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 ‘선진국형 리더’가 필요하다

2016/01/26 by 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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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 선진국형 리더가 필요하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국내 최고 전문가의 깊이 있는 통찰을 만나보세요. 매주 화요일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강준호 서울대 스포츠경영학 교수


 

지난해 11월, 김인식 감독 체제의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15 WBSC 프리미어 12’(이하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특히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를 앞세운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0대 3’까지 끌려가다 9회에서 4득점 하며 단숨에 판세를 뒤집은 4강전은 ‘11∙19 대첩’으로 불릴 만큼 극적이었다. 팀 내 메이저 리거가 빠진 상태에서 미국 팀을 이기고 우승까지 차지한 점도 돋보였다.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더군다나 일본의 심장부에서!) 이뤄낸 쾌거였다.

 

‘프리미어 12’ 승리 감독 김인식의 ‘쓴소리’

야구 경기장에서 한 남성이 크게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4강도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뒤집은 이번 결과는 비단 한국 야구뿐 아니라 한국 스포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실제로 우승 직후 김인식 감독은 다음과 같이 ‘쓴소리’를 던졌다. “국제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게 있다. 우린 짧게 끊어 위기를 면한다.” 선수의 열세를 감독의 작전으로 근근이 만회하는, 탄탄한 기본기 없이 순간순간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며 자신이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한국 야구의 현실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이었다.

이쯤에서 김 감독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끔 리틀야구를 보면 뛰어난 선수들이 더러 보인다. 리틀야구 국제대회를 하면 일본이나 대만이 우릴 쉽게 이기지 못한다. 이런 선수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면밀히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기량이 떨어져 그만둔 건지, 돈이 없어 야구를 계속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지,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지도법에 문제가 있는 건지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와 맞붙은 일본 대표팀의 오타니 쇼헤이는 160㎞를 던졌다. 비슷한 또래의 다른 투수들도 150㎞는 쉽게 던진다. 이런 선수들이 꾸준히 나온다. 문제는 이 선수들이 어릴 때엔 우리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째서 우린 기를 쓰고 던져야 한 경기에 한두 개 150㎞를 던지고, 저들은 평균 150㎞를 던질 수 있는지 야구계 전체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스포츠서울, 2015년 11월 11일)

공이 들어오고 타자가 공을 치려 하고 포수는 공을 잡고자 합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면 김 감독의 걱정이 단지 ‘일본에 비해 너무 얕은 한국 야구 선수층’에 한정된 게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WBC 대표팀 감독 제의를 거절한 김성근 감독이 지적했듯 장기적 계획을 잡아 대표팀을 구성한 일본 등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감독 선임조차 못하고 대회를 불과 5개월 남짓 남긴 상태에서 김인식 감독이 겨우 대표팀 사령탑을 떠맡았다. 자연히 해외파 선수 등의 섭외 작업도 그 이후에야 이뤄졌을 정도로 준비 체계가 허술했다.

선수 고갈과 (잠재력 있는) 선수 관리 부실, 대표 선수 선발 지연, 대회 준비 부실은 야구계 시스템 부재로 야기된 자연스런 결과일 뿐이다. 노(老)감독의 지적엔 ‘한국 야구의 시스템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대표팀의 프리미어 12 우승은 한국 야구의 미래에 약(藥)보다 독(毒)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가 처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자만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피겨’의 초라한 현주소

한국 야구는 객관적 실력이나 시스템에서 모두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일본 야구를 이겼다. 은퇴를 앞둔 노감독에 의존해 운 좋게 거둔 승리였다. 한국 야구가 일본을 이긴 게 아니라 김인식 감독이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이긴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명장(名將)의 품격과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뛰어난 리더 한 명에게 짐을 지우면 당대엔 승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시스템을 이기기 어렵다.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는 리더는 비전과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웅(聖雄) 이순신이 어렵게 지켜낸 조선도 결국 일본에 강제 합병되지 않았던가!

한 아이가 벤치에 앉아 바닥을 쳐다보며 앉아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시스템 부재 문제는 스포츠 외 다른 분야에도 대부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은 압축 성장을 통해 불과 반 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에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채 너무 오랜 시간 진통을 겪고 있다. 우리의 의식과 행동, 사회적 체계 등이 과거의 압축 성장 방식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란 말이 입증하듯 우린 꽤 오랫동안 압축 성장의 성과 못지않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특히 세월호 사태는 우리에게 ‘더 이상 과거의 성공 방식으론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엄중하게 던지고 있다.

 

‘시스템’ 기반 선진국 진입 위한 선결 과제

여러명의 아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단합하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선진국은 ‘개인’보다 ‘시스템’에 기반해 움직이는 나라여야 한다. 물론 사회 각 분야의 무수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은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시스템 구축의 기본 방향은 같다. 가치중심적이어야 하고 합리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형 시스템을 만들고 작동케 하는 건 국민 모두의 몫이지만 그 첫 단추를 끼우는 건 역시 리더십이다. 사회 구석구석마다 선진국형 시스템의 기반을 닦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강준호

서울대학교 스포츠경영학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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