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밖에 모르는 사나이’ 이충후 셰프 “오랫동안 여운 남는 요리 만들고 싶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연구하는 프렌치 셰프가 있다. 요리를 향한 열정 하나로 프랑스에 건너가 정상급 요리연구가가 돼 돌아온 이충후 제로콤플렉스(서울 서초구 방배동) 오너 셰프가 그 주인공. 제로콤플렉스는 지난달 초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 서울 편에 선정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그를 제로콤플렉스에서 만났다.
손재주 남달랐던 청년, 무작정 떠난 ‘프랑스 요리 유학’
이충후 셰프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과학 실험이나 만들기 등 즉흥으로 뭔가 만들어내는 데 재능과 흥미가 있었다. 역시 상당한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은 그는 군대 전역 후 프랑스로 향했다. 딱히 뭔가 준비하고 떠난 유학은 아니었다. 그저 “요리 하면 바로 프랑스가 떠올라서” 무작정 프랑스 땅을 밟았다.
프랑스 요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만으로 유학길에 오른 그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시장’이었다. 일단 규모가 압도적이었고 취급하는 식자재도 천차만별이었다. 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 그럴싸한 정찬(dining)을 준비하는 ‘신세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물론 늘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다. 어학 공부를 충분히 하고 떠난 유학이 아니어서 높은 언어 장벽에 부딪혔고 하루하루 고단한 일상이 이어졌다.
▲르 샤또브리앙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이충후 셰프(사진 맨 오른쪽)
사실 인턴 생활을 하며 처음 접했던 프렌치 요리는 좀처럼 그와 맞지 않았다. 하지만 목표를 결과로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성격 덕분일까? 첫 직장이었던 르 샤또브리앙(Le Chateaubriand)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프렌치 요리 철학을 쌓아갔다. 르 샤또브리앙은 전혀 새로운 재료를 결합하는가 하면, 실험적 요리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걸로 잘 알려진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 이충후 셰프는 이곳에서 마음 맞는 동료들과 머릴 맞대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요리를 배워갔다.
요즘도 그는 종종 당시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지금은 르 샤또브리앙에서처럼 실험적 시도를 좀처럼 못하고 있어 아쉬워요. 언젠가 그곳에서 경험했던 새로운 시도와 열정적 도전을 제로콤플렉스에서도 선보이고 싶습니다.”
‘약점(complex) 없는, 이상적 레스토랑’ 향한 소망 담아
▲사진 촬영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멋진 포즈를 취해준 이충후(사진 맨 왼쪽) 셰프와 제로콤플렉스 셰프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선정 레스토랑’의 영예 덕분일까? 인터뷰 당일 만난 제로콤플렉스 직원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올해로 개점 3주년을 맞는 이곳의 최초 명칭은 00000000000000(14개의 0). ‘약점(complex) 없는 이상적 음식점’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그의 염원을 담았다. 이후 레스토랑 이름은 손님들이 부르기 쉽도록 현재와 같이 바뀌었다.
제로콤플렉스에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안겨준 요리는 뭘까? 이충후 셰프는 “미쉐린 가이드 선정 작업은 방문자와 방문 시각, 횟수까지 모두 비밀리에 진행돼 우리도 어떤 요리가 좋은 평가를 받았는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로콤플렉스 음식엔 분명 남다른 요소가 있다. 일단 그는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메뉴를 선호한다. 신선한 재료로 기본에 충실한 조리법을 사용, 요리를 완성하는 것. 실제로 허브∙뿌리채소∙양배추∙케일 등 제로콤플렉스에서 맛볼 수 있는 농산물은 대부분 그가 직접 경기 여주에 위치한 농장에서 갖고 온 것들이다.
▲이충후 셰프는 시간 날 때마다 경기 여주 농장을 찾아 요리에 쓰일 재료를 직접 공수해온다. 위 사진 오른쪽은 농장 주인 박미영씨
농장은 비닐하우스와 달라 인위적 열을 사용하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한다. 그런 만큼 한겨울엔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서일까, 이맘때 제로콤플렉스를 찾는다면 겨울에 힘 잃기 쉬운 채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충후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제로콤플렉스는 제철 식자재의 특성을 요리에 녹여내고자 월 1회 메뉴를 바꾼다. 셰프 입장에선 여간 번거로운 설정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요리사가 한 가지 음식 조리만 반복하면 그 음식 만드는 실력은 늘지 몰라도 전체적 수준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부지런히 배우며 도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소박하지만 신선한 재료를 쓰되, 아름다운 플레이팅(plating)으로 정성을 더한 이충후 셰프의 요리들
월 1회 메뉴 변경… “제철 재료로 ‘최고 요리’ 내려고요”
클럽드셰프 코리아는 그의 첫 국내 대외 활동이었다. 네 명의 스타 셰프 사이에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그는 “평소 좋아하던 선배 셰프들과 함께할 수 있어 무척 영광이었다”며 클럽드셰프 코리아 합류 당시를 회상했다.
이충후 셰프는 클럽드셰프 코리아 멤버로서 자신의 노하우가 반영된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의 사용자이기도 하다. 음식 재료의 신선도를 특히 중시하는 그는 “냉장고는 온도 편차가 크지 않은 제품이 좋은데, 패밀리 허브는 저온 기능을 갖추고 있어 재료를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셰프는 패밀리 허브에 자신만의 레시피도 담았다. 그의 레시피는 일반인이 따라 하기 쉬울 뿐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 철학도 담고 있다. 그가 패밀리 허브에 탑재된 클럽드셰프 레시피 중 가장 추천하는 건 대구 브랑다드(Brandade). 말린 대구에 올리브 오일과 마늘∙크림∙우유 등을 넣고 끓여 만든 음식이다. 그는 “대구 브랑다드에 으깬 감자를 곁들이면 정말 맛있으니 가정에서도 꼭 한 번 시도해보라”고 귀띔했다.
세련된 첫인상과 달리 이충후 셰프는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요리 말곤 딱히 이렇다 할 취미도, 특기도 없다”는 이 ‘요리 바보’의 계획은 제로콤플렉스가 보다 확고한 정체성을 갖는 것. 그는 “우리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에게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넘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요리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서른 문턱을 넘은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매 순간 새로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덕분이다. 요리를 향한 열정 하나로 프랑스 땅을 밟았던 당시의 도전정신을 여전히 간직한 그가 향후 얼마나 더 멋진 행보를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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