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비 주역’ Z세대 겨냥한 CSR 핵심 전략 4
기업의 연령집단 공부, ‘밀레니얼 세대’ 넘어 ‘Z세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이 유행인 건 맞지. 그렇다 해도 이런 추세가 과연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지속될까? 더욱이 요즘은 CSR을 경영 전략에 통합, 생산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기업도 늘고 있다는데 그런 장기 투자엔 위험 요소가 없을까? 고객이 우리의 투자 노력을 알아주고 그게 확실히 이윤으로 연결될까?’
만약 당신이 기업 경영자여서 이런 의문을 품게 됐다고 가정했을 때 그 답을 구하는 데 도움 될 만한 자료가 있다. 최근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 ‘Z세대’ 관련 연구가 그것이다.
Z세대(Generation Z)는 2000년대 초(이르면 1990년대 말)부터 출생한 연령 집단을 일컫는 용어다. 지난달 18일자 스페셜 리포트 “‘미래 기업 운영의 뇌관’ 밀레니얼 세대 공략법”에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태어난 연령층)를 잇는, 현재로선 나이가 가장 어린 세대다. 대략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출생 집단을 ‘X세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출생 집단을 ‘Y(혹은 밀레니얼)세대’라고 부르는 연장선상에서 2000년 무렵부터 태어난 세대를 Z세대로 명명하는 것이다.
Z세대는 아직 어려 정식 경제활동 인구로 보기 어렵지만 경제 동향 전망을 살필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미국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 기업 카산드라(Cassandra)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부모 중 93%는 “집에서 뭔가 구매할 때 아이들(Z세대) 의사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변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사고와 행동의 특성을 파악하면 소비 행태의 장기적 변화나 동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Z세대와 관련해선 지난해 9월 미국 CSR∙통합마케팅 전문 기업 콘커뮤니케이션즈(CONE Communications)가 발표한 ‘2017 콘 Z세대 CSR 연구: Z세대의 어법’[1](이하 ‘콘 보고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청소년(13세~1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조사 결과가 담긴 이 보고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뒤를 잇는 Z세대가 기업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글 서두에 정리된 그래픽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것이다).
지난 회차 스페셜 리포트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것처럼 밀레니얼 세대는 그 이전 세대에 비해 대체로 알뜰하지만 사회적으로, 혹은 환경적으로 유의미한 일엔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상당수 기업이 CSR을 아예 마케팅 전략의 한 요소로 통합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그들의 성향 때문이다. 그런데 콘 보고서는 이런 특성이 Z세대에선 한층 강하게 나타나고 있단 사실을 보여준다.
위 그래픽이 보여주듯 사회∙환경 사안에 대한 Z세대의 관심도는 밀레니얼 세대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대해 혹자는 “아직 어려 세상 물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활동과 관련, Z세대의 특성을 다룬 여타 연구 결과를 함께 들여다보면 이런 특성은 그리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 기업 EY가 2016년 12월 발표한 보고서 ‘Z세대의 부상: 소매 기업의 새로운 과제’[2]에 따르면 Z세대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판단력을 갖고 있으며 젠더(gender)‧환경‧사회정의 등 다양한 사안에 두루 관심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어른 세대의 지도에 따르기보다 뭐든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려 하며, 디지털 문화를 대단히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안다. 최근 미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캠퍼스 총기 사건에 대한 Z세대의 대응 방식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 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사안에 대해선 온∙오프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 즉각 행동에 나선다.
“2020년이면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활동 인구의 50%를 넘어설 것”이란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며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Z세대는 선배 세대의 특성으로 강조되는 요소를 보다 뚜렷하게, 그리고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이 왜 시행착오를 무릅쓰고 전략적 CSR을 실행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도출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 주목하라!”
권위∙유명세에 기대던 기존 패러다임과 과감히 이별을
최근 온라인 CSR 관련 담론 공간에선 기업이 전략적 CSR을 채택, 변모해갈 수 있는 방법을 둘러싸고 토론과 조언의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금까지의 홍보 전략 패러다임과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광고’(1999)[3]의 저자 데이브 손더스(Dave Saunders)는 “20세기 광고는 (신문에 광고가 최초로 게재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명망 있는 사회적 지도자 △유명 연예인 △아름다운 여성 등 눈길 끌 만한 사람들이 나와 갖가지 이미지를 앞세워 상품을 권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단 얘기다. 중후한 (인격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의사가 권하는 담배 광고 따위가 단적인 예다. 권위 있(어 보이)는 기관에서 발급한 각종 인증서, 이런저런 등급을 앞세운 초기 CSR 홍보 전략 역시 이런 유(類)의 패러다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전략1_매체 광고 대신 ‘입소문 효과’ 활용
하지만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에게 이런 광고는 시쳇말로 ‘먹히지’ 않는다. 나이 든 세대의 권위보다 또래집단(peer group) 평가를 훨씬 중시하는 게 이들의 특성이기 때문. 쉽게 말해 기업이 엄청난 돈을 들여 유명 인사(celebrity)를 섭외, 광고를 만든다 한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또래집단 내 여론을 형성하는 것보다 효과가 덜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 해서 섣불리 SNS 홍보를 시도하려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온라인 콘텐츠 구성 방식과 그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응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며, 진정성 있는 콘텐츠에 대한 이들의 판단(선택) 감각은 놀랄 만큼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과 관련해선 2016년 12월 14일자 스페셜 리포트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③교육_첨단 기자재는 ‘빙산의 일각’”을 참조할 것)
이런 상황에서 솔루션은 명확하다. 기업은 스스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진정성 있게 실행해야 하며, 그 성과는 광고성 매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젊은 연령층 사이에서의 입소문으로 퍼져가게 하는 편이 효과 측면에서 가장 확실하리란 사실이다.
혹 ‘진정성이 밝혀지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면 SNS가 세계를 얼마나 좁히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가정에서 유용한 게 일명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Kevin Bacon)’’이다. “세상 모든 사람은 6단계 이내 고리로 모두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이 법칙의 핵심 메시지. 이를테면 “내 친구의 친척의 부인의…”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관계를 설정하다 보면 전 세계 인구가 모두 연결된단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SNS가 활성화되며 ‘6단계 이내’는 ‘3단계 이내’로까지 좁혀졌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태그(tag) 단어만 잘 붙여도 세계 인구 대다수가 특정 정보를 불과 며칠 만에(그조차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공유할 수 있다.
전략2_네트워킹 전략은 또래집단에 맡길 것
SNS를 잘 활용하면 별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SNS를 통한 소통은 지금껏 기성 세대가 익숙하게 여겨온 소통 방식과 크게 다를 뿐 아니라 끊임없이 변모해가고 있다. 기성세대가 SNS를 활용, 젊은 층에 감동을 안기거나 젊은 층을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이는 일에 서툰 건 그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밀레니얼 세대 직원에게 회사와 대중 간 소통 전략을 맡기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일찍이 니콜 팰런(Nicole Fallon) 비즈니스뉴스데일리[4] 편집장이 주창해 주목 받았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은 우려할 것이다. ‘아직 회사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사원에게 그리 큰일을 맡기면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 전문 매거진 ‘포브스(Forbes)’ 기고자 딥 파텔(Deep Patel)을 비롯, 수많은 전문가가 “밀레니얼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Z세대는 더더욱 기업을 ‘친근하고 다정한 친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기업이 이들 세대에 친절한 이미지를 심어줄수록 이들 세대 역시 기꺼이 기업에 ‘친절한 소비자’가 된단 얘기다. 앞 회차에서 언급된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부 교수의 조언 중 ‘공유하는 지점’이란 바로 이 부분을 말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단순 공유를 넘어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도 있다. 블래드 몰다프스키(Vlad Moldavskiy) 매블리(Mabbly)[5] 디지털 부문장 겸 파트너는 “밀레니얼 세대는 뭔가 뜻있는 일을 회사와 함께할 때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회사가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상사가 권하는 일에 기부(30% 이하)하기보다 △또래가 권하는 일에 기부(46%)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회사와 함께 기부할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69%)”는 응답자도 상당히 많았다.
전략3_‘제품 판매’보다 ‘스토리 전파’가 우선
밀레니얼(과 그 이후) 세대가 기업을 친구처럼 여기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 대다수는 쇼핑몰에서 여가를 즐기는 부모 손에 이끌려 유모차 안에서, 아장아장 걸으며 자랐다. 소비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기고 누릴 줄 아는 만큼 (소비 품목 제공자인) 기업에 대해서도 친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한 것.
이와 관련, 니콜 팰런 편집장의 설명은 그럴듯하다. “기업이 제품을 내놓으면 밀레니얼(과 그 이후) 세대는 그 기업을 쳐다볼 겁니다. 그러곤 묻겠죠. ‘내가 왜 이걸 사야 하나요?’ 바로 그때 그들의 입장에서 친절하게 들려줄 수 있는 스토리를 갖추는 것, 앞으로의 기업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작업입니다.” 그 스토리가 진정성은 물론, 재미와 감동까지 겸비했다면 ‘미래 소비 주역’인 밀레니얼(과 그 이후) 세대는 자신들이 익숙하게 다루는 SNS 등 각종 온라인 채널로 그걸 재빨리 퍼뜨리면서 즐거워할 것이다. 그건 또한 오늘날 기업이 ‘소비자와 동일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바꿔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략4_CSR 전략 수립도 ‘오픈소스’ 방식으로
영국 소비재 생산 기업 B&Q(Block & Quayle)는 2016년부터 광범위한 자체 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우선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기업으로서 고려해야 할 사안과 관련, 목록을 만들고 △자신들이 생산하는 수천 가지 제품을 원료 채취에서부터 폐기물 회수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꼼꼼히 점검해 △위해성이 있거나 기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는지,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그걸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는지 모색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환경적 의식 수준이 높은 소비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제품 생산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아직 정식으로 보고된 적은 없지만 이처럼 기업의 제품 개발이나 생산 방식 변화 과정을 소비자와 함께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단 이 과정에선 IT 업계에서 종종 도입되는 오픈소스 방식을 응용, 단편적 소비자 아이디어 공모 대신 한층 심화된 수준으로 집단지성을 쌓아가는 형태가 필요하다.
“상대를 알고난 후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百戰不殆).” 경쟁사회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격언은 공생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밀레니얼 세대에서 Z세대로, 또 그 이후 세대로 끊임없이 변해가는 소비 세대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작업은 때로 기업 자체를 돌아보는 작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기업이 소비자와 진실로 상호작용(interaction)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 말이다. 21세기 기업에 필요한 ‘바람직한 CSR’의 형상 역시 그 같은 노력의 토대 위에서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1] 원제 ‘2017 Cone Gen Z CSR Study: How to Speak Z – Cone Communications’(관련 링크는 여기 참조)
[2] 원제 ‘The rise of Gen Z creates new challenges for retailers’(관련 링크는 여기 참조)
[3] 원제 ‘20 century advertisement’(국내 미번역)
[4] 온라인 비즈니스 전문 미디어(Business News Daily, 웹사이트는 여기 참조)
[5] 미국 시카고 소재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웹사이트는 여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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