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통섭 칼럼] 쉔베르크의 무조 음악과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

2010/07/15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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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음악의 아버지이고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이다. 그렇다면 바흐와 헨델의 아이의 이름은 무엇일까? 당연히 아이의 이름은 ‘음악’이다. 그들은 음악의 부모니까…. 그렇다면 이 질문은 난센스였을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는 말을 단순한 상징적인 의미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모리스 클라인의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 (1953)’를 읽고는 상징적이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리스는 바흐와 쉔베르크는 수학적 개념을 통해 작곡의 이론을 만들었다고 했다. 수학과 음악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가장 이성적인 수학과 가장 감성적인 음악이 한통속이라니…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

▲ 모리스 클라인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기 보다는 대위법을 통한 화성 음악의 아버지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것은 사실상 서양 클래식 음악이 바흐로부터 시작된 조성이 존재하는 화성 음악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동양이나 아프리카 어디에도 조성 음악이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반정해 준다. 바흐는 새로운 음악을 만듦으로써 50명 이상의 음악가를 가문에서 배출하였다. 창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도-미-솔로 대표되는 화성은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다. 통신 기술과 연결하기 위해 수학적인 신호처리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화성은 주파수가 정수배가 될 때 일어난다. 이에 대해서는 피타고라스 시절부터 알았던 사실이며 수학적으로는 푸리에(1768~1830)가 정리했었던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바흐 부자는 이런 특성을 작곡에 반영하였던 것이다.

세월이 지났다. 베토벤, 모차르트를 포함하여 바흐 이후부터 작곡된 클래식은 거의 대부분은 조성을 따랐다. 그런데 19세기에 갑자기 아르놀트 쉔베르크(1874~1951)가 등장한 것이다. 그는 그 동안의 전통을 거부하고 과감히 조성을 없앤 무조 음악을 작곡하여 지휘자들에게 제출한다. 지휘자 협회는 그의 음악의 연주를 거부한다. 조성이 없다는 점이 말이 안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무조 음악의 작곡법인 12음 기법을 창시한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르놀트 쉔베르크

▲ 작곡가이자 화가로도 활동했던 무조음악의 아버지 ‘아르놀트 쉔베르크’


무선 통신에서 바흐급의 대가를 들라고 하면
클라우드 새년을 드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간섭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하나의 송신기와 하나의 수신기가 신호를 보내고 받을 때를 가정한 이론이라는 의미이다. 바흐 이후의 클래식 음악처럼 지금까지의 통신 이론은 이 개념을 기본으로 하여 발전되어 왔다. 둘 이상이 동시에 통신하고 싶을 때는 TDMA, FDMA, CDMA등 자원을 직교로 분할하여 사용함으로 간섭 현상을 배제하였다.

앞으로의 무선통신은 기지국 등 중심 제어 장치가 존재하기 힘든 산발적이고 복잡한 환경에서 일어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루투스, 무선랜 등 점점 더 많고 다양한 무선 단말들이 같은 영역대의 주파수를 사용하여 통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섭을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통제도 불가능하고 원활한 통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가 파티에 참여하여 대화할 때 한 사람에 의해 중재되지 않고도 다들 잘들 대화한다. 서로들 귓속말만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대화 도중에도 상대방과의 대화를 거의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

PMP,노트북 등 차세대 무선통신 환경

▲ 차세대 무선통신 환경 [출처] http://www.etri.re.kr/eng/etri/sub02/sub02_252_10.jsp/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새년의 훌륭한 이론이 지금까지 통신 시스템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하더라도 이론으로 구성됨으로 인해 실질적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원활한 통신을 위해서는 간섭은 배제해야 한다는 새년 이론에 따른 기존의 사고를 쉔베르크가 클래식에서의 불문율이던 바흐의 조성을 과감히 파괴했듯이 이제 무선 통신 분야에서도 파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이다.

최근 통신 시스템은 다중송수신 안테나 (MIMO) 기술을 통해 엄청난 상식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여러 안테나로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낸다는 것은 간섭을 일으키는 행위임으로 MIMO 기술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일 뿐만 아니라 통신 시스템의 전송 속도의 보장을 위해 금지되는 행위였다. 사실 MIMO 이전에 Alamouti 시공간 코딩 기술에서부터 안테나 별로 서로 다른 신호를 송신하는 개념은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두 안테나를 신호를 보내어 다이버시티 효과를 얻을 때는 시간 분할 또는 주파수 분할을 통해서 동일한 신호를 다른 시간대 또는 다른 주파수대에 다른 안테나로 보내도록 구성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엔지니어 들이 간섭은 신호 전송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기존 개념의 벽에 갇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중송수신 안테나 (MIMO) 기술

▲ MIMO 기술의 역사와 미래


제대로 된 MIMO 기술은 이론적으로만 접근하지 않는 실제 실험을 통해 테스트를 했던 Lucent의 엔지니어 포치니 (Foschini)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론은 그 이후에 전문가들에 의해 구체적인 성능 평가와 함께 증명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음악에 있어서 포치니는 지휘와 작곡을 동시에 했으며 쉔베르크가 존경했던 구스타프 말러와 비슷한 역사적인 일을 한 것이다.

지휘자였던 말러는 초기 작곡한 곡을 배포했을 때 심하게는 지휘나 열심히 하라 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이론에 매달려 있는 작곡가들의 한계를 극복하며 지휘를 통한 경험의 반영으로 ‘천인 교향곡’등 불후의 명곡을 남기게 된다. 포치니 (Foschini)의 MIMO가 실험을 통해 발견되고 이론으로 구체적인 방법이 만들어 졌듯이 말러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였던 자신의 장점을 살려 이론과 실제를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 세계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바흐는 초기 이론을 정립함으로 초기 클래식 음악의 아버지였으며, 쉔베르크는 바흐의 이론의 벽을 과감하게 뚫음으로써 새로운 음악 분야를 창시하게 되었다. 무선 통신에서도 간섭에 대한 개념의 새롭게 정립 하는 등을 포함하여 사고의 전환을 통해 쉔베르크 급의 혁신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어디서나 무선 통신을 통한 디바이스 사용의 자유로움 배가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1] 다음 지식, “바흐는 왜 음악의 아버지 인가요?”, 2005-5-14

[2] J. Andrews, N. Jindal, et, al Rethinking Information Theroy for Mobile Ad Hoc Networks, IEEE Communications Magazine, Vol. 46, No. 12, pp. 94-101, Dec. 2008.

 

김성진※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삼성전자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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