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거울로 등교 준비를? IoT가 바꿀 미래의 대학 생활
SF 영화감독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상상을 시각화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과학 이론과 기술,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한다. 지난 수십 년간 영화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아온 SF 영화계에서 2015년은 매우 특별한 해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영화 '백투더퓨처2(Back to the future 2)'의 배경이 바로 2015년이기 때문이다.
▲SF 영화 감독들은 늘 흥미로운 미래 세계를 만들어내곤 한다
물론 현실은 상상과 같지 않았다. 여전히 자동차는 하늘을 나는 대신 아스팔트 위를 달린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은 과거엔 예측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발전했다. 대표적 결과가 붙박이장 크기였던 컴퓨터가 주머니와 손바닥을 오가며 우리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발달은 우리 생활을 180도 바꿔놨다. 전화 통화와 메신저, SNS를 비롯해 각종 업무와 스케줄 관리, 카메라 기능까지…. 이제 하루라도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을 바꿔놓을 또 하나의 커다란 파도가 다가오고 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n Things, 이하 IoT)이 바로 그것. 스마트폰에 집약됐던 인터넷 기술이 모든 사물에 이식돼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IoT가 일상화된 가까운 미래에 대학생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자, 지금부터 여러분을 내 상상 속 세계로 초대한다. 물론 입장료는 무료다.
#1_바쁜 아침, ‘스마트 미러’와 함께
대학생에게 아침은 늘 바쁜 시간이다. 어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당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이다.
눈을 비비며 화장실에 들어가 무심코 칫솔을 집어 든다. 잠시 후 거울에 어제 새벽 펼쳐진 축구 경기 결과가 표시된다. 각 칫솔마다 저장된 관심 분야 정보를 ‘스마트 미러(smart mirror)’가 파악해 띄워줬기 때문. 멍하니 거울을 들여다보며 양치질을 시작한다. 갑작스런 통증에 눈이 절로 찌푸려진다. 요 며칠 시험 공부로 잠을 설쳐 입안이 다 부르튼 탓이다. 칫솔에 달린 ‘케어(care)’ 버튼을 누른다. 곧 거울에 알림 표시가 뜬다. 칫솔의 센서가 입안 상태를 확인하고 입병에 좋은 약과 음식을 추천해준다. 물론 음식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파악해 당장이라도 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안방에서 부모님의 타박 소리가 들려온다. 스마트 미러로 확인된 내 건강 상태가 부모님에게 곧바로 전송됐기 때문. 이내 주방에서 믹서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가 과일주스를 만드시나 보다.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며 방으로 돌아와 옷장을 연다. 옷장 문에 설치된 거울 역시 스마트 미러다. 거울에선 화장실에서 보다 만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늘어서 있는 버튼 중 하나를 누른다. 내가 가진 옷들을 조합해 날씨에 맞게 추천해준다. 거울 속 난 이미 그 옷들을 입고 있다. "음, 나쁘지 않네."
이 기능이 도입되면서 최근엔 백화점 갈 일이 부쩍 줄었다. 스마트 미러를 켜고 백화점 웹사이트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면 그만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내 신체 사이즈와 옷 사이즈를 정확히 맞춰 거울에 옷 입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배송은 하루면 충분하다.
#2_지각이 어느 나라 말이에요?
옷을 챙겨 입고 다시 거울을 들여다본다. 화면에선 붉은 시계가 다급하게 흔들리고 있다. 내 평소 이동 속도와 교통 상황, 그리고 개인 시간표를 고려한 ‘스마트 알람(smart alarm)’ 기능이 출발을 재촉한다. “3분 후 도착하는 버스를 타지 않으면 지각할 확률이 80%”란 경고 메시지가 떠오른다. 헐레벌떡 현관문으로 달려간다.
▲IoT만 있다면 버스에서 잠을 자다 정거장을 지나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저 멀리 버스가 보인다. 손을 흔들어 겨우 세운 뒤 자리에 앉자 스마트폰에 진동이 느껴진다. 버스에 올라탈 때 ‘하이패스 버스&메트로’ 기술로 자동 계산된 교통비 내역이 전송돼 있다. 이제 버스 타기 전 지갑을 손에 쥔 승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더 빠르게 빈 자리를 찾는 시선은 늘었다. 창밖을 잠시 내다보다 노곤한 나머지 잠이 든다. 정거장을 지나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도착지에 이르렀을 때 울릴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기만 하면 된다.
#3_커닝이 사라진 시험장 풍경
교실에 들어서니 막바지 시험 공부에 열을 올리는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빈 자리를 찾아 앉은 후 태블릿에 저장해둔 필기 내용을 살펴본다. 시험 시작을 고작 5분 남기고 시작하는 공부가 머릿속에 들어올 리 없지만 그마저 안 하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시험 시간이 되자 “가상 현실 기기를 착용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여기저기서 투정 섞인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시험 준비는 각자의 자리에 놓인 가상 현실 기기를 작동시키고 시험 전용 ‘스마트 페이퍼’와 ‘스마트 펜’을 꺼내놓는 걸로 충분하다. 커닝을 감시하는 감독관도, 맨 앞줄에 앉은 사람을 들썩이게 하는 "아직 넘기지 마세요" 같은 말도 사라진 지 오래다. 가상 현실 기기를 착용하자 ‘노이즈 캔슬(noise cancel)’ 기술로 주변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다.
홍채 인식 기능을 활용하면 본인 일치 여부는 저절로 확인된다. 스마트 페이퍼를 펴자 “시험 배경을 선택하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숲 속’을 선택한다. 그러자 주변 풍경이 ‘따사로운 햇살 내리쬐는 숲’으로 변한다. ‘초록색이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딱히 성적에 도움을 주진 않지만 삭막한 교실이 아닌 곳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삶에 다양한 변화를 안겨줄 가상현실 콘텐츠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빈 종이에 불과했던 스마트 페이퍼 위엔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시험 문제가 떠올라 있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정말 우스꽝스럽게 보일 터. 빈 종이에 끝이 고무로 된 펜으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바삐 쓰는 장면이라니! 하지만 가상 현실 기기를 쓰면 이 우스운 상황은 전쟁터로 변한다. A부터 F까지 피도 눈물도 없이 학점을 갈라내는 전쟁터!
그저 단순한 상상? 손에 잡힐 듯한 현실!
▲‘꿈의 소재’ 그래핀을 활용한 투명 디스플레이 상상도
IoT가 일상화된 미래의 모습. 누군가는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쩌면 앞서 소개한 상상이 현실화되는 데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스마트 미러에 붙일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그래핀(graphene)'을 통해 실현 여부가 실험되고 있다. 뛰어난 강도와 투명성은 미래의 디스플레이 소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그래핀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거울과의 결합을 통해 스마트 미러 출시도 곧 가능해지지 않을까?
▲삼성전자가 도입할 예정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결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 페이'는 늘 결제를 위해 지갑을 가지고 다녀야 했던 우리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NFC와 마그네틱 방식까지 지원 범용성을 높인 삼성페이가 더욱 발전한다면 지갑에서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를 찾기 위해 진땀 빼는 광경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가상현실 체험 기기인 삼성 기어 VR을 체험하고 있는 사용자들
시험 보는 장면에서 소개한 가상 현실의 다양한 가능성은 늘 소비자들에게 기대를 품게 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가상현실 기기 삼성 기어 VR은 이런 기대에 작은 청사진을 제시하는 제품이다. 아직까진 영화나 게임 같은 분야 비중이 크지만 어떤 분야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안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종이책 속에 갇혀 있었던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발전이 기대된다.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기술 중 상당수는 '엉뚱한 생각'에서 나왔다. “그게 말이 돼?”라고 되묻곤 하던 상상들이 사실은 기술 발전의 밑거름이었다. 이 글에서 언급된 기술도 아직은 ‘말도 안 되는’ 것들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삶을 또 한번 바꿀 IoT가 생활에 조만간 적용될 수 있도록 즐거운 상상을 멈추지 않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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