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이해하는 순간… ‘더 나눔’ 프로젝트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시력을 잃는다면? 혹은 사지가 마비된다면? 매일 오가던 길이 아프리카 오지보다 낯설게 느껴지고, 집 앞 화장실이 지구 반대편보다 멀게 느껴질 것이다. 한 순간, 180도로 달라질 세상에 대한 상상만으로, 이렇게도 두려워지는데, 실제로 이런 일을 겪는 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8월 9일 이른 아침, 삼성전자 임직원 자녀들이 용인시 처인구 장애인복지관에 모였다. 삼성전자 DS 부문의사회공헌 프로그램 ‘더 나눔’에 참여하기 위한 것. ‘더 나눔’ 프로젝트는 40개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2개월 단위로 프로그램을 사전 홍보하고 임직원 또는 가족의 참여 신청을 받아 운영한다. ‘더 나눔’ 프로젝트 중 이번 임직원 자녀 봉사체험 활동은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교육과 장애 체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전달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장애에 대해 배운다는 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
모두가 장애에 대해 생각하는 불편함은 다르다. 나는 분명 ‘이렇게 하면 도움이 되겠지?’라고 행한 나름의 ‘도움’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큰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첫 번째로 배운 것은 올바른 표현법.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이라고 표현해야 하며, ‘장애인’과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눠 불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장애우’라는 표현은 장애인의 완곡한 표현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장애인의 친구란 뜻은 장애인을 주체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의식 중에 사용했던 단어에 은밀한 차별이 숨어있단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뒤이어 체험 활동이 진행됐다. 단순히 이론 교육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장애인들의 불편을 체험함으로써, 그들이 겪는 고통을 보다 가깝게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직접 몸으로 느낀 탓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임직원 자녀들이 체험에 임하는 모습이 한층 진지해져 갔다.
이색 달리기 체험? 혹은 공포 체험?
가장 먼저 앞사람이 안대를 쓰고, 뒷사람이 앞사람의 어깨를 밀면서 함께 달리기를 하는 시각장애 체험이 진행됐다. 언뜻 보기엔 체육 대회에서 볼 수 있는 ‘이색 달리기’로 보일 수 있지만, 체험을 마친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입을 모아 ‘정말 무서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니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웠다는 것이다. 체험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번 체험을 해보니 시각장애인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그들을 미는 행위가 시각장애인들에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에 대해 체험을 하는 시간을 가진 뒤, 그들에 대해 좀더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된 봉사자들. 이후 이어진 시간은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었다. 봉사자들은 2명씩 짝지어 한 명은 시각장애인이 되고, 한 명은 시각 장애인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다. 도움을 받는 봉사자는 안대를 쓰고 지팡이를 짚은 채 걸어야 했고 도움을 주는 봉사자는 그런 친구가 부딪히거나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도움을 줬다. 그렇게 짝이 된 봉사자들은 함께 복지관을 돌며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배워갔다.
다음으로 봉사자들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작동법을 익히는 ‘휠체어 체험’ 시간이 이어졌다. 휠체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더 잘 도와줄 수 있다. 봉사자들은 흰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휠체어를 운전하며 중간에 갑작스럽게 방향을 꺾어 다트를 맞춰야 했다. 마치 게임을 하듯 휠체어 작동법을 익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위급한 상황에서 휠체어 방향을 바꿔야 하는 장애인의 다급한 상황을 체험하는 활동이었다. 봉사자들은 교육시간 내내 적극적인 태도로 체험에 임하며 장애인들이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과 고통에 공감했다.
이해와 배려의 쿠키, 특별한 ‘쿠키 전달식’
교육을 마친 봉사자들이 향한 곳은 바로 장애인 복지관에 위치한 제과점 ‘쿠키조아’. 이곳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뜻 깊은 장소다. 봉사자들은 이곳에 모여 장애인들에게 전달할 쿠키를 정성스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ㅿ’쿠키조아’를 통해 장애인은 일자리를 얻고, 소비자는 좋은 재료로 만든 쿠키를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봉사자들은 갖가지 모양의 쿠키를 만들며 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봉사에 참여한 김민정 학생은 “평소 베이킹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직접 만든 쿠키를 의미 있는 곳에 전달할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맛있게 먹을 장애인들을 생각하며 쿠키를 만드는 봉사자들의 표정은 어느 유명 제빵사보다 진지해 보였다. 서툴지만 정성을 가득 담은 쿠키를 완성해 장애인들에게 전달하기 전,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만개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함께해서 더 빛을 발한 남매·자매 봉사자들
이번 봉사에서는 가족끼리 참여한 봉사자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효주, 이현서 자매, 이민수, 이주빈 남매가 바로 그들이다.
ㅿ이효주, 이현서 자매
평소에 환경미화 봉사를 자주 했던 자매에게 ‘베이킹’ 봉사 활동은 다소 색다른 시도였다. 이효주 학생은 “직접 장애인의 입장을 체험해보니,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도울 마음이 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현서 학생 역시 “장애인과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인식 교육으로, 장애인은 차별할 대상이 아니라 차이를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라고 전했다.
ㅿ이주빈, 이민수 남매
평소 함께 봉사활동을 다닌다는 이민수, 이주빈 남매 역시 이번 활동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민수 학생은 “쿠키를 만드는 색다른 경험과 더불어 ‘쿠키조아’라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장애에 대해 편견이 있었는데, 인식 개선 교육과 장애 체험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평소 만들기를 좋아한다던 이주빈 학생은 “힘든 점이 없었어요. 즐겁게 봉사활동에 임해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라고 밝은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마쳤다.
작은 나눔이 큰 기쁨으로 돌아오도록, 더 나눔 프로젝트
흔히 장애라고 하면 신체장애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갖는 장애는 단지 신체적 장애에 국한되지 않는다. 분노를 참지 못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고,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화를 풀지 못해 만성 스트와 두통을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현대인은 누구나 적어도 하나 이상의 장애를 품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더 나눔’ 프로젝트의 의미는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신체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체험을 통해 그들이 겪는 어려움 역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의 다른 한 이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정성스럽게 손수 만든 쿠키를 직접 전달하며, 너와 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에, ‘더 나눔’ 프로젝트가 그저 책상머리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마음 속에 특별한 의미를 줄 수 있는 것 아닐까? 학생들의 작은 나눔이 큰 기쁨으로 돌아오듯이, ‘더 나눔’에서 시작된 의식의 변화가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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