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명장을 만나다] 끝없는 학습과 후진 양성의 꿈… 설비·인프라 분야
명장(名匠). 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장인을 부르는 말이다. 오랜 시간 한 분야에 매진해 온 장인은 남다른 전문성과 돋보이는 리더십으로 기업과 동료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또한 이들이 연구하고 개발해 낸 기술들은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최고 전문가를 ‘삼성명장’으로 선정, 장인 수준의 기술 전문성, 리더십 등을 계승하고 있다. 올해에는 기존 △제조기술 △금형 △품질 △설비 △계측 △레이아웃 등의 분야 이외에도 △인프라 분야까지 선발을 확대,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인 6명의 ‘삼성명장’을 선정했다. 뉴스룸에서 자신만의 길을 갈고닦아온 분야별 명장을 2편에 걸쳐 소개한다.
“끊임없이 학습하는 명장” 배치(Batch) 설비 33년 외길의 김현철 명장
메모리사업부 김현철 명장은 1988년 입사해 33년째 반도체 설비를 다루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기흥 3라인 6인치부터 8인치, 12인치 라인의 설비를 거치며 쌓은 ‘디퓨전 배치(Diffusion Batch)’ 설비 운용 노하우와 핵심 기술력을 갖고 있다.
디퓨전 배치는 반도체의 기본이 되는 웨이퍼를 고온에서 처리하는 설비다. 50매 이상의 웨이퍼를 고온에서 처리할 때 질 높은 막질을 한꺼번에, 많이 생성시켜야 하는데 이때 온도와 압력 등을 균일하게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현철 명장은 이 설비에 관해 최고 전문가다. 처음 명장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그의 소감은 어땠을까?
“팀장님께서 집무실로 호출하셔서 “김현철 명장! 축하합니다”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명장 선임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죠. 그동안 저를 끌어 주신 선배님들과 이 시간에도 현장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고 계시는 많은 엔지니어들께 감사했습니다. 반도체 설비 기술이 저 혼자의 노력만으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간 도와주신 분들이 먼저 떠올랐어요. 동시에 명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고민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많은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들이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목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죠.”
오랜 기간 한 분야에 매진한 만큼, 김현철 명장이 보유한 특허와 논문의 양도 많다. A급 특허 4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특허를 갖고 있을 정도다. 김현철 명장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그리고 제조 설비를 맡은 엔지니어로서 쉬지 않고 학습하고 연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반도체 산업은 성능 좋은 제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 사용자에게 공급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의 극한 산포와 생산성이 중요하고, 이를 이뤄내는 것이 제조 설비입니다. 설비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기존 설비로 최적의 운용 조건을 찾으면 양산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선에 있는 각 기술팀의 엔지니어들이 역량을 집중해 학습하고 또 연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배치(Batch) 설비의 존(Zone) 간 온도 균일성 관리를 위한 가열기(Heater)를 개발한 특허 건, APC(Auto Pressure Control) 밸브의 해머링 현상을 개선한 특허 건 등은 현재 양산에 적용되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명장의 반열에 오른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모습은 무엇일까. 30년이 넘는 회사 생활에도 그는 ‘아직 배고프다’며 지속적인 학습과 후진 양성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학습하는’ 명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삼성전자가 경쟁력 1위를 지키는 데 설비 기술력이 일조할 수 있도록, 설비 명장으로서 후배 양성에 힘쓰고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들을 이론적으로 정립하여 완성도 높은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삼성전자가 난제를 극복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햇병아리 시절 느낀 행복으로 지금까지” 긍정의 힘, 정용준 명장
정용준 명장은 1995년 입사 후 지금까지 에치(Etch)에만 집중해온 자칭 ‘에치쟁이’다. 에치 공정의 8인치와 12인치 전 라인을 경험하며 쌓은 설비 노하우와 기술력은 독보적. 에치는 반도체의 구조를 형성하는 패턴을 만드는 식각 공정을 이르는 말로,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회로 패턴을 만드는 공정이다. 정용준 명장은 식각에 쓰이는 설비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신소재를 개발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의 건강도를 모니터링해왔다.
정용준 명장은 명장이 되기 전에 ‘마에스트로’와 ‘품질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에스트로로서는 ‘에치 공정·설비의 고질 및 난제’에 대해 전담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해 단기간 해결에 앞장섰다. 또한 에치 품질 리더로서는 전체 사이트(Site) 품질 예방을 위한 설비와 공정 변경점, 이상점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명장’이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하나 더 갖게 된 것.
그렇다면 ‘에치쟁이’ 정용준 명장의 시작은 어땠을까?
“대학 졸업 후 누구나 그렇듯 우리나라 최고의 회사에 입사하고픈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고, 당당히 입사했습니다. 입사하고 6개월쯤 되었을 때, 파트장님께서 저에게 베이크(bake) 설비의 온도와 피알 프로필(PR Profile)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라는 숙제를 주셨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설비와 공정과 계측기 사이를 오가며 며칠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납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체계를 만들어 가며 행복감을 느꼈어요. 생각해보면 그때의 행복한 경험이 제가 기술 활동을 하게 하는 근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용준 명장은 한 번 수상도 어렵다는 대통령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ESC(Electro Static Chuck)[1]의 구조와 재질을 개선하여 웨이퍼의 품질을 향상하고 불량을 없앤 내용을 인정받은 것. 또 반도체의 불량을 제어하는 기술과 관련된 11건의 국내외 특허와 논문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성과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저는 모든 일에 임할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힘들 때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일부러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꿔 먹으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졌더니 저도 모르게 어려운 순간들을 극복하게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다윗 왕의 반지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고 되새기기도 합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 후배임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남들은 어렵고 힘들다고 여기는 과제에도 항상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임했던 정용준 명장. 그의 이런 자세가 에치 설비의 개선과 그로 인한 생산성, 수율 극대화를 이끌어낸 것 아니었을까? 명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묻자 그는 두 가지 답을 내놓았다.
“사실 저는 아직 제가 에치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에치 설비 기술을 마스터할 때까지 몰입하고, 삼성 파운드리가 세계 1등을 하는 날까지 회사에 명장으로서 남아 기여를 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목표인데, 요리를 배워서 와이프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다른 모든 분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 인프라를 위한 징검다리가 목표” 친환경 사업장 이끈 정호남 명장
정호남 명장은 삼성명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인프라총괄에서 선정된 삼성명장이다. 89년 입사해 32년 동안 퍼실리티 전체 공정을 거친 그는 유틸리티 설계와 시공, 시운전과 운영에 대한 독보적인 현장 실무 노하우를 보유한 반도체 팹(FAB) 유틸리티 기술전문가다.
“제가 글로벌 인프라 총괄 1호 명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정해 주셨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지난 30년간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온 동료와 선후배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인프라는, 인체로 따지자면 보이지는 않지만 사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신진대사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24시간 항상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죠. 인프라가 반도체 생산에 있어서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속 공급이나 중단이 없도록 가동되기 위해 3천여 명의 총괄 인력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호남 명장은 녹색 경영상을 2번이나 수상하는 등 사업장의 친환경 이미지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2019년 폐수처리 공정에 사용되던 황산과 가성소다를 전부 배제한 것이 대표적. 황산과 가성소다는 유독성 물질임에도 폐수 중화 처리를 위해 사용이 불가피했는데, 정호남 명장은 이런 유해 화학물질을 일반 화학물질로 대체시켰다. 그 결과 그린동에서 사용하던 위험물질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또한 반도체 생산장비의 발열을 냉각할 때 발생하는 폐열(약 30℃)을 버리지 않고 재회수해서 팹 온습도를 제어하는 열교환기에 재활용했다. 덕분에 1년에 온실가스 33,000톤과 에너지 500억 절감을 이뤄낼 수 있었다.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화학물질과 가스, 물이 필요합니다. 또 온도와 습도가 항상 일정한 생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냉수와 스팀을 끊임없이 생산해야 합니다. 사용한 화학물질과 가스 물은 다시 환경 법규에 맞게 처리하여 배출해야만 하고요.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엮여 있습니다. 앞으로는 ‘필(必)환경’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에너지를 절감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위험 물질을 안전한 물질로 대체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고 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극한의 에너지 절감과 폐수 재이용률 100% 달성, 냄새 제거 등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데, 명장으로서 이를 해결할 ‘그린 인프라’를 꼭 구축하고 싶습니다.”
정호남 명장은 후배 양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또한 이어가고 있다. 잠재위험진단을 위한 ‘타산지석 전담팀’을 운영해 전 설비군의 위험성을 검토하는 학습활동을 펼치고 있다.
“명장의 의미는 단순히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 기술을 동료들에게 나눠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을 교육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게 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위험 요소를 찾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제 자신이, 글로벌 인프라 총괄이 ‘글로벌 넘버원’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최고,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장인들의 고집과 헌신이 명품을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수많은 엔지니어의 구슬땀이 있었기에 지금의 삼성전자가 존재할 수 있었다. ‘삼성명장’이라는 이름에는 그 땀과 노력에 대한 인정과 감사, 그리고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다. 새해 탄생한 명장들을 바라보며 또 수많은 후대 명장들이 자라나기를 기대해 본다.
▶함께 보기: [삼성명장을 만나다] 묵묵히 한 길을 파는 것의 가치, 제조기술·금형·품질 분야
[1]가공할 웨이퍼를 올려놓는 부품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