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반도체사업을 해야 하는가?

20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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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미의 올드 다이어리-삼성전자 발자취1983년, 국가와 국민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 충분히 검토하고, 철저히 준비했소!, 어두워 어두워, 이건 도박이야, 쯧쯧, 점10 어때?, 무모한 도전, 돈쓰고 돈잃기
물끄러미 호텔 창밖을 내다보던 이병철 회장의 깊게 패인 주름에는 고단함이 묻어났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도쿄의 밤 풍경은 그의 머릿속만큼이나 어수선해 보였다.

‘진출할 것인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매년 일본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삼성 그룹의 진로를 차분하게 구상해 온 이병철 회장이지만, 올해는 끼니를 거르고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생각도 복잡했고 고민도 많았다. 곧 내리게 될 판단에 따라 뒤바뀔 삼성그룹의 미래. 그날 밤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한 이 회장은 날이 밝자마자 수화기를 움켜쥔다. 상대는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이었다.

“결심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반도체, 해야겠습니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 사실을 공포해주세요.”

이때가 바로 1983년 2월 8일.
기업의 운명을 바꿔 놓은 이 날을 삼성은 ‘2.8 동경구상’으로 기록한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삼성그룹의 이름으로 <우리는 왜 반도체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문을 공식 발표하지만, 국내 상황은 삼성의 반도체사업 진출에 박수를 보낼 형편이 아니었다. 불과 6개월 전, ‘반도체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넌지시 비쳤을 때, 난색을 표했던 것이 재계의 입장이었다.

“반도체사업은 인구 1억 이상, GNP 1만 달러 이상, 국내 소비 50% 이상이 되어야 가능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실정은 이 중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시설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하는 반도체사업은 우선 시설투자에서 경쟁업체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는 위험한 사업입니다. 우리 경제가 과연 그만한 투자를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마디로 반도체사업은 시기상조며 확률적으로 이기기가 거의 불가능한 도박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재계는 삼성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당분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업계 또한 ‘일본의 최고 기업들조차 힘겨워하는 반도체를 우리 실력으로 어떻게 하느냐? 3년도 못가 실패할 것’ 이라며 냉소 어린 시선을 보탤 뿐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결단을 내린 반도체사업 진출 선언은, 재계의 반대 여론과 업계의 냉소를 오히려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삼성은 언제나 새 사업을 준비할 때 그 기준이 명확했다. 국가적 필요성이 무엇이냐, 국민의 이해가 어떻게 되느냐, 또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기준에 견주어 현 단계의 국가적 과제는 ‘산업의 쌀’이며 21세기를 개척할 산업혁신의 핵인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라 판단하였다”
이병철 회장과 삼성의 경영진은 반도체사업을 삼성만을 위한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사업, 궁극적으로 이 회장의 염원이었던 ‘사업보국’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산업이라 확신했으며, ‘반도체 신규사업 진출 선언’은 국민의 공감과 국가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선언과 동시에 64K D램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는 발표였다.
당시 삼성의 수준은 가전제품용 LSI (고밀도 집적회로)를 간신히 생산하는 단계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이 반제품을 들여다 가공, 조립 하는 수준이어서 D램을 생산한다는 것은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가 하늘을 날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무모한 결정이자 과욕으로 느껴진 64K D램 개발.
하지만 64K D램 개발을 발표하기까지 삼성은 오랜 기간에 걸친 완벽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은 상태였고, 시나리오의 첫 출발은 1974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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