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 스마트스쿨, ‘10시간 마라톤 회의’로 목표 향해 성큼!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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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6년차 윤수인(삼성전자 한국총괄 B2B영업팀)씨에게 주말은 그저 ‘쉬는 날’이 아니다. “내 지식과 기술로 누군가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하고픈” 그는 몇 년 전부터 사내 봉사 프로그램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봉사를 시작한 후 그 흔하다는 ‘3-6-9 고비 ’도 무사히 넘겼다. 모두가 달콤한 잠에 빠진 토요일 오전, 수인씨는 삼성전자 서울대연구소(서울 관악구 관악로)로 향한다. 서산성봉학교는 발달장애 학생이 모여있는 충남 서산시의 작은 학교다. 이 학교 정진식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사비를 털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기기와 360도 카메라를 구입했다. “장애의 제약에 갇힌 아이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순 없을까?” 교육법을 고민하는 게 일상이 된 그도 해답을 찾기 위해 삼성전자 서울대연구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1] 3년차∙6년차∙9년차 등 직장인에게 3년 주기로 찾아오는 슬럼프를 일컫는 말

해커톤 참여자들의 단체사진

지난 23일, 처한 환경은 제각각이지만 고민은 엇비슷하던 이들이 한데 모였다. 집결지는 2018 삼성 스마트스쿨(이하 ‘스마트스쿨’) 해커톤[2]이 열린 삼성전자 서울대연구소. 스마트스쿨은 2012년 디지털 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지원하기 시작된 삼성전자의 대표적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7년째에 접어든 올해엔 지원 대상과 방법을 확대하며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관련 내용은 지난 기사 소셜벤처, 학교 아이, 학구열 넘치는 어르신… “모두모두 지원하세요” 참조>.

해커톤 역시 올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스마트스쿨 예선 심사를 통과한 기관, 그리고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가 팀을 이뤄 교육 현안을 점검하고 해결책도 함께 도출하려는 게 시행 취지. 서로의 빈틈을 완벽히 채워준 ‘10시간 동고동락’ 현장에 뉴스룸이 동행했다.

현장의 고민, 솔루션 만나다… 배추 심던 이장님, ‘컴도사’ 된다면?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흰색 상의)들과 후보 팀원(남색 상의)들이 팀을 이루는 ‘매칭 시간’. 현장엔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흰색 상의)들과 후보 팀원(남색 상의)들은 이날 처음 만났지만 현장에선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대전∙파주(경기)∙평창(강원)∙음성(충북)∙목포(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15개 기관 담당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3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두 차례의 심사(서류∙전문가)를 통과한 주인공. 최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려면 한 단계가 더 남았다. 7월 한 달간 진행되는 온라인 공감투표에서 1만 표를 얻어야 하는 것. 지금이야말로 각자 제출한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 기술적 문제는 없는지 점검할 적기(適期)다. 그만큼 누군가의 자문도 절실하다.

본격적 해커톤이 시작되기에 앞서 참가자들의 긴장을 푸는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임직원 멘토들과 15개 기관 담당자 간 어색한 기류를 자연스럽게 바꾼 일명 ‘페어 드로잉(pair drawing)’ 시간이 그것. 각각 흰색∙남색 셔츠를 차려 입은 임직원 멘토와 기관 담당자들은 서로의 초상화 그리기에 나섰고, 완성된 그림은 각자의 짝을 찾는 단서가 됐다. 그리고 얼마 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기관별 멘토가 속속 공개됐다. (실제 팀 매칭 작업은 임직원 멘토의 지원서와 주요 이력, 본선 진출 기관의 수요에 맞춰 이날 행사 전 일찌감치 이뤄졌다.)

열띤 분위기의 해커톤 현장

뒤이어 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인 해커톤이 막을 올렸다. 해커톤은 △각 팀의 기관 담당자가 교육 현안을 제안하고 △임직원 멘토들이 그에 공감하며 △다 함께 가장 적합한 해법을 찾아가는 형태로 진행됐다. 박찬구 경기 안성 산평초등학교 교사는 “스마트기기 활용에 대해 추상적으로 알고 있던 게 많았는데 멘토와 대화를 나누며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며 “답답했던 속이 확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커톤에 참가한 예선 통과 기관 담당자들은 현장에 비치된 교육 기기를 이것저것 활용해보며 각자 고안한 아이디어의 실현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해커톤에 참가한 예선 통과 기관 담당자들은 현장에 비치된 교육 기기를 이것저것 활용해보며 각자 고안한 아이디어의 실현 방안을 모색했다

실제로 이날 열띤 토론 끝에 꽤 괜찮은 ‘스마트 교육’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VR 기기나 스마트 칠판 등은 물론, 릴루미노처럼 삼성전자가 개발에 참여한 기기를 활용한 방안도 나왔다. 특히 ‘도서 산간 지역 소재 정규 학교’로 지원 대상을 한정했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 등으로 폭을 넓힌 덕에 △학교 폭력 피해 어린이 △발달장애인 △다문화가정 어린이 △한글 학습 부진자 등 다양한 교육 대상자를 고려한 튜토리얼이 탄생했다.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와 함께 구상한 스마트스쿨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는 박윤희 바우뜰 대표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와 함께 구상한 스마트스쿨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는 박윤희 바우뜰 대표

이날 멘토링 과정을 거쳐 ‘평창 거주 5060 세대의 디지털 까막눈 탈출’ 프로젝트를 제안한 박윤희 바우뜰 대표는 “교육 격차는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르신에게도 있다”고 강조했다. “마을에 배포할 공문 작성을 부탁하기 위해 조카 집까지 40분을 걸어서 오가시는 이장님이 계세요. 어르신도 스스로 컴퓨터 문서 작업을 해낼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을 실시한다면 마을 전체가 달라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박 대표가 소개한 이 스마트스쿨 시나리오는 해커톤 참가자들의 호응을 가장 많이 얻은 팀에 주어지는 ‘스마트스쿨의위’ 상(賞)[3]을 수상하기도 했다

1기 임직원 멘토 5인에게 물었다, “달라진 스마트스쿨 참여해보니”

이날 행사장을 누빈 임직원 멘토 54명은 15개 기관 담당자 못지않게 분주했다. 지난 4월 사내 인트라넷에서 진행된 공개 모집에 응모, 선발된 이들은 삼성전자에 다니고 평소 교육 봉사에 관심이 많단 사실 말곤 공통점이 별로 없다. 소속도, 직무도 제각각이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노동주(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 솔루션개발실)씨 △윤수인씨 △이근희(삼성전자 무선사업부 UX혁신팀)씨 △이형욱(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창의개발센터)씨 △정소영(삼성전자 한국총괄 B2B영업팀)씨 등 그중 다섯 명을 따로 만났다.

▲임직원 멘토는 삼성 스마트스쿨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제도다. 사진은 1기 멘토로 활약 중인 정소영•노동주•윤수인•이형욱씨(왼쪽부터)

▲임직원 멘토는 삼성 스마트스쿨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제도다. 사진은 1기 멘토로 활약 중인 정소영·노동주·윤수인·이형욱씨(왼쪽부터)

Q. 장장 10시간 동안 예선 통과 기관 담당자의 고충을 가까이서 들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정소영 전교생이 22명뿐인 전남 곡성 오산초등학교의 멘토가 됐는데 느낀 점이 많아요. 특히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 생각보다 많구나’, 그리고 ‘정서적 동기 부여도 물질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하구나’ 하는 걸 실감했죠. 모든 게 낙후된 지역적 특성상 교육 환경 개선은커녕 현상 유지에 급급한 게 현실이라 선생님들이 굉장히 답답해 하시더라고요. 오늘 하루 그분들 입장에 서서 도움 드릴 방법을 고민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이근희 제가 멘토를 맡은 꽃동네학교 아이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 시설에 버려졌던 경험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평범한 가정의 학습 환경이 낯설고 아주 기본적인 상식도 몸에 배지 않은 경우가 잦죠. 그 얘길 듣고 ‘코딩 교육처럼 단순한 형태의 커리큘럼 대신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걸 찾아보려 합니다.

Q. 오늘 있었던 해커톤을 시작으로 긴 여정이 계속될 텐데요. 앞으로의 멘토링 방향은요?

윤수인 제가 멘토링할 서산성봉학교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모여있지만 다양한 문화 교육으로 이름나 있어요. 그중에서도 사물놀이는 충남 지역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죠. 그런데 막상 그곳 아이들은 다른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대요. 이런저런 제약이 많아서겠죠. 전 앞으로 그런 부분들을 하나둘 해결하며 아이들이 즐거워할 일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아이들이니까요.

노동주 ‘실현 가능한’ 조언을 건네는 것도 저희들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얘길 나눠보니 몇몇 분은 당장 도입하기 힘든 기술 구현을 막연히 꿈꾸고 계시더라고요. 남은 멘토링 기간 동안 오늘 경험을 떠올리며 제가 담당한 기관 담당자 분들과 이상과 현실 간 거리를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가려 합니다. 이번 해커톤은 그런 소통의 출발점이 됐단 점에서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꽃동네학교의 멘토를 맡은 노동주•이근희<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기관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꽃동네학교의 멘토를 맡은 노동주·이근희<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기관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Q. 삼성 스마트스쿨의 임직원 멘토제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지원 계기가 있나요?

윤수인 평소에도 사내 봉사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편이에요. 활동 폭을 넓힐수록 우리 회사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나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애사심도 생기고요. 제일 좋은 건 봉사에 참여할 때마다 ‘더 나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단 사실이에요. 특히 요즘 사내 봉사 중엔 단순한 시간 때우기 형태보다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많아 좋습니다.

이형욱 저도 볼런테인먼트[4]나 해외 봉사 등 다양한 사내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봉사란 게 뭘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배우는 활동이구나!’ 생각합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란 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잖아요. 실제로 봉사 경험 하나하나는 제가 속한 사회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단 게 제 생각이에요. 특히 우리 회사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이 잘 갖춰져 있어 되도록 사내에서 봉사 기회를 많이 찾으려 애씁니다.

Q. 직장인의 삶이란 게 매일 숨가쁘고 정신 없잖아요. 그런데도 봉사를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요?

정소영 사내 봉사에 참여하다 보면 늘 비슷한 걸 느껴요.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와 수혜 기관에서 필요한 것들이 대개 딱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그 중간 지점에 제가 서있는 거고요. ‘내 짧은 지식으로도 그들의 빈틈을 채워줄 수 있구나!’ 생각하면 굉장히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채워)주려고 나갔다가 오히려 뭘 받아오는 것, 그 순간의 감사함 때문에 나눔의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근희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돌아보니 이런저런 봉사 활동을 하며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났더라고요. 몸이 불편한 분, 거동이 힘든 어르신,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 제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 모든 경험이 제 디자인에 녹아든 것 아닌가 싶어요. 업무와 일상 생활을 해나가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도 많이 얻고요. 이번 스마트스쿨 임직원 멘토 활동에서도 좋은 기운 얻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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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ackathon.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마라톤을 하듯 오랜 시간 동안 팀을 이뤄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행사를 일컫는다
[3] ‘스마트 스쿨의 위상(位相)’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4] 자원봉사(volunteering)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 ‘신나고 즐겁게 참여하는 자원봉사’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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