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에세이] 전염병? ‘대응할 수 있는’ 재앙!
김연수 푸드테라피스트
인류 역사상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전염병은 언제나 큰 공포였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대가를 치렀고 나름의 ‘생존 솔루션’을 찾으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지금껏 인류가 개발한 치료제로 정복된 전염병은 일명 ‘곰보병’, 천연두(마마)뿐이다.
천연두는 인류 역사에서 아즈텍제국과 잉카제국을 사라지게 한 주범이기도 하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1520년 스페인령(領) 쿠바의 한 노예가 감염된 후 당시 신대륙이던 멕시코에 상륙하며 급격히 확산됐다. 스페인 탐험가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가 아즈텍제국을 정복했을 당시 현지 원주민(30만 명)의 절반 이상이 천연두로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역시 스페인 탐험가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가 168명의 병사로 수백만 인구를 보유한 잉카제국을 공격할 때도 원주민의 상당수가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원주민도 잇따라 퍼진 전염병 ‘발진티푸스’로 사망했다. 그 결과, 아메리칸 원주민 인구는 이전의 10% 미만까지 줄었다.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처음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현지 원주민 수는 5000만 명에서 1억 명 사이로 추산된다.)
나병·페스트·결핵… 인류와 세균의 ‘무한전쟁’
문헌에 등장하는 가장 오랜 ‘공포의 감염 질환’은 나병(癩病)이다. 11세기 십자군전쟁 도중 중동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나병균은 유럽으로 옮겨진 이후 장장 200년간 인류를 집단적 공포에 빠뜨렸다.
‘페스트(pest)’로 불리는 흑사병 역시 유럽 인구의 3분의1가량을 앗아간 전염병이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1947)엔 참담하고 공포스러운 당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다. 페스트균은 남아시아 지역 쥐 몸에 기생하는 벼룩에서 비롯됐으며, 14세기 몽골군의 침입으로 유럽에 상륙해 집단 감염을 일으킨 걸로 추정된다.
15세기 들어 또 하나의 감염병이 유럽을 집단 공포로 이끌었다. 매독(梅毒)이었다. 당시 유럽에선 매춘이 크게 성행하고 있어 매독균은 빠른 속도로 유럽 대륙을 장악해나갔다. 19세기 산업혁명을 전후해선 결핵이 크게 유행해 10억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와 폴란드 작곡가 프레데릭 프랑수아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의 사인(死因)도 결핵이었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20세기 들어 세균의 위세는 크게 꺾였다. 그 대신 현대인의 건강을 수시로 위협하는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했다. 인플루엔자, 즉 독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독감이 처음 등장한 건 1918년 무렵이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약 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 바이러스는 우리나라도 여지없이 덮쳐 740만 명을 감염시켰고 14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최근에도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O157(병원성 대장균), 에볼라 바이러스 등의 감염병으로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 ‘막연한 공포심’
이번에 우리나라를 강타한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 병원균은 사막에 사는 어린 낙타에서 발생했다. 비단 메르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감염병은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이나 곤충이 그 시발점이었다. 천연두가 엄청난 원주민을 희생시킨 것 역시 ‘가축에서 비롯된 감염병’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연두가 상륙하기 전까지 신대륙 원주민은 감염병을 모르고 살았다. 빙하기가 끝날 무렵, 포유류의 80%가 멸종돼 신대륙엔 변변한 가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그곳에 살던 원주민은 집단적 면역력을 기를 수 없었고 그 결과, 천연두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과거 전염병으로 고통 받았던 뉴질랜드·타히티 등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유행이 향후 더 잦아질 거라고 전망한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제2, 제3의 바이러스가 언제든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인은 ‘기후 변화’다. 실제로 메르스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곧바로 홍콩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소식이 들려온다.
메르스처럼 ‘치료제 없이 단시간에 빠르게 전파되는’ 질환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특정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운 건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심 아닐까?’ 영국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지난 2010년 발간된 저서 ‘이성적 낙관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에서 “사망자를 속출시키는 감염 질환이 개인에겐 비극일지 몰라도 인류에 대한 위협이라기엔 약하다”고 말했다. ‘전염병은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재앙’이란 얘기다. 단, 이 메시지엔 ‘기본적 건강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면역력 키우는 음식 섭취’ 습관이 관건
포털 사이트에서 ‘메르스 예방법’을 검색해보니 대답은 모두 엇비슷했다. 손을 비누로 자주 씻을 것,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말 것, 기침할 땐 입과 코를 휴지로 가릴 것, 발열·기침 증세가 있을 땐 타인과의 접촉을 피할 것…. 여기에 몇 가지 부연하자면 △과음·과로를 삼갈 것 △잘 먹고 잘 자며 스트레스 덜 받는 생활 리듬을 유지할 것 정도가 있겠다.
특히 중요한 건 식습관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확인됐듯 감염 질환 치료의 관건은 개개인의 면역력이다. 평소 면역력을 키우려면 균형 잡힌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 우선 백혈구 같은 면역 세포 형성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고기나 콩, 생선 등을 통해 체내에 흡수된 단백질이 면역 단백질로 ‘변신’하게 하려면 채소나 해산물에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 영양소나 음식을 찾아 먹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자기 몸의 자연 치유력을 최적으로 만드는 식습관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독자를 위해 ‘자연 치유력 높이는 여덟 가지 식습관’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책상 위에 붙여놓고 하나씩 점검하며 실천해보길 권한다.
자연 치유력 높이는 식습관 8계명
① 아침엔 신선한 과일을 많이 챙겨 먹는다
② 현미·귀리·호밀·보리 같은 곡류를 매일 한 끼 이상 섭취한다
③ 생선·콩·살코기 등 건강에 이로운 단백질을 자주 섭취한다
④ 장내(腸內) 독성 물질을 배출하기 위해 채소 중심의 섬유질 음식을 매일 섭취한다. 단, 되도록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는 조리법을 택한다
⑤ 인스턴트 식품 섭취는 지양하되, 마늘·양파 등 살균력이 뛰어나고 체내 순환도 돕는 식품을 가까이한다
⑥ 배탈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은 피한다
⑦ 신선한 물을 자주 마신다
⑧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흡연이나 과음은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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