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원천 중국신화’ 청강 후기 (下편)
상상력의 제국주의를 넘어서…
저번 ‘상상력의 원천 중국신화’ 청강 후기 (上편)에서는 신화의 3가지 기능에 대해서 예를 들어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신화에는 상상력, 이미지, 스토리라는 기능이있습니다. 기업들은 제품이 신화를 만났을 때 얼마나 막강한 마케팅적인 힘을 발휘하는지 충분히 검증된 사례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신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었죠?
下편도 ‘인어’로 시작하겠습니다. 인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는 아래 그림과 같이 매끈한 지느러미를 가진 미녀일 것입니다.
저 또한 인어아가씨가 제일 먼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왜죠? 왜 인어하면 인어아가씨만 생각나는 걸까요?
(‘네? 그럼 뭐 제 답이 탤런트 ‘장서희’ 씨라고 나오길 기대했나요?’ 라고 말씀하신다면 뭐 꼭 그런 건 아닙니다. ㅋㅋ)
당신 상상력의 자유도 또한 그저 그렇군요. 하지만 당신 잘못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위의 인어아가씨와 인어아저씨 이야기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우리의 상상력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상상력은 억압되어 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정재서 교수(이화여대 중문과)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의 상상력은 제한된 교육과 제도, 또 그로 인한 제한적 경험 속에 심하게 구속되어 있습니다. 만날 보고 듣던 게 이솝우화, 그리스/로마신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이런 건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우리나라 전래동화, 우리 토속 신화가 생각날 리 만무합니다.
그럼 이번 기회에 살짝 알려드릴게요~ 잊지 마세요.우리 신화 속에도 훌륭한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이 많으니까요~
신 중의 최고의 신, 천둥 번개를 관장하던 신은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말고도 또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뇌공이 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 다음 빼놓을 수 없는 사랑과 미, 풍요, 죽음과 생명의 여신은 누구? 서양에 비너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서왕모(西王母)가 있습니다.
서왕모는 말 한마디로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아 그들이 지금까지 멀리 은하(銀河)를 사이에 두고 눈빛만 주고받으며 매년 7월 7일이 되어야 오작교에서 만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불사약을 지닌 생명의 여신으로 처음에는 흐트러진 머리에 호랑이 이빨, 표범의 꼬리를 지닌 무서운 모습이었으나 나중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신화에는 헤라클레스가 영웅이지만 동양 신화에는 예(羿)가 영웅 중의 영웅으로 등장합니다.
예는 원래 천신이었다가 천제(天帝)의 미움을 사서 지상으로 떨어졌습니다. 예는 한꺼번에 떠오른 신화 속 10개의 태양 중 9개를 활로 쏘아 떨어뜨려 지상의 인간을 구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찾아본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여기서 다 말씀 못 드리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이처럼 동양에도 우리가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훌륭한 스토리와 이미지, 풍부한 상상력에 기반한 다양한 신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이런 신화가 있다는 것도 몰랐죠. 정 교수는 이것을 ‘상상력도 어떤 일종의 제국주의 안에서 제한되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상상력이 문화 강국의 영향으로 획일화 되어가고 있고 문화 강국들은 자신들의 신화적 근거와 가치관으로 동양의 신화와 그 기능들을 획일화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의 힘은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최근 신(新)한류 흐름을 보더라도, 수백 수천만 대의 제품을 팔아야 벌어들일 수 있는 외화를 콘서트 한 번으로 벌어들일 수도 있고, 음원 판매로도 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국가의 문화의 힘이 강한 시대가 이미 오래 전에 왔었고 지금도 그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문화의 뿌리를 찾아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하나의 중요한 이유입니다. 튼튼한 문화(신화)에 바탕을 둔 상상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이미지와 스토리는 그 나라의 큰 문화적 힘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기소르망(Guy Sorman)이라는 프랑스 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상상력의 복원과 정체성 확립, 그리고 서양 문화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결국에는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정 교수는 또 한 번의 풍성한 문화적 콘텐츠 생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정재서 교수는 강연 마지막에 ‘우리에게는 우리 고유의 체계적인 신화적 스토리가 담긴 신화가 없어서 아쉽다. 그 근간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서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던 심리의 근간에는 부지불식간에 ‘아주 옛날 태초의 본성과 본 모습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워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
지금까지 중국신화 ‘그 상상력의 원천’에 대한 이야기를 상/하편으로 나누어 해봤습니다. 정재서 교수의 강연 내용을 그대로 전하고자 했지만 제 느낌을 가감없이 표현하다 보니 정 교수의 의도와 다를 수도 있고,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부디 오해 없이 들어주시길 바라며, 교수님의 의도와 다르게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사죄 말씀 드립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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