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칼럼] 제2화.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_윤영권 마스터 편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올해로 17년, 요즘 전 문득 ‘실패’의 의미를 떠올리곤 합니다. 여러분은 실패란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실패. 누군가에겐 피하고 싶고 두렵기만 한 단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게 실패는 ‘성공’과 동의어입니다. 수많은 실패가 쌓이고 쌓여 제 경험적 지식이, 또 노하우가 됐으니까요.
제1장. ‘딱 반 보 앞선’ 기술에 대한 깨달음
“삼성전자에서 하시는 일이 뭐예요?” 누군가가 제게 이렇게 묻는다면 보통의 경우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휴대전화 카메라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합니다.” 전 2002년부터 줄곧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 장치 하나만 연구해왔습니다. ‘카메라 모듈(camera module)’로 불리는 이 장치는 웬만한 어른 손톱 하나 크기보다 작습니다. 매일 보는 장비지만 이번 칼럼을 구상하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새삼 새롭게 느껴집니다.
지금이야 (휴대전화) 카메라가 제 이력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저도 지난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약간의 방황(?) 끝에 지금 역할을 찾게 됐습니다. 카메라 모듈 개발 업무가 처음부터 손에 익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입사 초기, 제가 몸 담았던 부문은 광소자(光素子)였습니다. 특정 산업(통신)군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집약적 분야였죠. 반면, 2년 후 DMC(Digital Media Communication)연구소로 옮겨오면서부터 연구하게 된 휴대전화는 엔드유저(end-user)가 일반 소비자인 제품입니다. 타깃 자체가 달라진 거예요.
‘시장 기술에 관한 한 지금보다 딱 반 보 앞선 게 최선이다.’ 삼성전자에서 휴대전화용 카메라 모듈을 개발하기 시작하며 제가 가슴 깊이 새긴 첫 번째 깨달음이었습니다. 소비자에게 유용한 기술은 많이 앞서간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란 거죠.
‘모든 가르침은 뼈아픈 실패 후에 온다’는 말이 있죠. 저도 그랬습니다. 우리가 카메라 모듈을 개발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제가 속한 팀의 목표는 WCDMA폰에 들어갈 2M 오토포커스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실장(實裝) 공간이 좁은 휴대전화에 최적화된 카메라 모듈은 어떤 걸까?’ 그때 우리 팀이 매달린 과제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린 당시로선 새로운 형태의 2M 오토포커스 카메라 모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정사각형에서 직사각형으로의 형태 변화도 파격적이었죠.
문제는 ‘새로운 카메라 모듈을 실제로 제작하려면 기존 생산 라인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었습니다. 우리가 새로 만든 제품이 기술적으로 안정적이긴 했지만 양산(量産)하려면 당시까지 가동되던 제조 시설을 상당히 바꿔야 했던 거죠.
결국 우리 제품은 양산 초기, 수급과 수익성 측면에서 고전하다 ‘조기 단종(斷種)’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당시로선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발상이었지만 결과적으론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았죠. 배운 것도 있었습니다. ‘선행(先行) 개발은 도전적으로 해야 하지만 소비자 대상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은 반드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교훈을 얻었거든요.
제2장. 두렵다, 실패한 사실조차 모를까 봐
▲윤영권 마스터에 손에 들려 있는 갤럭시 S7 내장 카메라 모듈. 윤 마스터는 “이 작은 부품 안에 고도의 기술력과 창의력이 응집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팀이 개발하고 생산해낸 카메라 모듈은 갤럭시 S 시리즈부터 꾸준히 탑재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카메라 모듈 기술은 국내외 어느 기업보다 뛰어난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보유한 기술은 혁신적이며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죠.
△기존 오토포커싱 액추에이터(AF actuator) 기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피드백 제어’ 방식의 오토포커싱 액추에이터 기술 △카메라 모듈 이미지센서 뒤에 금속판을 덧대어 ‘조립 모듈의 안정성’과 ‘발열 조절’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기술 △갤럭시 S7 시리즈에서 최초로 시도된 ‘듀얼 픽셀(dual pixel)’ 기술…. 카메라 관련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일원으로서 전 ‘미세한 혁신이 삼성전자 휴대전화 제품의 소비자 만족도 향상에, 나아가 삼성 브랜드의 신뢰도 제고에 한몫했다’는 자부심을 품고 있습니다.
사실 ‘따라 잡아야 할 누군가’가 있을 땐 일하기가 쉽습니다. 그 누군가가 일종의 지침서 역할을 하니까요. 앞선 이의 궤적을 살피며 그만큼씩만 성취해나가면 ‘밑져야 본전’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는 1등은 외롭고 힘듭니다. 없는 길을 만들며 가는 일은 흡사 ‘미로 찾기’ 같습니다.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알아맞힐 때보다 틀릴 때가 훨씬 많거든요. 직접 가보지 않고선 정답을 알 수 없는 거죠. 때론 한참을 가고서야 잘못된 길로 들어섰단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때론 정답과 오답 사이에서 영영 헤맬 수도 있죠.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이 경우입니다, 실패하고서도 그 사실조차 모르는 것.
제3장. 에디슨의 ‘실패론’을 마음에 새기고
‘내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분명히 규명할 수 있다면 잘못된 길로 들어설 확률은 얼마든지 낮출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실패도 잘만 하면 성공과 다르지 않다, 는 게 제 생각입니다. 미래에 맞닥뜨리게 될 무수한 선택의 기로 가운데 ‘명백한 오답’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을 적잖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 발명가 겸 사업가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죠. “난 실패하지 않았다. 1만 가지 잘못 작동하는 법을 찾았을 뿐이다(I have not failed. I've just found ten thousand ways that won't work).”
그는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 중 다수는 성공을 목전에 두고도 그 사실을 모른 채 포기한 이들이다(Many of life's failures are people who did not realize how close they were to success when they gave up).” 저도 잘 못하는 일이긴 하지만 에디슨의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실천하며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제가 겪은 많은 일이 그랬습니다. 숱한 실패를 딛고 끈질기게 과제를 붙들었을 때, 그 노력은 반드시 크고 작은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입사 이후 처음 개발에 관여한 제품은 수율(收率)도 기대 이하인 데다 당시 생산 공정과도 맞지 않아 결국 제품화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엔 우리 팀이 만든 카메라 모듈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아니 우리 팀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4장. 막힐 땐 언제나 ‘소비자’로 돌아간다
소비자를 엔드 유저로 삼은 제품을 개발할 때 모든 문제의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소비자가 흡족하게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겁니다. 어려운 과제와 맞닥뜨렸을 때, 새로운 과제에 도전할 때 전 늘 생각합니다. 모든 일엔 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내게 그 열쇠는 변함없이 ‘소비자’라고.
너무 모범 답안 같은 말이라고요? 삼성전자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제 말에 공감하실 겁니다. ‘반 발짝만 앞서가기’는 소비자를 전제로 한다면 너무 당연한 결론입니다. 전 말할 것도 없고 삼성전자의 모든 직책은 어느 개인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친절하면서도 진보하는’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자립니다. 전 그 사실을 언제나 마음속에 새기며 일합니다. 제 주변 동료와 선후배도 마찬가지고요. 그건 어쩌면 ‘글로벌 리딩 기업’에서 일하는 모든 이의 본분 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영권 마스터는
대학에서 광학∙통신 모듈을 전공했다.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2002년부터 줄곧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 하드웨어 연구∙개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2010년 12월 마스터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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