST 측의 경탄이었다. 이는 삼성전자 로봇기술력이 2005년 APEC 정상회의의 시연을 계기로, 수십 년을 앞선 KIST와 동등한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 국책과제 과정에서 취득한 로봇 관련 특허만 60여 건이다.
2006년 이후에는 개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접근해나갔다. 우선 그동안 개발과정에서 짚어낸 문제점들을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에 역점을 두어, 1년 반 남짓 되는 기간에 98%가량 대안을 찾았다.
미래학자들은 혈관이나 뇌신경세포에 들어갈 나노로봇이 등장하는 2020년 무렵에는 세계 로봇시장 규모가 5000억 달러로 커져 자동차 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 세계적인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23년에는 임계(臨界)를 초월한 인공지능 로봇이 상용화되고, 2045년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확신에 찬 전망을 내놓았다.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by 삼성전자 블로그 운영자 블루미
다음번엔 와이브로가 탄생하기까지의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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