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대화형 AI 시장 선점, 최우선 과제는?

2017/11/02 by 최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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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잇(IT)는 이야기 ‘춘추전국시대’ 대화형 AI 시장 선점, 최우선 과제는?

“거실이나 자동차를 잡는 자가 미래를 잡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한두 번은 들어봤음 직한 예언이다. 실제로 미래 기술을 논할 때 스마트홈(거실)이나 스마트카(자동차) 얘긴 웬만해선 빠지지 않는다. 자동차의 경우, 자율주행이나 전기차까지 포함시키면 할 얘긴 더 많아진다. 지금껏 숱한 글로벌 기업이 거실에서, 혹은 자동차에서 미래 기술의 ‘핵심’을 포착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그 실험의 성공 가능성은 상당 부분 대화형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서비스의 품질에 좌우되는 모양새다.

지금껏 숱한 글로벌 기업이 거실에서, 혹은 자동차에서 미래 기술의 '핵심'을 포착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그 실험의 성공 가능성은 상당 부분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품질에 좌우되는 모양새다

대화형 AI의 발전을 견인한 건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서드파티들

대화 기능을 갖춘 음성 인식 기기는 의외로 꽤 많이 나와있다. 한 기업에서도 엇비슷한 기기를 몇 가지씩 내놓을 정도다. 관련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됐을 뿐 아니라 가정용 로봇과 자동차 내비게이션, 번역기 등 응용 분야도 가지가지다. 아래 도표는 2017년 10월 현재 국내외에 출시된 음성 기반 AI 비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정리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2017년 10월 현재 국내외에 출시된 음성 기반 AI 비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정리한 것

대화형 AI 서비스 유행에 불을 댕긴 건 아마존 ‘에코’다. 에코는 전문가 사이에서 “음성 인식 생태계의 구성과 성공 측면에 관한 한 현재로선 가장 유리한 제품”으로 꼽힌다. 유사 기기와 비교했을 때 응용 애플리케이션이 가장 많기 때문에 나오는 평가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대화형 AI 서비스 유행에 불을 댕긴 건 아마존 ‘에코(Echo)’다. 에코는 전문가 사이에서 “음성 인식 생태계의 구성과 성공 측면에 관한 한 현재로선 가장 유리한 제품”으로 꼽힌다. 유사 기기와 비교했을 때 응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가장 많기 때문에 나오는 평가일 것이다.

음성인식 AI

하지만 에코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호평 받았던 건 아니다. 에코에 탑재된 AI 소프트웨어 알렉사(Alexa)는 타사 소프트웨어에 비해 그다지 탁월하지 않다. 원통형 디자인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솔직히 AI 비서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애플 ‘시리(Siri)’였다. 모바일로 분야를 좁혀도 에코는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Cortana)’보다 늦게 선보였다. 후발 주자란 점에선 유사하지만 탄탄한 자체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와 같은 위치라 하기도 애매했고 삼성전자 ‘빅스비(Bixby)’처럼 각종 스마트 기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에코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열정적이면서도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서드파티(3rd Party)들의 지원에 있었다.

앞으로 출시될 대화형 AI 기술 적용 제품은 수많은 기기와 동시다발적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갖게 될 것이다. 분명한 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되리란 사실이다

물론 대화형 AI 기술이 에코와 동의어인 건 아니다. 에코가 음성 인식 AI 시장을 미세하게 평정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현재로선 단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해당 시장 자체가 이제 겨우 첫 걸음마를 뗀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출시될 대화형 AI 제품과 서비스는 에코 단일 제품이 아니라 관련 기능을 탑재한 불특정 다수의 기기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제공될 공산이 크다. 분명한 건 그 즈음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되리란 사실이다.

음성인식 인터페이스

스마트폰 이은 IT 업계 ‘차세대 먹거리’ 개방협력 중요

갤럭시 S8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2000년 초에 이미 존재했던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형태를 바꾸며 시장 판도를 바꾼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터치 스크린(touch screen)’이었다. ‘(버튼을) 누르는’ 동작에서 ‘(화면을) 만지작거리는’ 동작으로의 변화가 휴대전화의 역사를 바꾼 셈이다. IT 기기 개발 단계에서 UI나 UX가 중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렇게 볼 때 대화형 AI 기기(지금은 스피커 형태)는 스마트폰에 이은 IT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란 점에서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BM을 이기고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엔 공통적으로 조력자, 즉 서드파티가 존재했다. 애플 앱스토어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1등 공신 역시 ‘가게(store)를 가득 메운 앱 제작자’들이었다

시계를 뒤로 돌리면 마이크로소프트가 IBM을 이기고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엔 공통적으로 조력자, 즉 서드파티가 존재했다. 두 사례 모두 그 저변엔 개방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연합전선 코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애플 앱스토어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1등 공신 역시 ‘가게(store)를 가득 메운 앱 제작자’들이었다.

음성인식 인터페이스

대화형 AI 기기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도 동일한 공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미국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고 자체 ‘스킬 키트(skill kit)’만 2만 개가 넘는 아마존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단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실제로 아마존은 △고정형(에코) △이동형(에코탭) △터치형(에코쇼) △카메라 인식용(에코룩) 등 다양한 형태의 에코를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가전∙자동차∙웨어러블 등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개방돼 있을 뿐 아니라 (경쟁사 프로그램인) 코타나와도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대화형 AI 시장의 승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요컨대 대화형 AI 시장에서 아마존과 경쟁하려는 기업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개방과 협력 우선주의'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초기 레이스에서 약간 앞서가고 있긴 하지만 대화형 AI 시장의 승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의 성숙도 자체가 그리 높지 않은데다 비즈니스 모델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곤 했던 서드파티들도 이제 겨우 시장에 적응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은 머지않아 다양한 에코 스킬 키트를 활용, 관련 생태계 장악에 나설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서드파티의 동참도 유도할 게 분명하다. 요컨대 대화형 AI 시장에서 아마존과 경쟁하려는 기업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개방과 협력 우선주의’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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