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는 감동적으로, 텍스트는 최소한으로… ‘모바일 기기 속 비디오’의 변신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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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기 속 비디오의 변신

화면 가득히 택배 상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결혼반지와 시계를 낀 나이 든 남자의 손이 상자를 뜯는다. 알레그로(Allegro). 포장 테이프에 찍힌 글자가 선명하다. 그 안엔 ‘초보자를 위한 영어’란 표제의 책과 CD, 그리고 헤드폰이 들어있다.

공부 중인 백발 노신사

백발의 노신사가 책상 앞에 앉아 안경을 끼더니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한다. “I am(나는~이다), You are(당신은~이다), He/She is(그/그녀는~이다)…” 그는 점착식 메모지에 영단어를 쓴 후 보이는 것에 모두 붙여놓는다. ‘pot(화분), cup(컵)…’, 침대 위에 앉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신경 쓰는 귀여운 강아지 얼굴에 ‘dog(개)’라고 써 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영어 공부는 샤워하거나 식사할 때에도 계속된다. 덕분에 노신사의 영어 실력은 조금씩 나아져간다. “I love you(널 사랑해). You are perfect(정말 예쁘구나).” 버스 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열심히 연습하는 목소리에 앞자리 젊은 여성이 놀라 뒤돌아보다가 연습삼매경에 빠진 그의 모습에 미소 지으며 돌아앉는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그의 연습은 계속된다.

택배를 건네 받는다

택배가 또 도착했다. ‘알레그로’란 글자가 또 다시 보인다. 여행 가방이 들어있다. 남자는 짐을 싼다. 그러는 가운데도 그의 영어 연습은 계속된다. slippers(슬리퍼), toothbrush(칫솔), passport(여권)…. 아내와 강아지에게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선 그는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탄다.

노신사가 런던의 어떤 집에 도착하자 문이 열린다. 그의 아들인 듯 보이는 젊은 남성이 나오더니 그를 정겹게 맞는다. 그 뒤로 젊은 여성이 보이고 이내 두세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노신사는 벅찬 표정이 돼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앉더니 작은 두 팔을 꼭 잡고 영어로 말한다. “I’m your grandpa(난 네 할아버지야). I love you(널 사랑해). You are perfect(정말 예쁘구나).” 화면 위로 자막이 떠오른다. “And You(당신은)? What are you looking for(뭘 찾고 계십니까)?”

#1. 윤리적일 것, 그러면서도 인생 의미를 깨우쳐줄 것

이상은 폴란드 바르샤바 소재 온라인 쇼핑몰 ‘알레그로’가 2016년 제작한 광고 영상의 줄거리다. 유튜브에서 1500만 조회수(views)를 기록한 인기에 힘입어 알레그로는 2년여가 흐른 지금도 이런 콘셉트의 광고를 계속해서 제작 중이다. 이 3분짜리 비디오 클립엔 최근 온라인 비디오 트렌드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거의 다 담겼다<영상 바로 보기>.

앞서 말했듯 이 영상은 광고, 그중에서도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퍼포스드리븐(purpose-driven)’ 광고다. 퍼포스드리븐이란 ‘목표’란 뜻의 명사(purpose)와 ‘…에 의해 구동되는’이란 의미의 형용사(-driven)가 합쳐진 단어. 이에 따르면 퍼포스드리븐 광고는 ‘인생의 진짜 목표를 생각하게 해주는 광고’ 정도의 의미가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하게 감동을 전하며, 동시에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에 대한 깨우침을 준다.

Z세대는 윤리적이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스토리텔링 형태 콘텐츠를 강하게 선호한다

‘제품만 잘 홍보하면 되지 광고가 인생 목표와 무슨 관련이야?’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동향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베티나 하인(Bettina Hein) 픽서빌리티[1]  CEO는 “2018년 온라인 비디오 중 가장 두드러진 약진을 보일 콘텐츠는 퍼포스드리븐 광고”라고 말했다. 자체 조사 결과, “뭔가 감동 메시지를 내포한 광고가 단순 홍보 효과만 노리는 광고에 비해 조회수가 많고 사용자 참여도도 높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제이슨 맨더(Jason Mander) 글로벌웹인덱스[2]  연구책임자의 말에 귀 기울일 것. 그에 따르면 오늘날 소비 계층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 또 그 뒤를 이어 미래의 소비 주역으로 성장 중인 Z세대는 윤리적이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스토리텔링 형태 콘텐츠를 강하게 선호한다(이와 관련해선 스페셜 리포트에서도 올 들어 몇 차례 조명했었다[3] ).

짧은 영상을 선호나는 밀레니얼 세대

밀레니얼(혹은 Z) 세대가 동영상을 선택하는 방식은 당연히 온라인 비디오 시장 동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 의미에서 눈 여겨볼 만한 또 하나의 특성은 ‘짧은 영상 선호’ 현상이다. 제이슨 맨더의 말로 다시 돌아가보자. “Z세대의 모바일 사용 시간은 다른 모든 기기 사용 시간의 총합보다 더 깁니다. 이런 ‘모바일 우선’ 사고 방식은 Z세대가 미디어를 사용하는 행태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오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는 반면, 방송이나 온라인 TV를 시청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아주 짧은, 그야말로 한입에 삼킬 수 있을 정도의 콘텐츠를 선호하죠.”[4]

일 평균 모바일 비디오 시청 시간 추이

‘인터넷 사용자, 특히 젊은 계층일수록 모바일 비디오를 즐겨 본다’는 사실은 최근 KPCB[5]가 발행한 ‘인터넷 사용 동향 보고서(Internet Trends 2018)’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보고서에 언급된 위 그래프는 그 추이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2. 텍스트, 없애는 대신 동영상과 절묘하게 조합시켜라

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온라인 비디오 동향 분석
최근 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온라인 비디오 동향 분석에서 주목할 만한 점으로 더 꼽을 수 있는 건 ‘영상과 텍스트의 조합’이다. 인터넷 문화가 정착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되면서 한동안 “이제부터 대부분의 사용자는 텍스트를 외면할 것”이란 예측이 무성했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종전까지 텍스트 위주로 운영돼온 매체들을 중심으로 “텍스트로 된 기사에 인터뷰나 미니 다큐(멘터리) 형태의 관련 동영상을 곁들인” 콘텐츠가 앞다퉈 제작, 업로드됐다.

텍스트와 영상의 조화로운 공존을 선호하는 사용자

하지만 에벌린 팀슨(Evelyn Timson) 애스펙트필름앤드비디오  매니징 디렉터는 이 같은 관행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자체 조사 결과, 별개의 (텍스트 기반) 기사와 동영상을 나란히 내보내면 그 내용이 사용자 인식 속에서 잘 통합되지 못할뿐더러 들인 예산만큼의 조회수 증가 효과도 내지 못하더라”는 게 그의 설명. 이를 근거로 팀슨은 “사용자는 텍스트를 외면한 게 아니라 텍스트와 영상의 조화로운 공존을 더 선호했을 뿐이며, 이것이야말로 향후 비디오 제작 기업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알레그로 동영상 광고의 인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영상에서 텍스트 사용은 최소한으로 억제된다. 음성 역시 분위기 전달 효과를 높이는 정도로만 반영될 뿐이다. 그 결과, 3분가량의 재생 시간 동안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는 텍스트는 노신사에게 두어 번 배달되는 택배 포장지에 붙은 상표명 ‘알레그로’, 그리고 마지막 장면 화면 중앙에 떠오르는 두 개의 질문이 전부다. 특정 브랜드명과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이 사용자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다. 말 그대로 텍스트와 동영상의 절묘한 조합이다<아래는 이제까지 설명한 내용을 요점 위주로 정리한 것이다>.

영상과 텍스트 관련 동향

#3. 메시지, 사용자가 쉽게 ‘감염’되도록 만드는 게 관건

IT 기술의 진전에 따라 인터넷 사용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IT 기술의 진전에 따라 인터넷 사용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KPCB 보고서 내 그래프로 알 수 있듯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사용률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스폐셜 리포트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듯) 새로운 기술적 기반은 새로운 형식을 낳는다. 또 새로운 형식은 새로운 내용을 촉발한다.

2018년 온라인 비디오 트렌드 중 내용은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될까? 미국 소재 글로벌 소셜 비디오 분석 전문 기업 튜뷸러랩스(Tubular Labs)가 분기별로 펴내는 ‘온라인 비디오 보고서(Online Video Report)’ 최신판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형식에 맞는 내용 변화를 잘 요약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내용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바이럴(viral)’이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내용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바이럴(viral)’일 것이다. ‘바이러스(virus)’의 형용사형인 이 단어는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는 행동 특성을 의미한다. 대표적 예가 2013년 처음 등장한 ‘할렘 셰이크(Harlem Shake)’다. 레스토랑·스튜디오·사무실 등 다양한 배경을 뒤로 동물 가면 쓴 인물 한 명이 아주 간단한, 이를테면 신나는 비트에 맞춰 머리를 계속 흔드는 동작 따위를 시작한다. 그러면 그 다음 순간, 그 공간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 동작을 따라 한다. 여럿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이 짧고 간단한 영상은 시청자에게 뜻밖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준다.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역시 성공적 바이럴 동영상의 특성을 잘 갖춘 또 다른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쁜 영상을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

늘 인기를 끄는 요리 관련 동영상에서도 특징적 변화가 눈에 띈다. 특히 요즘은 팬케이크나 과일 디저트처럼 간단한 음식 조리 과정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예쁘게 보여주는 영상이 사랑 받고 있다. 여행 부문에서도 한때 인기몰이 했던 ‘번지점프 체험기’ 등 모험심 유발 영상 인기는 떨어지는 반면, ‘고급 항공기 1등석 탑승기’처럼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여행 관련 영상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모바일 세대’ 취향 잡으려면 경계 허물고 균형 확보해야

모바일로 소통하는 지구촌 젊은이

지구촌 젊은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과 함께하는 ‘내 손 안 기기’에서 모든 걸 구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은 물론이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인생 체험, 그런 것들을 통해 깨닫는 인생 지침까지 전부. 흥미로운 건 그들이 ‘기성 세대식(式) 분류’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단 사실이다. 실제로 교과서와 광고, 텍스트와 영상, 정보와 이야기, 기업과 소비자, 화면과 현실 공간 간 경계는 이리저리 허물어지고 통합돼가는 중이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절묘한) 균형’뿐이다. 그것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젊은 사용자의 참여와 열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1] Pixability.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온라인 광고 대행 업체
[2] Globalwebindex. 영국 런던 소재 웹 이용자 정보 분석 전문 기업
[3]“‘돈보다 중요한 건 삶의 질’이란 소신, 시장 판도 바꿀까?”(5/23), “‘미래 소비 주역’ Z세대 겨냥한 CSR 핵심 전략 4”(2/28), “‘미래 기업 운영의 뇌관’ 밀레니얼 세대 공략법”(1/31) 참조
[4]Matt Anderson, “3 industry leaders predict the online video trends that will shape 2018”, Think with Google, 2018년 1월
[5] Kleiner, Perkins, Caufield and Byers.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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