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안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그랜빌 아일랜드
오래된 건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밴쿠버와 사뭇 다릅니다.
지독한 자본주의 경제 논리 앞에서는 아무리 추억과 역사를 가진 건물이라도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철거되고 있는 현실에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오래된 주택가가 사라지고 고층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저희 집 앞을 떠올리면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자아내곤 합니다.
그런면에서 밴쿠버는 참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한 것에 대한 가치를 밴쿠버에서 발견하고 있거든요.
그 대표적인 예가 밴쿠버 다운타운 남쪽에 위치한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명칭과는 다르게 섬이 아니랍니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폴스크리스 쪽으로 연결된 반도로써 오랜 시간 공장으로 이용되던 지역이였는데 1970년 대부터 산업의 경쟁력을 잃고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점점 황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밴쿠버 시에서는 이곳을 재건축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통해 낡은 공장 건물들을 아름다운 예술 작업 공간으로 재창조하여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든 이상적인 곳이 되었습니다.
그랜빌 아일랜드를 찾아 가기 위해서는 SkyTrain Canada Line를 타고 Olympic Village에 내려 84번 버스를 이용하거나, Yaletown RoundHouse 내려 그랜빌 다리를 건너가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운치를 즐기며 도보로 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조선소를 Public Market으로
이 Public Market은 한 때 배를 만들던 조선소였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1,20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로 북적이던 이 곳이 문을 닫게 되자, 이곳을 마켓으로 리모델링 하였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아직도 당시의 조선소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그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배를 만들기 위해 철근을 들어올리던 기중기 아래서 실크(Hand-made Silk)를 판매하고 있는 Mark씨는 위험하지 않는냐는 애니콜리포터의 질문에 ‘안전하게 고정되어 있다’며, ‘오히려 기중기 덕분에 손님들의 관심을 끌어 장사가 잘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곳에서 만들던 배를 기념품으로 팔고 있는 Joe씨는 ‘선친이 이 공장에서 배를 만드는 일을 했는데, 우연히 이곳에서 장사를 하게 되어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다‘며, 추억이 담긴 모형 배를 보여주었습니다.
못 공장을 캘러리 인쇄소로
Public Market을 나와 인근에 위치한 인쇄로로 자연스럽게 향했습니다.
보기만 해서는 여기가 인쇄소인지, 미술관인지 애매할 정도로 잘 꾸며져 있던 곳이였는데요.
위 : 캘러리 하우스같이 꾸며진 인쇄소
아래 : 상점 내부에 들어서서야 인쇄소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1977년까지 못을 만드는 공장이였다가 이 후 다양한 용도로사용되다 1979년부터 인쇄소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곳 역시 아직도 못 공장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어 더욱 운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한 때는 캐나다 산업을 이끌었던 이 곳은 우리 인쇄소의 정신”이라며, 애니콜리포터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Andew씨
도자기 공장을 -> 대학교로
즐거운 마음으로 인쇄소를 나와 애밀리카(Emily Carr) 대학교로 향했습니다.
북미에서 디자인으로 유명한 애밀리카 대학교 건물은 원래 도자기를 만드는 공장이었습니다.
애밀리카 대학교로 향하는 길에도 옛 공장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물들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도자기 공장이었던 이곳은 장인정신를 이어받은 듯, 북미에서 가장 인정받는 디자인 대학으로 탈바꿈하였습는데요. 공장을 이렇게 멋진 캠퍼스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잠시 만난 애밀리카 대학교 2학년 Tould 씨는 도자기 공장을 대학 건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러면 어떤 문제가 되냐?”며 오히려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도자기를 만들던 장인들의 혼이 우리 학교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아 좋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 무엇이 옳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상황에 따라선 리모델링을 할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재건축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것들만 지향하다보면 우리내 삶에서 추억은 빠진채 허공만을 채워가며 살아갈지 모릅니다.그랜빌 아일랜드는 그런 점에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던, 밴쿠버에서도 잊지 못할 곳이였습니다.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도 저희와 같은 기분을 느끼길 바라며 밴쿠버에서 애니콜 리포터가 보내드린 캐나다 소식이였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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