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머신러닝… ‘내 폰’에서 다 누리는 최첨단 IT 기술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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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머신러닝... ‘내 폰’에서 다 누리는 최첨단 IT 기술.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 작가 필진과 함께하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1939년 폴란드 크라쿠프[1]. 독일군 점령지 공장지대 외곽의 화려한 저택 앞에 건장한 신사가 한 명 서있다. 에나멜 공장을 경영하는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다. 독일 병사 두 명이 그의 앞에 초로(初老)의 남자를 데려온다. 체구는 작지만 영민한 눈빛을 지닌 사내, 연방 머리를 긁는다. 쉰들러가 묻는다. “왜 그러나, 스턴?” “머리에 이가 있는 척하는 겁니다.” “후후, 저들을 적당히 멀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철조망과 음산한 하늘 모습이 전쟁을 연상케 한다

마침내 단둘이 남게 되자, 잇자크 스턴은 평온한 자세와 표정으로, 하지만 대단히 빠르고 긴박하게 쉰들러에게 뭔가 귀띔한다.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1993년작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중 한 장면이다. 극중 잔인한 박해 대상이던 유태인으로, 또 쉰들러의 회계사 겸 경영 파트너로 일하던 스턴은 쉰들러에게 중요한 지침을 전달한다. 대단한 명장면까진 아니어도 줄거리 이해를 돕는 데 결정적인 대목 중 하나다.

든든하고 영민한, ‘나만의 조력자’에 대한 로망

두 손 위에 별 모양 견장이 올려져 있다

극중 스턴은 전쟁(제2차 세계대전) 중 전개되는, 긴박하고도 복잡한 과정에 관한 정보를 전부 꿰고 있다. 평소처럼 사업을 해나가다가도 수용소에서 죽음에 직면한 유태인을 빼돌려 목숨을 구해주고, 그 일을 가능케 하기 위해 독일군 요인을 매수한다. 굵직굵직한 결정에서 아주 사소한 사항까지 아우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독일인 경영주 쉰들러에게 지침을 건네 그가 시기적절한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을 행동에 옮기도록 돕는다. 현명한 조언과 인간미 넘치는 배려심으로 ‘별 생각 없이 인생을 즐기는’ 부류였던 쉰들러를 일약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업가인 동시에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적 휴머니스트’로 바꿔놓는다.

이 영화가 주는 충격과 감동은 상당 부분 ‘사실적으로 그려낸 유태인 박해 현장’에 기인한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게도 스턴 같은 조언자가 있다면 인생이 달라질까?’ 특히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이라면 누구나 스턴 같은 파트너의 존재가 얼마나 절실한지 공감할 것이다.

여러 갈림길을 바라보며 서있는 남자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란 말이 있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간 선택(Choice)의 연속이 곧 삶, 이란 얘기다. 실제로 인간은 살면서 무수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믿을 만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모든 정보를 꿰고 있을 뿐 아니라 그걸 정확히 분석한 후 적재적소에 올바른 지침을 내려주는, 스턴이나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집사) ‘앨버트’ 같은 존재 말이다.

오랫동안 간절하게 품어온 꿈은 어떻게든 이루고야 마는 게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풍부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쉽게 획득하는 일은 컴퓨터 기술이 발전되며 확실히 개선됐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이렇게 얻은 정보를 분석, 정확한 판단 근거를 확보하는 일에도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기껏 수집∙분석한 결과를 특별한 장소, 이를테면 책상 위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다면? 그걸 가리켜 “늘 내 곁에서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존재”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손에 쥐어진 갤럭시 s9

21세기 들어 급속도로 개발, 보급된 모바일 기기는 쉽게 말해 ‘사용자 손 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0년대에 진입하면서부턴 온라인 공간에서 오가는 정보량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와 함께 데이터 저장∙분석 기술로 분류되는 빅데이터나 머신러닝 등의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엄청나게 큰 컴퓨터와 저장 장치가 있어야 활용할 수 있었던 수준의 정보를 이젠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쉬이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 기기 내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손쉬운 형태로 심층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틀어 지능형 애플리케이션(Intelligent Application, 이하 ‘지능형 앱’)이라고 부른다.

2015년 본격 개발… “10년 내에 상용화될 것”

모바일 기기 위로 데이터 분석 등 이미지가 겹쳐짐

지능형 앱은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정보를 빠르고 심도 있게 처리,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을 일컫는다. AI의 머신러닝 기능이 휴대전화에 앱 형태로 탑재됐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빅데이터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기반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인 만큼 지능형 앱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건 불과 3년 전인 2015년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진화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이미 무수한 지능형 앱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에 거의 모든 디지털 소프트웨어에 지능형 앱이 적용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놀라운 발전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비결은 머신러닝 기능 자체의 구조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고도의 기능을 수행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코딩(encoding∙부호화) 구조 역시 그에 상응할 정도로 복잡할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머신러닝의 경우, 인코딩 과정에서 세세한 지시사항을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없다. 대신 처리 대상이 되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분석 결과도 그에 비례해 정확해진다.

카메라에 찍은 얼굴이 자동적으로 안면인식된다.

안면인식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머신러닝 구조에선 사람 얼굴 사진 데이터가 더 많이 입력될수록 기기도 그만큼 정교하게 얼굴 유형을 추려낼 수 있다. 안면인식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 그의 정체성을 찾아내 연결하는 작업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흡사 공부를 더 많이 한 학생일수록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서도 정답을 어렵잖게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따라서 머신러닝 기술은 모바일 기기가 널리 보급되며 온라인상에서 더 많은 정보가 오갈수록 자체 동력에 따라 점점 더 진화한다.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엣지(edge) 컴퓨팅 기술 따위를 활용, 그 정보를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만 있으면 소형 모바일 기기에서도 얼마든지 최첨단 머신러닝 기술 활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모든 선택을 ‘최적의 타이밍’에 내릴 수 있다?!

지능형 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활용된다. 첫째,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자동화해 고급 인력을 좀 더 부가가치 높은 활동에 투입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딱 맞는 시각과 맥락에서 최적의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제시해 사용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사물인터넷으로 집안 곳곳을 편하게 작동한다

전자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발달로 인한 일명 ‘이벤트-드리븐 시스템(event-driven system)’의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종전까지 자동화(automation)라고 하면 ‘사람이 공장 컨베이어 벨트 앞에 앉아 기계적으로 하던 작업을 산업용 로봇이 대신하는’ 정도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IoT가 보급되면서 자동화의 의미는 한층 넓어졌다. 사람이 접근하면 절로 켜지는 가로등, 앞에 서기만 해도 척척 열리는 문,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고 나가기만 해도 알아서 계산해주는 무인상점 등 일상 곳곳에서 자동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벤트-드리븐 시스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이런 형태의 자동화가 가능해지려면 센서와 센서 사이, 센서와 중앙처리장치 사이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오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모바일 기기와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 건 물론이다. 다시 말해 개별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가 저마다 지능형 앱을 탑재한 덕분에, 그리고 그 앱이 사용자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드리븐 액션’을 가능케 하는 덕분에 사용자의 일상이 장애물 하나 없이 매끈하게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가 영화 속 쉰들러 입장에서 스턴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아니, 스턴보다 사용자 입맛에 더 맞는 조언자라고나 할까? 이 범주에 속하는 지능형 앱은 스턴과 달리 독립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며 오로지 사용자가 원하는 판단에 필요한 자료만 공급해준다. 자연히 극중 스턴처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유태인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주인의 재산을 탕진시키지도, 몇 차례나 위험천만한 고비에 빠질 뻔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다양한 앱을 탑재하면 사업 경영 전반에서부터 점심 메뉴 선택, 즉석 주말 여행 계획까지 일상의 모든 면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도록 도움 받을 수 있단 점에서도 스턴보다 곱절은 낫다.

기사 가치 판단, 지원서 옥석 판별 등에도 활용

초고속 성장 중인 지능형 앱 시장

탑재 전후의 변화가 다분히 극적이어서일까, 지능형 앱 시장은 초고속 성장 중이다. 쓰임새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은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표적 사례를 몇 가지 꼽아보자. 미국 경제∙경영 전문 격주간지 포브스(Forbes)는 잡지 제작에 ‘퀼(Quill)’이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이 글쓰기 프로그램은 단어∙숫자∙상징 등의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거기서 의미를 추출, 자연스러운 언어로 풍부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그뿐 아니다. 작성된 기사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한 후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를 삭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가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수익을 창출하지 않았다면 퀼은 해당 프로젝트 관련 정보를 억제한다. 반대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면 구체적 수치를 들어가며 해당 정보를 강조한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회사 겸 영국 AI 프로그램 개발 기업 딥마인드테크놀로지(DeepMind Technology, 이하 ‘딥마인드’)는 최근 런던 소재 무어필드안과병원과 파트너십을 체결, 안과질환을 신속‧정확하게 진단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보통 안과에서 이 진단을 시행하려면 기술적으로 복잡한데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 ‘광학적 간섭 단층촬영법[2]’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딥마인드가 개발한 지능형 앱엔 AI가 적용돼 노안성 근육 약화증이나 당뇨성 망막 질환 등의 안과질환을 단 몇 분 만에 판별해내는 걸로 알려졌다.

핸드폰으로 삼성 플렉스워시 세탁기를 조정한다

지능형 앱은 기업의 직원 채용에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고용 중개 웹사이트 몬스터잡스(www.monster.com)가 도입, 활용 중인 앱 ‘탤런트빈(TalentBin)’이 대표적 예다. 탤런트빈은 지원자와 관련된 문건은 말할 것도 없고 그(그녀)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과 언어 사용 방식, 이전 작업 결과물 등 확보 가능한 정보는 전부 살피고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지원서엔 잘 드러나지 않는 지원자의 성격과 능력, 기타 잠재력 따위를 낱낱이 밝혀내는 것이다.

국내 사례도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출시한 3도어 올인원 세탁기 ‘플렉스워시’ 신제품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음성인식 AI 앱 ‘빅스비’가 탑재됐다. 그 덕에 사용자는 세탁기 사용법과 이상 발생 시 대처 요령 등을 세탁기와 대화하듯 숙지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앱과 연동, 홈 와이파이와 연결시키면 스마트폰을 통해 세탁 진행 상황을 원격으로 확인하거나 제어할 수도 있다.

고차원적 판단도 ‘척척’… 기술 혁신, 일상 속으로

고난도 판단도 척척하는 인공지능

인간은 고단한 노동이나 번거로운 작업을 돕는 유∙무형의 존재에 대한 꿈을 오랫동안 꿔왔다. 시간이 흐르며 그중 일부는 하나둘 실현됐다. 실제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는 기계, 깊은 곳의 물을 퍼 올려 논밭에 대주는 기계 등의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른다. 특히 20세기 들어 그런 기계들의 도움을 받는 기술은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정보의 시대’로 불리는 21세기에 접어들며 인간은 물리적 힘을 넘어 형이상학적 판단이 필요한 일까지 기계에 맡길 수 있게 됐다. 지능형 앱은 그런 혁신을 아주 간단한 형태로 삶의 적재적소에, 그리고 구석구석에까지 이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볼 때 현대인은 어쩌면 “꿈을 많이 꿀수록 그 꿈에 가까워진다”는 유럽 속담을 자신도 모르는 새 실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 Krakow. 폴란드 마우폴스키에주(Małopolskie州)의 주도(州都)
[2]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줄여서 ‘OCT’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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