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새로운 전기 에너지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

2015/04/03 by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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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지난 2월 12일(현지 시각)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 모터스(이하 ‘테슬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일반 가정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팩, 일명 ‘테슬라 홈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그것. 발표 당시 테슬라 측은 “2개월 후 자체 배터리팩 공개 행사를 개최하고 6개월 후 생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테슬라 홈배터리는 올해 중 상용화될 예정이다. 머지않아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대용량 배터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이색 행보

사실 테슬라의 가정용 배터리팩 사업 진출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테슬라는 몇 년 전부터 전기차 급속 충전 기반구조(인프라)에 해당하는 ‘수퍼차저(Supercharger)’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수퍼차저는 테슬라가 지난 2012년 선보인 초고속 전기차 무료 충전소 네트워크의 명칭. 수퍼차저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대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지며, 그 양은 전기차 충전 수준을 넘어 인근 상당수 가정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 오늘날 수퍼차저는 미국 전역으로 확대된 상태다. 테슬라 전기차를 보유한 고객은 수퍼차저만 잘 활용하면 연료비를 전혀 들이지 않고 미국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 수퍼차저 네트워크는 수 년 내에 유럽 전역과 중국, 일본 등지로까지 보급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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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오는 2020년 미국 네바다주(州)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 건립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테슬라와 일본 파나소닉이 합작 투자 형태로 참여 중인 기가팩토리가 완공되면 전기차 50만 대분의 배터리 제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테슬라 전기차 탑재분을 크게 초과하는 물량인 만큼 당연히 타사 전기차에도 제공될 예정이다. 배터리 단가도 현행 대비 30%가량 낮아진다.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전용 대형 전지를 쓰지 않고 노트북 등에 많이 쓰이는 일반 배터리 수천 개를 병렬로 연결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자연히 확장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용도로의 변환도 가능하다. 요컨대 이 같은 범용성이 ‘테슬라 홈배터리’ 사업 진출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테슬라 대(對) 에디슨, ‘세기의 대결’ 

전문가칼럼전기에너지6▲"전기의 표준은 직류(DC)"라고 주장했던 토마스 에디슨

기술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대결 가운데 하나가 토마스 에디슨(1847~1931)과 니콜라 테슬라(1856~1943) 간 ‘직류 대(對) 교류’ 전쟁이었다. 전기의 표준을 둘러싼 이 ‘세기의 대결’에서 에디슨은 안전성을 이유로 “직류(DC)가 표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테슬라는 “좀 더 먼 거리로의 전력 전송에 유리한 교류(AC)가 표준에 더 적합하다”고 맞섰다. 한때 에디슨과 함께 일하기도 했던 테슬라는 이후 에디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든든한 후원자들과 함께 독자적 사업을 벌였다. 유난히 경쟁 의식이 심했던 에디슨은 테슬라를 물리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전기를 흘려 코끼리를 죽게 만들면서까지 교류의 위험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교류 원리가 활용된 전기의자를 사형 집행 도구로 제안하기도 했다. 둘의 대결은 교류가 주요 전기 전송 시스템으로 세계적 공인을 받으며 테슬라의 ‘완승’으로 끝났다. 실제로 오늘날 대부분의 전기는 터빈을 돌려 교류로 생산된 후 다양한 중개 시스템을 거쳐 각 가정으로 전달된다. 제너럴일렉트릭사(GE社)를 ‘에디슨 회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는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하다. GE의 전신인 에디슨전기조명회사(Edison Electric Light Company)는 1878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지원 아래 ‘전구 상용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에디슨의 기술과 JP모건의 자본이 결합, ‘잘나가는 전기회사’로 이름을 날렸던 에디슨전기조명회사는 사업 영역이 확장되며 여러 법인으로 쪼개어 운영됐다. 1892년 JP모건은 분리돼 있던 법인을 다시 합병하며 GE를 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JP모건은 에디슨과 경영권·특허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 싸움에서 패한 에디슨은 이후 GE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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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테슬라와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사(社)(이하 ‘웨스팅하우스’)의 관계는 에디슨과 GE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교류 전기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테슬라는 당시 JP모건의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웨스팅하우스가 자신의 특허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공여했다.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교류 전기가 더욱 널리 인정 받고 확산되길 바라는 바람에서였다. 결국 웨스팅하우스는 특허권을 고집하지 않은 테슬라의 양해를 등에 업고 수많은 우군을 얻었다. 교류 전기가 오늘날 세계 전기 표준으로 우뚝 선 건 그 덕분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테슬라는 본인의 특허권을 포기하며 많은 돈을 잃은 ‘실패자’다. 실제로 그는 무선에너지와 무선 정보 전송, 행성 간 통신 등 당대에선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한 종류의 연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로 돈을 벌지도 못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그는 전 세계 전기 표준을 1세기 이상 지속시키는 데 기여한 ‘기업가’였다. 동시에 지속 가능한 지구 에너지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인구가 공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고민했던 ‘혁신가’이기도 했다.

 

직류 전기, 신재생에너지 부상으로 ‘컴백’

‘니콜라 테슬라’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알고 난 후 접하는 ‘테슬라 모터스’의 최근 행보는 여러모로 새롭게 다가온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특허를 공개하고 수퍼차저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기가팩토리 건립에 투자해 표준형 모듈화가 가능한 배터리 보급에 나서는가 하면, 가정용 배터리팩 사업에 뛰어들어 신재생에너지 기반구조까지 확대하는 전략은 일련의 미래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역설적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가 각광 받고 분산에너지 생산과 활용에 대한 패러다임이 급부상하면서 지난 100년간 전기에너지 세상을 주도했던 (테슬라의) 교류 전기가 (에디슨의) 직류 전기에 그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류의 쓰임새가 넓어지리라고 전망하는 최대 이유는 이전까지와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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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이나 수력, 원자력발전은 모두 회전을 중심으로 하는 터빈을 기반으로 이뤄져 처음부터 교류 전력이 만들어진다. 반면, 태양광 패널을 중심으로 하는 태양광발전은 직류 전력을 생산한다. 풍력발전으로 만들어지는 전기 역시 상당 부분 직류 전력이다. 현재는 이렇게 생겨난 전기를 가정에서 쓰려면 교류 전력으로 변환해야 한다. 이때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반도체가 이용되는 전기 기기 가동에도 직류 전력이 쓰인다. 그 결과, 무수한 가정용 전기·전자기기가 직류 전기를 공급 받기 위해 교류 전력을 직류 전력으로 변환시키는 장치를 필요로 한다. 이 역시 효율이 떨어지는 작업이다.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량도 적지 않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중심이 되고 있는 데이터 센터의 경우, 이런 비효율이 굉장히 심각하다. 가뜩이나 에너지 효율이 중시되는 시점에서 ‘직류로 생산된 전력을 교류로 공급 받아 다시 직류로 사용하는’ 현실은 누구라도 개선하고 싶을 것이다. 한편, 전기 변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추운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위치시키거나 다양한 방식의 냉각 기법을 적용하는 게 또 하나의 중요한 노하우가 되고 있다. 이 경우 태양광을 이용해 직접 직류 전력을 생산, 이를 데이터 센터 운용에 곧바로 활용하면 전기 효율과 발열 문제를 두루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적 IT 기업의 데이터 센터 상당수가 이 같은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에너지 체계에서도 점차 중요해지는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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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은 이미 엄청난 수준이다. 대형 데이터 센터에서 뿜어내는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를 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활용, 전력을 생산한 후 데이터 센터를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기술은 중요한 친환경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전력을 끌어들이지 않고 센터를 가동시킬 수 있어 ‘에너지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발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건물 전체 전력을 완전히 충당하는 ‘넷제로(Net-Zero)’ 빌딩, 소비 전력보다 생산 전력이 많아 주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넷플러스(Net-Plus)’ 빌딩이 많아진다면 직류 전기 시대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이들을 엮어서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술은 원자력을 비롯한 일부 대형 발전소의 전력 공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과 소비 시스템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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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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