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과 사랑에 빠진 네트워크 연구원, 고은숙 책임을 만나다

‘가야금은 몇 줄로 구성된 악기일까요?’ 이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 많으실 텐데요. 가야금은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 국악기 중 현악기에 속합니다. 가야국의 가실왕이 만들어 나라 이름인 ‘가야’에 현악기를 뜻하는 순우리말 ‘고’가 합쳐져 ‘가야고’라고 부르기도 하죠. 익숙한 듯 낯선 악기 가야금. 이 악기를 사랑한 삼성전자 임직원이 있다고 해서 삼성투모로우가 만나봤습니다.

퇴근 시간이라 분주한 평일 저녁, 멀리서 어깨에 가야금을 들고 오는 그가 눈에 들어옵니다. 눈높이까지 오는 길이에 꽤 무거워 보이는 모습에 “가야금 들고 오느라 힘들었겠어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고은숙 책임은 손사래를 치는데요. “가야금은 쉽고 재미있는 악기”라며 가야금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그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동경의 대상이던 가야금, 삶의 활력 되다

고은숙 책임은 어릴 때부터 한복을 좋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고전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죠. 그는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가야금을 처음 배운 후 막연한 동경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시 가야금에 대한 동경은 마음속으로만 고이 간직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취업 후 1년간 미국 파견을 다녀온 것이 계기가 돼 가야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고은숙 책임은 “당시 일에만 매달렸기에 삶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삶의 전환점이 필요했다”며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건 가야금이었다”고 말하는데요. 늘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 했던 일을 해보기로 결심한 거죠. 그렇게 가야금과 고은숙 책임의 인연은 시작됐습니다.

가야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악기이지만 쉽게 접하기는 힘든데요. 그렇다 보니 간혹 가야금 연주를 들을 때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고은숙 책임은  “가야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리고 편안한 음역대 소리를 낸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이 감기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이라며 “가야금은 저음이지만 첼로보다는 약간 고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산만한 아이들이 가야금 수업을 들은 후 성격이 차분해지는 등 가야금에 대한 다양한 발표 사례들이 있었다고 해요.

1주일이면 연주 가능! 바쁜 직장인 위한 최고의 악기

현악기, 그것도 전통악기라고 하면 막연히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특히 가야금은 12줄로 구성돼 연주법이 복잡할뿐더러 정확한 소리를 내기가 힘들 것 같은데요. 고은숙 책임은 “딱 1주일만 배우면 누구나 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다”며 “7살 아이들도 배우는 아주 쉬운 악기”라고 강조합니다.

가야금은 총 12줄로 기본적으로 열두 가지 음을 냅니다. 더욱이 국악은 오음계(五音階)이다 보니, 다섯 가지 음이 현에 모두 들어가는데요. 보통 가야금은 양손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른손으로만 연주해도 모든 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고은숙 책임은 좀 더 가야금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 ‘서양악 표기로 된 악보’를 추천합니다. 서양약 표기로 된 악보는 ‘도레미파솔라시도’로 표기돼 훨씬 익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아리랑을 예로 들면 아리랑의 계이름이 ‘레미레미 솔라솔라 시라시솔미 레미레미 솔라솔라 시라솔미레미 솔라솔솔’인데요. 가야금의 12현은 맨 아래 낮은 줄부터 ‘레솔라레미솔라시레미솔라’로 구성돼 있습니다. 때문에 아리랑의 계이름으로 바로 가야금 연주가 가능하죠.

고은숙 책임은 지난 2006년부터 가야금을 배워오고 있는데요. 당시엔 지금처럼 국악 학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는 인터넷을 밤낮으로 검색해 소규모 레슨을 하는 국악 동호회를 발견했습니다. 그곳에서 4~5년 정도 가야금을 배우게 됐죠.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가야금은 고은숙 책임에게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 같은 존재가 됐다”고 합니다.

“가야금 배우는 방법, 주변을 둘러보세요” 

대부분 직장인들이 바쁜 업무로 취미 생활을 즐기기 쉽지만은 않은데요. 고은숙 책임은 가야금이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최고의 악기”라며 가야금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가야금은 적은 시간 투자로도, 아름다운 곡을 연주를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악기”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렇다면 가야금,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고은숙 책임은 “요즘엔 국악 학원이 많이 생겼다”며 “방문 수업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을 이용하거나 문화센터 수업을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가야금이 희소성이 있는 악기이다 보니 수업 비용이 다른 악기에 비해 비쌀 것 같기도 한데요. 고은숙 책임은 “가야금 수업 비용은 피아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 국악 학원마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 악기도 대여해줘 악기 구입 비용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고요.

고은숙 책임은 “올해 작은 음악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네 카페에서 많은 분들에게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을 들려주는 게 목표죠. 그는 “서양 악기에 반해 가야금을 낯설게 느끼는 분들에게 ‘이게 바로 가야금 소리예요’ 하고 알려드리고 싶다”며 “현재 가야금 음악회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여전히 가야금에 대해 얘기할 때면 소녀같이 해맑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던 고은숙 책임. 그의 열정과 가야금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보여줄 작은 음악회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