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향한 배려’ 깃든 연구로 영예… ‘제22회 휴먼테크논문대상’ 수상자 2인을 만나다
지난 3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제22회 휴먼테크논문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휴먼테크논문대상은 삼성전자가 지난 1994년부터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인력을 조기에 발굴, 육성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 고교∙대학 2개 부문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에선 두 부문을 합해 총 119개 팀(개인 포함)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아래 박스 참조>.
이날 현장엔 삼성전자 사장단과 주요 대학 총장, 학부모 등이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초로 대상 수상자가 등장해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시상식 직후 대상 수상자 서현석(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과정)씨와 고교 부문 금상 수상자 박지혁(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군을 만나 수상 논문에 얽힌 뒷얘길 들었다.
서현석(대학 부문 대상 수상자)씨_”응급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한 심장 MRI 촬영, 해법 찾았습니다”
서현석씨의 논문 주제는 ‘위상 정보를 이용한 자가 게이팅 심장 자기공명영상법(Self-Gated Cardiac Cine MRI Using Phase Information)’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심장 부위 MRI(자기공명영상, Magnetic Resonance Imaging) 촬영 시 환자가 겪는 불편을 줄여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현석씨의 연구는 기존 MRI의 단점을 보완하고 환자 중심 진료 환경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의 가슴이나 복부에 별도 장비를 부착하지 않아도 원하는 결과값을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을 줄였다. 또한 기존 MRI를 통한 심장 검사는 환자가 숨을 참고 있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를 바탕으로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심장 자기공명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시간
기존 방식으로 심장 자기공명 영상을 촬영할 경우 △게이팅(gating, 어떤 물체가 발신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걸 의미하며 여기선 생체 신호 감지를 뜻함) 장비 부착 △심장박동 신호 확인 △호흡 신호 확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약 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심전도 측정 장비와 복부 벨트를 부착하고 심장박동(cardiac signal)과 호흡 움직임에 대한 정보(respiratory signal)를 얻어내는 동안 환자는 숨을 참은 채로 MRI 내에 누워있어야 해 불편함이 컸다. 특히 이 방식은 숨을 오래 참기 어려운 응급 환자에겐 적용하기 어렵단 문제가 있다.
현석씨가 제안한 기술은 혈류 속도 변화를 통해 심장의 움직임을 예측, 호흡 동작(motion)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촬영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시간 촬영 시 발생하는 영상 내 블러(blur) 현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별도의 게이팅 장비 없이도 심장박동과 호흡의 움직임을 추정할 수 있는 건 자기공명 신호를 이용, 대동맥 혈류의 속도 변화를 측정하고 장기 움직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석씨가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좀 남달랐다. 그는 “지난 2014년 여름부터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함께한 산학 과제가 내 논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수요가 연구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여기에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의 지속적 피드백이 더해지며 완성도가 높아졌다. 그는 “내 연구의 첫 번째 목표는 ‘실용’이었다”며 “지금 당장 현장에 투입돼도 손색 없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는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도 전공 분야를 살릴 수 있는 환경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은 비단 삼성전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체를 이끌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처음 시도할 당시만 해도 실패 위험과 불확실한 성공 여부를 안은 채 후발주자로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의료 산업 역시 오늘날 세계적 추세로 본다면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지속적으로 연구를 계속한다면 우리나라도 의료 강대국 반열에 진입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거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게 제 꿈입니다.”
박지혁(고교 부문 금상 수상자)군_”옷 안에 착용 가능한 환자용 외골격 보행로봇 만들었죠”
▲”재활 로봇 착용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환자의 마음까지 배려한 ‘따뜻한 연구’를 선보여 고교 부문 금상을 수상한 박지혁군
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 동갑내기 친구인 박지혁·김현우·임경록·이지민군은 ‘뇌성마비 환자를 위한 보행 보조 재활 로봇’ 주제 논문으로 고교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약 1년 전 교내 연구논문 지원 프로그램(RnE, Research and Education) 과정에서 만난 사이다.
박지혁군과 팀원들이 연구한 건 ‘뇌성마비 환자를 위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2세대 외골격 보행보조 재활 로봇’이다. 지혁군은 “무릎과 발목 관절을 제어하는 독자적 방식을 통해 기존 2세대 재활 로봇에 비해 전반적 부품의 소형화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대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전기모터 대신 2만 원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공압(空壓)모터를 활용, 한쪽 다리 전체를 보조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구동부를 설계해 실용성을 높였다”는 게 그의 설명. 재활 로봇 착용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환자의 마음까지 배려했다는 점에서 ‘따뜻한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과제이기도 하다.
연구 과정에선 우여곡절이 적지않았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카이스트 부설 고교인 만큼 지혁군과 팀원들은 박형순 카이스트 기계공학부 교수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문제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부산에, 카이스트는 대전에 각각 위치해 있단 점.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팀원들은 주 2회 박 교수와 화상채팅을 진행했고 2주에 한 번 꼴로 직접 카이스트를 방문하며 연구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지난해 4월엔 실제 환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학교 인근에 위치한 양산부산대학교병원(경남 양산시 물금읍)을 찾아 재활의료기기 보급 현황과 사용 환경을 실제로 체험하기도 했다. 기숙학교의 특성을 살려 팀원들과 24시간 붙어 다니며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점도 적잖이 도움이 됐다.
▲(왼쪽부터)김현우·이지민·임경록·박지혁군. 이번 프로젝트에서 김현우군은 회로 제어를 위한 프로그래밍, 이지민군은 무릎 제어부 설계와 제작, 임경록군은 구동부 제작을 각각 담당했다
박지혁군은 이번에 개발한 재활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팀원들과 함께 관련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과제로 올해 ‘인터내셔널 사이언스 페어(International Science Fair)’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하며 이미 그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아직 임상실험 단계가 남아있고 몇 가지 확인 절차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겸손해하면서도 “향후 다양한 국제대회에 우리 과제를 출품하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논문이나 에세이 프로그램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혁군은 앳된 외모와 달리 재활 로봇 연구에 얽힌 경험담을 들려줄 때만큼은 전문가 못지않게 시종일관 진지했다. “다양한 사람과 연구를 진행한다면 더욱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다른 뭔가를 지닌 사람과 함께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비록 재활 로봇이 완성품으로 출시되지 못하더라도 각 부품에 깃든 아이디어나 디자인이 뇌성마비 환자들을 돕는 데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어요.”
“두려워 말고 과감히 도전을… 관심 분야 연구 주제로 정하면 시행착오도 즐길 수 있어”
인터뷰 직후 두 사람에게 “내년 대회에 도전하고자 하는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을 물었다. 서현석씨는 “올해 결과가 좋긴 했지만 나도 2전 3기 끝에 수상할 수 있었다”며 “‘내 실력으로 어떻게…’라며 머뭇거리기보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 있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혁군은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좌절한 순간도 많았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재밌게 시작한 덕분이었다”며 “시행착오 과정까지 즐길 수 있도록 본인의 관심 분야를 연구 주제로 정하고, 다양한 능력 지닌 이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 이모저모] 22년 만에 대상 수상자 최초 배출 ‘경사’… 한국 과학의 밝은 미래 예감케 한 행사
▲시상식 참석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축하 메시지와 심사평을 전하는 이승종 심사위원장
올해 휴먼테크논문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승종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시상식장에서 “이번 대회는 시상식이 제정된 이래 최초로 대상 수상자가 배출될 정도로 전반적 수준이 높았다”며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 성과를 볼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는 심사평을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22년 만의 최초 대상’ 주인공 서현석씨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심사평에 이어진 본격 시상에선 특별상과 금상 11개(대학 9개 분과, 고교 2개 분과)와 대상 수상자가 차례로 호명되며 상장이 수여됐다. 특별상은 부문별 최다 논문 제출 학교와 최다 논문 수상 학과(학교)에 주어졌다. 특히 특별상 대학 부문에선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가 모든 상을 휩쓸어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휴먼테크논문대상 제정 이후 최초 대상’의 주인공인 서현석씨는 수상 직후 “오늘의 영광은 박현욱 지도교수와 연구실 동료들의 전폭적 지원 덕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성실히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올해 휴먼테크논문대상은 유독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 결과물이 풍성한 행사였다. 환자의 불편을 배려한 MRI, 사용자 마음까지 생각한 재활 로봇 등 이번 행사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논문 주제들이 하루빨리 상용화돼 사람들의 일상을 보다 편하게 바꾸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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