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인이 꿈이었던 소년 임기학, 한국서 ‘정통 프렌치 요리’ 선보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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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수 있습니다클럽드셰프 코리아 멤버를 만나다 3.임기학 셰프 편

‘에스카르고(escargot)’ ‘푸아그라(foie gras)’ ‘샤르퀴트리(charcuterie)’….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이 단어들은 프랑스어로 ‘달팽이’와 ‘거위 간’, ’육(肉)가공품’을 각각 뜻한다. 소년 임기학은 어릴 때부터 이런 식자재와 요리명을 줄줄 외곤 했다. 그리고 30여 년 후, 그는 수준급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 ‘레스쁘아 뒤 이부(L'espoir du Hibou)’(서울 강남구 청담동)와 국내에서 손꼽히는 샤르퀴트리 메뉴를 선보이는 와인 바 ‘라 꺄브 뒤 꼬숑(La Cave du Cochon)’(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주인장이 됐다. (레스쁘아 뒤 이부는 ‘부엉이의 희망’, 라 꺄브 뒤 꼬숑은 ‘돼지의 와인저장고’란 뜻의 프랑스어. 전자는 “지혜를 상징하며 밤을 지켜주는 부엉이가 멋있어 보여서”, 후자는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샤르퀴트리 안주를 내는 와인 바’란 의미를 담아” 각각 임기학 셰프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지난 9일, 아늑한 분위기가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던 라 꺄브 뒤 꼬숑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LA CAVE DU COCHON , 임기학 셰프의 레스토랑 건물 사진

 

성악 전공 청년, 스물여섯에 ‘셰프’로 인생 선로 바꾸다   

임기학 셰프의 인터뷰 사진

임기학 셰프의 조부는 한때 일본 외식 업계를 주름 잡았던 인물이다. 그의 부모도 일식집과 호텔을 경영했다. 자연히 어린 시절부터 또래보다 훨씬 많은 요리를 접했고, 초밥이나 생선회를 즐길 정도로 미각도 발달했다. 발음하기 까다로운 해외 요리명이나 소스 이름을 달달 외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부터. 언젠가부턴 ‘(나도 부모님이나 할아버지처럼) 언젠가 식당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시작한 건 26세 때부터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그가 진로를 틀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한 잡지 기사였다. “몇 페이지에 걸쳐 다니엘 블뤼(Daniel Boulud)[1]특집 기사를 실었더군요. 그걸 읽으며 그만의 식당 운영 노하우가 궁금해졌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식당 주인이 되고 싶단 꿈을 간직하고 있던 터라 결심했죠. ‘무조건 그의 밑에 들어가 배우자’고요.”

이후 그는 유명 요리 학교이기도 한 미국 존슨앤드웨일즈대학교(Johnson&Wales University)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소원대로 다니엘 블뤼가 운영하는 뉴욕 소재 레스토랑 ‘DB 비스트로’에서 스타쥬[2]로 일하며 본격적인 셰프의 길로 들어겄다. 귀국 후엔 그랜드하얏트서울 ‘파리스 그릴’, 파크하얏트서울 ‘코너스톤’ 등 유명 호텔에서 수련을 이어갔다.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 역시 스타 셰프인 그레이 쿤즈(Gray Kunz)가 운영하는 ‘카페 그레이(Cafe Gray)’에서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레스쁘아 뒤 이부를 열었다. “식당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이룬 것이다.

 

“한식으로 치면 된장찌개 같은 ‘기본 프렌치’ 알리고파”

임기학 셰프의 인터뷰 사진

임기학 셰프가 정통 프랑스 요리에 집중한 건 레스쁘아 뒤 이부 운영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프랑스 요리는 전혀 대중적이지 않았다. 그는 조부가 일본인에게 한국 음식을 알렸던 것처럼 우리나라에 ‘진짜' 프랑스 요리를 알리고 싶었다.

“유학 시절 제가 배운 게 프랑스 요리였으니까요. 프랑스 요리가 그냥 ‘양식의 하나’로 뭉뚱그려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제대로 소개하려면 프랑스 사람만큼 프랑스 요리를 잘 알아야겠다, 싶어 정말 열심히 공부했죠.”

따듯한 원목 인테리어와 빈티지한 조명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레스쁘아 뒤 이부 내부 전경 ▲따듯한 원목 인테리어와 빈티지한 조명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레스쁘아 뒤 이부 내부 전경

레스쁘아 뒤 이부를 운영하며 그는 늘 ‘기본’에 충실하려 애썼다. 분자요리와 노르딕 퀴진 등 다양한 요리 유행이 지나갔지만 ‘국내에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소신은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외국인에게 한식을 알린다 하면 다들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 걸 얘기하잖아요, 구절판이 아니라. 프랑스 요리도 마찬가지예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즐겨 먹는 ‘기본 요리’를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레스쁘아 뒤 이부에서 맛볼 수 있는 ‘생선 끄넬(Quenelle)과 낭뚜아(Nantua) 소스’. 추운 겨울, 따뜻하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프랑스 요리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레스쁘아 뒤 이부에서 맛볼 수 있는 ‘생선 끄넬(Quenelle)과 낭뚜아(Nantua) 소스’. 추운 겨울, 따뜻하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프랑스 요리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역시 레스쁘아 뒤 이부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푸아그라 테린(Foie gras Terrine)’. 테린은 고기와 여러 재료를 틀에 넣고 오븐에 구운 후 식혀서 얇게 썬 음식이다. 고소하면서도 짙은 맛이 일품이다 ▲역시 레스쁘아 뒤 이부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푸아그라 테린(Foie gras Terrine)’. 테린은 고기와 여러 재료를 틀에 넣고 오븐에 구운 후 식혀서 얇게 썬 음식이다. 고소하면서도 짙은 맛이 일품이다

‘정통 프랑스 요리’를 향한 그의 관심은 샤르퀴트리로 이어졌다. 샤르퀴트리는, 프랑스인이 와인에 곁들여 즐겨 먹는 대중 음식인 동시에 프랑스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다. 실제로 임기학 셰프는 국내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샤르퀴트리를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요리사(퀴지니에)가 샤르퀴트리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샤르퀴티에’로 불리는 샤르퀴트리 전문 제조가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 요리사인 그가 직접 샤르퀴트리를 만들게 된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엔 프랑스식 육가공업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잖아요.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만들려면 샤르퀴트리가 필요한데 공급 받을 곳이 없으니 저라도 만들자, 싶었습니다. 샤르퀴트리 없는 프랑스 요리는 ‘가짜’니까요.”

라 꺄브 뒤 꼬숑에서 맛볼 수 있는 샤르퀴트리 메뉴. 이 음식에 쓰인 샤르퀴트리엔 △돼지 귀 △페넬(fennel) △당근 △대파 △사과 △절인 고추 △오렌지 △레몬 △샬롯(charlotte) △샤토루즈 리큐르(Chateau rouge Liqueurs) △돼지머리 육수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라 꺄브 뒤 꼬숑에서 맛볼 수 있는 샤르퀴트리 메뉴. 이 음식에 쓰인 샤르퀴트리엔 △돼지 귀 △페넬(fennel) △당근 △대파 △사과 △절인 고추 △오렌지 △레몬 △샬롯(charlotte) △샤토루즈 리큐르(Chateau rouge Liqueurs) △돼지머리 육수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요리가 식당의 전부는 아니다”란 게 임기학 셰프의 평소 지론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본인 소유 레스토랑의 인테리어와 음향 시설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특히 라 꺄브 뒤 꼬숑은 이름에 걸맞게 ‘와인이 저장된 동굴 속’을 모티프로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실제로 이곳에 들어서면 (동굴을 연상시키는) 아치형 지붕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굴 속을 연상시키는 라 꺄르 뒤 꼬숑 인테리어(사진 왼쪽).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천장 타일은 임기학 셰프가 직접 골라 시공한 것이다 ▲동굴 속을 연상시키는 라 꺄르 뒤 꼬숑 인테리어(사진 왼쪽).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천장 타일은 임기학 셰프가 직접 골라 시공한 것이다

공간 느낌에 맞춰 스피커도 따로 갖췄다. 인터뷰 당일 이곳에선 잔잔한 바람 소리 같은 재즈 음악이 울려 퍼졌다. “천장 무늬도 직접 타일을 사서 시공했다”는 설명을 듣고 있으니 자신의 레스토랑을 찾은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거창하기보다 정직하게… 그게 ‘진짜 프로 셰프’의 자세”

임기학 셰프의 인터뷰 사진

임기학 셰프는 ‘클럽 드 셰프 코리아’ 멤버 중 한 명이다. 그의 활약상은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클럽 드 셰프’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의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가 포함돼 있기 때문(그가 출연한 클럽 드 셰프 레시피 영상 촬영 당시 현장 풍경은 뉴스룸에서도 별도 기사로 소개한 적이 있다). 여러 개의 레시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임 셰프가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에게 추천하는 요리는 ‘크림소스 그라탱’이다. 소스를 손수 만들 필요가 없도록 그라탱 재료에 휘핑 처리한 생크림을 겹겹이 바르면 완성되는 방식이다. “정말 쉬운 요리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레시피예요. 만들기 쉬우면서 맛도 꽤 훌륭하죠. 아이들이 먹기에도 편하니 꼭 한 번 만들어보세요.”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즐긴다. 여행하며 얻은 경험이 새로운 요리의 영감으로 다가오기 때문. 그는 “신메뉴 아이디어를 얻으려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라며 “어느 날은 3박 4일 일정 내내 한 가지 메뉴만 골라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뭔가 하나는 얻어 가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기도 해요. 그런 부담에 사로잡히면 단순히 누군가의 요릴 모방하게 될 우려가 있죠. 그래서 요즘은 부담 없이, 맘 편하게 여행하려 노력합니다. 여행으로 축적된 경험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도록요.”

임기학 셰프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사’는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정직한 요리를 내는 사람이다. “특정 재료 위에 소스를 바를 때 ‘남은 소스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금만 발라 낸다면 그 음식은 정직한 게 아니죠. 진짜 셰프는 자신에게 정직한 요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에요. 고객이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해서 선도가 떨어지는 재료를 내서도 안 되죠. 전 식자재가 조금이라도 신선하지 않으면 전부 버립니다. 잘못 만들어진 요리도 마찬가지고요. 아깝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지만 그게 ‘프로 요리사’로서의 제 자존심이에요.”

‘프랑스에 가지 않고도 맛볼 수 있는,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겠단 목표로 달려온 임기학 셰프. 그는 어떤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정통’을 고수한 덕분에 지금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소년 시절 ‘식당 주인’의 꿈을 이룬 그의 앞엔 또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기분 좋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1] 미국에서 활동 중인 프렌치 셰프. 뉴욕 등지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다수 운영 중이며 미쉐린 스타 셰프로 유명하다. 삼성 ‘클럽 드 셰프’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  현장 실무를 익히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무급 인턴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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