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의 지상 과제 “직원을 회사와 통(通)하게 하라!”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누구나 임직원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실제로 ‘회사 일이라면 뭐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임직원(engaged employee)’은 현대 경영학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동시에 경영학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였다. 하지만 “회사 일을 내 일처럼”이 마음 먹는다고, 누가 강조한다고 절로 되는 건 아니다. 그 때문에 현실에서 이런 유형의 임직원은 한낱 이상(ideal), 혹은 겉도는 유행어 정도의 느낌에 머물러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이용률이 크게 늘면서 ‘어쩌면 현실에서도 충성도 높은 임직원을 늘릴 방법이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기고 있다. ‘마법의 열쇠’는 사내 소통, 다시 말해 회사 내에서 임직원 간에 오가는 메시지 교류 문화다. 실제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기업에서 임직원과 경영진 간 협력 행동은 1990년대 중반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으며, 협력이 필요한 성격의 업무가 전체의 80%에 이르렀다. 보도는 “이런 변화를 가능케 한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급속도로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소통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글 서두에서 제시한 통계들은 그런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모바일 혁명,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새 장(場) 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빠른 속도로 부상 중인 사내 소통의 기원은 영단어 ‘인터널 커뮤니케이션즈(internal communications)’다. 원래 뜻은 ‘(그 성격과 무관하게) 조직 구성원 사이에서 이뤄지는 소통’. 하지만 산업 시대에 들어오며 이 개념은 주로 기업 종사자 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 해당 기업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려는 맥락에서 거론돼왔다(물론 이를 위해 임직원 복지와 관계 개선 자체에 역점을 두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가지 설(說)이 있지만 19세기 말 영국 비누 제조업자 레버 형제(Lever Brothers)가 자국인 직원들로 구성된 공동체 조성을 목표로 상당액을 투자한 사례가 ‘최초 사내 소통 사례’로 꼽힌다.
이후 한동안 사내 소통은 ‘정책 결정자가 내린 결정을 전 임직원이 잘 이해하고 충실히 이행하도록 교육하는 과정’을 의미했다. 이 경우, 대개의 소통은 △상부에서 소수 임원이 협의해 기업의 활동 방향과 내용을 정하고 △단계별 내부 회의를 거쳐 △브리핑이나 업무 지시 형태로 전체 임직원에게 그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일명 ‘톱다운(top-down) 방식’, 혹은 ‘방송(broadcasting) 모델’로 불리는 의사 결정 구조다.
초기 형태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전적으로 인터넷, 그중에서도 인트라넷과 같은 조직 내부 전용 인터넷 때문이다. 회사 전체가 돌아가는 모습을 책상에 앉아 PC로, 아니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훤히 볼 수 있게 되면서 예전엔 엄두 내지 못했던 일도 과감히 시도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요즘 인트라넷 환경이 갖춰진 기업 소속 임직원은 그 환경을 십분 활용, 회사 일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업무도 수월하게 파악한다. 그뿐 아니다. 업무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타 부서 동료들과도 간편하게 연락한다.
변화는 자연스레 자기 표현 기회 증가로 이어졌다. 특정 실무를 맡은 임직원의 의견을 회사 전체에 알리기 쉬워졌고, 회사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의 이점을 이해하고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 사례를 다룬 2015년 4월 1일자 스페셜 리포트[5]에서도 확인했던 것처럼 임직원의 경험과 직관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건 세계적 추세다. 한 예로 유럽연합(EU)은 노동자가 자신이 소속된 회사 일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알고 그와 관련, 의견을 존중 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한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경향은 기업 내 밀레니얼 세대 임직원 비중이 커지며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밀레니얼 세대와 그 뒤를 이은 Z세대에 관해선 올 초 삼성전자 뉴스룸이 두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조명했었다[6].)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Z세대는 하나같이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아래 그래픽 참조>.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열정적으로 참여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기업 구성원 중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늘며 사내 소통에서도 그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그래픽 속 수치는 2017년 집계한 것
(자료 출처: 인터렉트)
그리고 사내 소통은 이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창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기업 문화의 상당 부분은 사내 소통으로 인해 달라지는 추세다. 직원들의 가치관과 태도 변화가 사내 소통의 성격을 바꿔놓기도 한다. ‘위에서 아래로’ 일색이었던 소통 방식이 ‘옆에서 옆으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자유롭게 뒤섞이며 하나의 목소리로 통합돼가는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은 이 같은 변화에 불을 댕기고 있다.
버진트레인·지멘스… 사내 소통으로 활로 모색하다
글로벌 데이터서비스 기업 익스페리언(Experian)은 TED 방식의 강연 동영상을 통해 사내 소통을 강화해오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성공 사례를 수집, 강연 형태로 알리는 데서 출발해 요즘은 자체 웹캐스팅 채널 ‘익스페리언 TV’를 만들어 운영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사내 온라인 네트워크를 비롯,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형태로도 구현해 모든 임직원이 언제 어디서든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순기능은 적지 않다. 우선 지역적으로 넓게 분포해 있는데다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임직원이 서로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그뿐 아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수많은 임직원이 근무 지역과 담당 업무를 넘어서 ‘하나의 팀’으로 활동하게 되는 만큼 ‘익스페리언 사람들’로서의 유대감도 느낄 수 있다.
버진트레인(Virgin Trains)은 영국 중서부 일대를 기반으로 운행되는 철도 기업이다.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트레인 회장은 세대별 임직원 소통 방식을 고심하던 중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대화 리더십’을 구사하기로 했다. 대략적 구조는 이렇다. 회사는 임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한다. 회사 허브(hub)로 구성된 스마트폰 초기 화면엔 (역시 회사가 만든) 앱도 여럿 탑재돼 있다. 이를테면 매년 의무화돼 있지만 불필요한 것도 많아 번거로웠던 건강 검진 기능 일부가 스마트폰 건강 점검 앱으로 대체됐다. 반면, 영상 통화 기능을 활용하며 단순 업무 지시를 포함한 일상적 만남의 효과는 배가됐다.
독일 베를린과 뮌헨에 본부를 둔 종합 제조기업 지멘스(Siemens)는 최근 ‘퓨처메이커(the Future Makers)’란 개념을 도입,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잠재적 역량이 풍부한 임직원을 고용하며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 선발된 퓨처메이커들은 세계 각지 지멘스 지사와 관련 기업을 방문, 지멘스만의 얘길 담은 3D 스토리 영상을 제작한다. 완성된 영상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상현실(VR) 형태로 임직원에게 제공된다. 반응은 성공적이다. 영상을 접한 임직원의 97%가 “(퓨처메이커가 만든) 영상 덕분에 우리 회사를 더 잘 이해하게 됐으며 내 업무가 더 재밌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내 소통 원활해지면 창의적 직원 수도 늘어난다”
사내 소통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느냐 하는 문제는 비단 기업 내부 관심사에 그치지 않는다. 외부에서 그 기업에 대해 내리는 평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소셜 미디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 내부 소통은 외부인이 기업을 평가하는 신규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 같은 외부 평가가 거꾸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갖는 열정 수준에도 영향을 끼친단 사실이다. 실제로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입소스(Ipsos) 등은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속속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에서 파트너로 근무 중인 에릭 가톤(Eric Garton)과 마이클 맨킨스(Michael Mankins)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논문에서 “21세기 기업엔 참여하는 직원(engaging employee)을 넘어서서 창의적인 직원(inspired employee)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인앤드컴퍼니가 영국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공동으로 진행한 논문 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의적 영감을 갖고 일하는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생산 성과가 최대 3배 이상 높았다<아래 도표 참조>. ‘마음을 움직이면 머리와 몸은 절로 따라간다’는 얘기다.
(자료 출처: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세기 중반,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 1908~1970)는 지금껏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이론 ‘인간 욕구 5단계설’을 제시했다. ‘인간에겐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평판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는데, 뒤로 갈수록 욕구 차원이 높아지며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게 이 이론의 골자다. 매슬로는 “자아실현 욕구가 충족되는 단계에선 △도덕성∙창의성 수준이 높아지고 △태도와 마음가짐이 자연스러워지며 △문제 해결 능력이 커지고 △편견이 사라질 뿐 아니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가톤와 맨킨스는 “사내 소통이 원활해지면 창의적 직원의 풀(pool)을 넓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설 역시 매슬로 이론을 기반으로 제시된 것인데, 실제로도 사내 소통 증진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이 고취되면서 생산성이 향상되는 사례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 건 무척 흥미로운 사실이다. 매슬로가 주장했듯 인간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본능에 충실’하고 ‘안전을 중시’하다가 조금씩 ‘사람 간 유대와 타인에 대한 존중’에 눈뜨고, 더 나아가 ‘창의적 발상을 통해 자아 실현에 힘쓰는’ 형태로 진화해왔다. 그리고 어쩌면 그 과정에서 ‘IT 기술의 약진’이란 날개를 단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의 내부 소통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1] Globoforce. 미국∙아일랜드 기반 인적자본관리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
[2] Randstad. 네덜란드 소재 글로벌 인력 운영 업체
[3] Havard Business Review(HBR).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자회사인 하버드비즈니스퍼블리싱이 발간하는 격월간 경영 전문지
[4]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약칭. 미국 소재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5] 임직원 지혜 모았다, 아이디어 날개 달았다_1주년 맞은 삼성전자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
[6] 관련 내용은 “‘미래 기업 운영의 뇌관’ 밀레니얼 세대 공략법”(2018년 1월 31일자 스페셜 리포트)과 “’미래 소비 주역’ Z세대 겨냥한 CSR 핵심 전략 4”(2018년 2월 28일자 스페셜 리포트)를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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