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디자인하다] ①가상불꽃에 맺힌 ‘배려’_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 디자이너를 만나다

201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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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보기 좋은’ 것(심미성)만큼이나 중요한 게 ‘쓰기 좋은’ 것(편의성)일 텐데요.

삼성전자는 디자인 전략 ’메이크 잇 미닝풀(Make It Meaningful)’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에게 동등하고 배려 깊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삼성투모로우에선 인덕션레인지에 가상불꽃을 구현해 소비자가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고안한 디자이너들을 만나봤습니다.

 

“작은 불편도 그냥 넘기지 않는 게 ‘진짜 배려’ 아닐까요?”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커다란 변화만이 디자인의 가치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미성만을 추구하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인데요. 역사가 100년 이상 되는 생활가전 분야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최근엔 많은 디자이너들이 사용자들의 작은 불편도 놓치지 않는 일명 ‘배려 디자인’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삼성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에 피어오른 가상불꽃도 바로 배려 디자인의 결과입니다.

인덕션레인지에 올려둔 냄비에 가상불꽃이 투영돼 보입니다

배려 디자인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장애 유무, 연령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배려 디자인은 이보다 더 큰 개념인데요.

일상 속에서도 이러한 배려 디자인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한 차선을 막고 도로공사를 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차들로 빽빽한 도로에서 한 차선을 갑작스레 막아버리면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 전부터 차선 단축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워두고 아이콘을 세워 서서히 차선을 줄여가는 것, 이것이 바로 운전자를 배려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중인 정성훈 책임▲정성훈 책임은 과거와 현재의 디자인 변화를 말하며 배려 디자인의 개념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정성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UX디자인그룹 책임은 “소비자의 감성과 생각, 행동 등을 예측해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려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제품이든 서비스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상불꽃, 소비자의 안전까지 생각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 디자인에도 배려가 담겨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5에서 가상불꽃이 구현된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를 최초로 공개했는데요. 마치 실제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가상불꽃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인덕션레인지는 1970년대부터 출시돼왔지만, 화력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어 불편했습니다. 불의 세기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위험할 뿐더러, 종종 불을 켜둔 걸 깜빡할 수 있는데요. 이 같은 불편은 40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지형 수석▲이지형 수석은 “인덕션레인지를 디자인하며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말합니다. 그의 진실된 마음이 담겨서일까요, 인덕션레인지 곳곳에선 ‘배려’가 느껴집니다

이지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 수석은 “인덕션레인지를 사용할 때 사용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점은 가스레인지처럼 직관적이지 않아 자신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현재 화력 상태는 어떤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며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의 탄생 배경을 소개했는데요. 그는 “가상불꽃을 통해 사용자의 막연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인덕션레인지에서 조리하는 모습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가스의 불꽃과 동일한 모습으로 재현됐습니다. 이지형 수석에 따르면 가상불꽃의 크기와 모양은 제각기 다릅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불꽃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밝기를 9단계, 색상를 16단계로 각각 구분했기 때문인데요. 불꽃 간 간격과 깜박이는 속도까지 세심하게 고려됐다고 하니 대단하죠? 또한 삼성전자는 다양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불꽃의 움직임을 표현했는데요. 이는 지난 40여 년간 가스레인지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배려한 결과입니다.

 

제품 사용부터 유지관리까지 편리하게!

인터뷰 중인 정성훈 책임▲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 곳곳에 숨은 배려 요소를 소개하는 정성훈 책임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에 담긴 배려 요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성훈 책임은 제품 상면의 도트 무늬를 가리키며 “그래픽 디자인에도 소비자를 향한 배려가 숨어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인덕션레인지에 사용된 유리는 내구성이 매우 강한 제품이지만, 유리라는 소재의 특성상 흠집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냄비와 마찰이 잦은 상면을 도트 무늬로 인쇄해 흠집이 생겨도 티가 나지 않게 디자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도트무늬는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하는데요. 특수효과를 적용해 지문이 묻어도 잘 보이지 않으며 마찰 면적이 적어 인덕션레인지 세척에도 유리하다고 하네요.

인덕션레인지의 도트무늬와 조작 아이콘▲사용 편의성을 고려해 디자인된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이지의 상면 도트무늬와 조작부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인덕션레인지의 에너지 효율까지 고려했습니다. 인덕션레인지는 자석이 붙는 소재에서만 작동하는데요. 그 덕분에 열효율이 높으면서도 에너지 소모는 적죠.

혹자는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없던 가상불꽃을 구현하려면 소비 전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가상불꽃 구현으로 인한 소비전력 발생량은 많지 않습니다. 이지형 수석은 “일반 인덕션레인지와 비교했을 때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의 전기요금은 월 평균 20원에서 30원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인덕션레인지의 화력 조절부를 가스레인지와 유사한 직관적 버튼으로 디자인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는데요. 직관적 버튼은 사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제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뿐 아니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자석 형태로 제작돼 청소할 때도 편리합니다.

 

배려 디자인의 핵심은 ‘소비자 향한 고민’

사용의 편리함은 기본이고,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소비자를 배려한 모습이 참 인상적인데요. 사실 지금과 같은 배려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인덕션레인지 목업 앞에서 인터뷰하는 이지형 수석▲이지형 수석은 가상불꽃 구현 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열(熱) 처리’ 문제를 꼽았습니다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의 상징인 가상불꽃은 소비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는데요. 가상불꽃에 사용된 LED는 다른 부품보다 열에 약해 인덕션레인지에 탑재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지형 수석은 “제품을 작동시키면 인덕션레인지 아래 온도가 섭씨 120도까지 올라가는데 LED가 견딜 수 있는 온도는 섭씨 85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는데요. 가상불꽃을 구현하기 위해선 LED를 비롯한 다른 부품을 효율적으로 냉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에 개발진은 인덕션레인지에 탑재된 모든 부품을 더 효율적으로 냉각할 수 있는 강력한 냉각 장치를 개발했는데요. 소비자를 배려한 행동이 궁극적으로 기술의 진보까지 이른 것이죠.

인덕션레인지 상판에 비치는 LED 불빛▲가상불꽃 구현은 물론, 냉각 기술의 발전까지 이뤄낸 셰프 컬렉션 인덕션레인지

이처럼 배려 디자인은 뜻밖의 성과를 안겨주기도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두 디자이너에게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디자인’에 대해 물었습니다.

정성훈 책임은 “성별·나이·배경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또 그는 “쉽게 만든다는 건 그만큼 고민을 많이 했다는 뜻”이라며 “인체공학 등을 더 공부해 지금보다 더 소비자를 배려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지형 수석은 정 책임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에 조금 더 힘쓰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는데요. 그는 “전자제품이 아무리 디지털화되더라고 부분적으론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해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게 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왼쪽 정성훈 오른쪽 이지형 디자이너▲”삼성전자 배려 디자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두 디자이너는 입을 모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전맹(全盲)은 전자제품을 사용하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그들을 위해 제품에 점자를 새겨 넣으려고 해도 국가마다 점자 표준이 달라 이를 적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조금만 배려해 디자인한다면 그들도 학습을 통해 전자제품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는데요. 디자이너들이 배려 디자인에 더욱 관심 갖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두 디자이너는 하나같이 “배려는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디자이너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배려는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는데요. 때마침 다음 달 17일부터 ‘2015 디자인삼성 아이디어 페스티벌’ 공모전 작품 접수가 시작된다고 하네요. 여러분도 ‘2015 디자인삼성 아이디어 페스티벌’ 공모전과 함께 배려 디자인에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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