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도 좋다, 여럿이면 더 좋다… ‘멋진 메이커들’ 5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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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도 좋다, 여럿이면 더 좋다. 멋진 메이커들 5메이커운동의 모든것. 삼성전자 뉴스룸이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나는 메이커다  	나의 두 손으로 	미래를 만들어낸다 	나의 상상으로부터 	나의 작업, 나의 땀, 	이들을 도구삼아 	세계를 쌓아올릴 수 있다 	여기서 	전선과 스티로폼으로 	트랜지스터와 플라스틱으로  	고무 	금속과 나무 	이 모든 것으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 위해 	그 결과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세계 	모두 나의 작업장으로부터 		 				맬컴 S. 후버 (2014)

일상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내면 뿌듯하다. 그 물건이 심미적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면 기분은 더 좋아진다. 넉넉히 만들어 다른 사람과 나누고, 받는 이가 기뻐하면 보람은 배가된다. 그러고 보면 메이커 본능은 인간 DNA에 본래부터 내장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날, 그런 유전자 정보는 점차 활성화돼 경제 패러다임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구체적 사례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지금부터 살펴볼 다섯 가지 얘기처럼.

사례1 #나_홀로
바다 사랑이 완성한 액세서리 브랜드 창업

솔로몬제도 산타아냐에서 나고 자란 홀리 크리스튼은 집 주변 해변을 사랑했다. 그의 친구 중 하나는 손재주가 좋아 해변의 모래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지인과 관광객에게 나눠주곤 했다. 액세서리 메이커가 되고 싶었던 크리스튼은 친구의 작업을 보면서 영감을 떠올렸다. ‘비싼 원석 재료가 아니더라도 디자인만 잘 하면 괜찮은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모래로 만든 액세서리는 어떨까?’

▲듄주얼리의 액세서리

▲듄주얼리의 액세서리 (출처: 듄주얼리 공식 홈페이지)

2007년, 크리스튼이 모래 액세서리 창업을 마음먹었을 때 그의 주변엔 그런 아이템을 만들어 파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디자인 수업을 수강하고 도움 받을 만한 사람을 하나둘 찾으며 스스로 길을 개척해갔다. 지역 액세서리 업체의 훼방이 없지 않았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집 근처에서만 모양과 색깔이 다른 모래를 25종은 발견했어요. 합성수지로 모래를 고정시키며 모양을 잡아갔죠. 완성된 제품을 처음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폭발적 반응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제일 신났던 건 주재료(모래) 공급이 거의 무한에 가깝단 사실이었어요!”

2018년 3월 현재 크리스틴이 만든 액세서리 브랜드 ‘듄주얼리(Dune Jewelry)’는 연간 300만 달러(약 32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듄주얼리 사례는 메이커의 기본 정신 중 한 가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어느 한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도 매력 있다고 여긴단 사실이 그것.

사례2 #여럿이_손잡고
두 ‘절친’의 창업, 미국 경제 부활 견인하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롱테일(long tail)’, 즉 다품종 소량생산형 서비스 제공 플랫폼을 만들어 저렴한 비용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

2012년, 웹 개발자 두 명이 실험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롱테일(long tail)’, 즉 ‘다품종 소량생산형 서비스 제공 플랫폼을 만들어 저렴한 비용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보자’는 게 프로젝트의 취지였다. 친구 사이이기도 한 둘은 회사명을 ‘피노키오’로 짓고 일단 스프링클러 원격 조정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막상 연구를 시작하고 보니 문제가 그리 간단찮았다. 애써 제품을 만든다 해도 그걸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한 생태계 구축과 지원이 필수였고, 그러려면 새로운 개발이 끝도 없이 이어져야 했다.

이듬해인 2013년 초, 피노키오는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10만 달러(약 1억 원)가 넘는 자금을 모았다. 덕분에 그해 가을 본격적 제품 생산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공동 창업자가 둘 다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점이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소규모라 해도 실제 물건을 생산하는 일엔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결국 두 사람은 자신들이 직접 생산을 맡는 대신 해당 과정을 지원해줄 인력 섭외에 나섰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찾아 그들과 비용을 나누기 시작했다.

협력자 간 물리적∙문화적 파트너십 체결로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며 비용 절감 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 작업은 뜻밖에도 ‘미국 전역 제조업 활성화’란 성과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피노키오는 자사 제품을 ‘조금만’ 생산하기 위해 △일리노이에서 찾아낸 PCB보드를 △오레곤주(州) 포틀랜드 공장에서 조립하고 △네바다주(州) 레노에서 최종 점검한 후 마감, 포장한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말 그대로 ‘태평양에서 대서양을 잇는’ 제조업 네트워킹이다. ‘피노키오식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미국 내 생산 활동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또한 협력자 간 물리적∙문화적 파트너십 체결로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며 비용 절감 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사례3 #공동체를_중심으로
학교 도서관, ‘동네 명물’로 떠오르기까지

▲밴미터 지역사회학교 전경 출처: 밴미터 지역사회학교 공식 홈페이지

▲밴미터 지역사회학교 전경 (출처: 밴미터 지역사회학교 공식 홈페이지)

미국 아이오와주(州) 밴미터 지역사회학교(Van Meter Community School)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약 600명의 학생이 다니는 교육 공동체다. 이곳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 중인 섀넌 밀러는 자신의 전공(미술)을 살려 학생들과 공작 수업을 진행하거나 관련 영상을 제작하곤 했다. 미국 내 메이커 운동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자리 잡기 훨씬 전부터 메이커 운동을 이끌어온 셈이다.

밀러의 이런 활동은 2014년 초 결실을 맺었다. 밴미터 지역사회학교 도서관이 창작 활동 지원 기부금 수혜 대상으로 선정, 3D프린터를 갖춘 것. 학생들의 메이커 활동을 본격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된 그는 ‘메이커 왕자 레오’로 유명한 동화 작가 칼라 다이애나를 영상으로 초청, 학생들에게 동화를 직접 읽어주도록 했다. 그런 다음, 초등학교 고학년생들과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이들 스스로 동화를 창작하고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을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작업이었다.

동급생뿐 아니라 지역사회, 심지어 그 너머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 뭔가를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심어준다

2018년 3월 현재 이 도서관은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메이커스페이스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요즘 이곳에선 한쪽 벽면을 유리문으로 교체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창작 세계를 펼쳐가는 모습을 누구나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서 만들어진 피규어나 액세서리, 기타 소품은 다른 나라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보내진다. 밀러는 “3D프린터나 메이커스페이스 같은 혁신은 학생들에게 ‘엔지니어∙예술가∙창작자 등 뭐든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며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동급생뿐 아니라 지역사회, 심지어 그 너머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 뭔가를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심어준단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사례4 #지역사회와_협업해서
메이커, 도시와 손잡고 내놓은 ‘깜짝 성과’

메이커 운동에선 종종 부문 간 연대가 놀라운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메이커 운동에선 종종 부문 간 연대가 놀라운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시에서 진행된 ‘집 지어주는 메이커’ 활동이다. 2015년 에드 머레이 시애틀시장은 당시 시정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노숙자 문제에 대해 일명 ‘긴급상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시애틀에 거주하던 메이커 몇몇이 시(市) 당국에 “노숙자가 머물 수 있는 집을 지어주고 싶다”고 제안한 데 이어 시청 공무원들이 이를 전격 수용, 건축 자재 기부자와 (토지 무료 사용에 호의적인) 땅 주인을 연결시켜주며 아이디어는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이 지역엔 노숙자가 입주할 있는 소형 주택 14채가 조성됐다. 어엿한 마을 하나가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보도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이런 방식으로 조성된 ‘노숙자를 위한 마을’은 △프레스노(캘리포니아주) △유진(오레건주) △매디슨(위스콘신주) △오스틴(텍사스주) 등 미국 전역에 분포해 있다.

▲‘2014 메이커 정상회담’ 워크숍 당시 집단지성 성과가 표기된 화이트보드 도면. 메이커 운동의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잘 정리돼있다 출처: MAKERMEDIA, Impact of the Maker Movement, 2013

▲‘2014 메이커 정상회담’ 워크숍 당시 집단지성 성과가 표기된 화이트보드 도면. 메이커 운동의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잘 정리돼있다 (출처: MAKERMEDIA, Impact of the Maker Movement, 2013)

사례5 #기업_내에서도
삼성전자 사내 메이커 양성소, C랩 팩토리

C랩 팩토리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센트럴파크 지하 1층 ‘C-Lab(Creative Lab, 이하 ‘C랩’) 팩토리’에선 매주 새로운 창의 과제가 진행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려는 임직원이 한데 모여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이 공간은, 말하자면 ‘삼성전자 내 메이커스페이스’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C랩 팩토리는 삼성전자 임직원이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제작, 그 성능을 검증해볼 수 있는 곳이다. 그와 동시에 사내 메이커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창의인재 양성소’이기도 하다. 동종성(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C랩 팩토리 공장장에 따르면 2018년 3월 현재 이곳에서 활동 중인 임직원은 1000여 명. “C랩 팩토리는 MSG(Maker Study Group)를 단위로 운영됩니다. 각 그룹 구성원은 삼삼오오 모여 아이디어 스케치나 디자인 사고, 리스트업 방식 등 다양한 메이킹 관련 주제를 연구하죠.”

C랩 팩토리의 '에코팜' 팀▲삼성전자 C랩 과제 중 하나인 IoT 기술 활용 식물 재배기 ‘에코팜’ 프로젝트는 C랩 팩토리를 적극 활용하며 순항 중이다

단순히 ‘공부’만 하고 끝내는 건 물론 아니다. C랩 팩토리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MIT(Make It Together)’의 경우, 동일 주제에 관심 있는 임직원 메이커가 시제품 기획에서부터 설계, 구현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서 협업하며 교류를 늘려가고 있다. 동 공장장은 “사내 집단지성 플랫폼인 모자이크(MOSAIC)[1] 내에 관련 커뮤니티가 개설된 후 서로의 시제품 제작 노하우와 최신 기술 동향을 공유하려는 사내 메이커들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 메이커스페이스답게 C랩 팩토리엔 다양한 장비가 갖춰져 있다. 3D프린터는 물론, 레이저 커터와 인두기도 있다. 하드웨어보다 가치 있는 건 소프트웨어다. 이곳을 찾는 임직원 중 상당수는 시제품 기획에서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설계와 구현에 이르기까지 메이킹 전 단계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멘토들이다. 이들은 MIT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 메이커’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완수해간다. 이 과정을 거치며 탄생한 제품만 해도 △드론 △3D프린터 △블루투스 스피커 △미니 레이저 커터 △크리스마스 무드 캠프 등 다양하다. 하나같이 실제로 잘 작동될 뿐 아니라 조금만 다듬으면 당장 판매해도 손색 없을 정도의 품질까지 갖췄다.

C랩 팩토리를 이용하는 임직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곳에서 IoT 기술을 활용한 식물 재배기 ‘에코팜(ECO FARM)’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최선묵(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씨는 “C랩 팩토리는 항상 개방돼 있어 언제든 필요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데다 메이커로서 배워야 할 최신 기술과 유행도 익힐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제일 좋은 건 전문 멘토들의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단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내 메이커운동 현황

 

에필로그: 너희가 ‘제작’을 아느냐
오랫동안 해왔지만, 실은 전혀 새로운 일

과거 특수한 하층 계급, 혹은 극소수 전문가 집단이 하는 일로 간주됐던 ‘제작(making)’. 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사실 엄청난 오해다. 오늘날 제작의 위상은 수백만 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 중 기껏해야 몇 천 년, 몇 백 년, 아니 몇 십 년간 형성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인간은 태곳적부터 늘 뭔가를 만들어왔다, 그것도 여럿이 함께. 옛말에 “일은 여럿이 하고 밥도 여럿이 먹어라”라고 했지만 실제로 인류가 살아온 기간 중 대부분의 생산은 ‘DIT(Do It Together)’의 형태를 유지해왔다.

오랫동안 해왔지만, 실은 전혀 새로운 일

21세기는 참 매력적이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가 쓴 책 제목처럼 ‘오래된 미래’(원제 ‘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미래형으로 다듬어 다시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나도 당신도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세계’로 가고 있단 사실이다, 앞서 소개한 미국 시인 맬컴 S. 후버의 시구처럼.


[1] 모자이크에 대한 상세 설명은 2015년 4월 1일자 스페셜 리포트 ”임직원 지혜 모았다, 아이디어 날개 달았다_1주년 맞은 삼성전자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를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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