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엔 작가가 없다? 있다! ‘테크니컬 라이터’ 2인과의 만남

2014/05/12 by 삼성전자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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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작가’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책상 가득 쌓인 원고 뭉치와 뾰족하게 깎인 연필, 커다란 머그잔에 담긴 커피 따위가 생각나신다고요. 그런데 그것 아세요? 삼성전자에도 작가가 근무한다는 사실! 공학도가 대부분인 전자 회사에서 웬 작가냐고요? 그녀들의 ‘아주 특별한 직장 생활’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신춘문예 등단 평론가, 방송작가… 그들이 삼성을 택한 이유

박은주 삼성전자 UX디자인그룹(무선) 사원은 어엿한 문학평론가입니다. 지난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했죠. 성실하고 깊이 있는 작품 해석으로 호평 받았던 그는 등단 몇 년 후 삼성전자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인문학적 감성을 지닌 작가를 영입하고자 하니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를 받은 거죠. ‘전업 작가가 될 것인가, 삼성전자인이 될 것인가?’ 기로에 선 그의 선택은 ‘망설임 없이 삼성전자’였습니다.

박은주 삼성전자 UX디자인그룹(무선) 사원

“사실 등단하기 전 삼성전자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 당시 면접관이 ‘국문학 전공자인데 전자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미처 예상 못한 질문에 당황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결국 떨어졌죠. 이후 대학원에 진학, 학업을 계속하면서도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던 중 때마침 입사 제안을 받았어요. ‘이곳에서 전공을 살려 나만 할 수 있는 뭔가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화미 삼성전자 모바일마케팅그룹 대리는 방송 작가 출신입니다. 2년여간 TV 예능 프로그램과 라디오 등을 무대로 활약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던 그는 지난 2010년 초 “제품 홍보 작가를 모집한다”는 삼성전자 공고를 접하곤 용기를 내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조화미 삼성전자 모바일마케팅그룹 대리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진 않잖아요. 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제품 홍보 업무 자체는 처음 해보는 거지만 메시지를 최대한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직업이란 점에서 방송 작가와 제품 홍보 작가는 닮은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여기 일은 ‘제품’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아무래도 제품별 기능과 특장점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는 게 중요하죠.”

 

스마트폰에 감성 불어넣는 ‘언어 디자이너’

박은주 사원은 UX디자인그룹에서 일명 ‘테크니컬 라이터(TW, Technical Writer)’로 불립니다. 테크니컬 라이터란 쉽게 말해 ‘딱딱한 기술 관련 용어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언어로 풀어 쓰는 직종’입니다. 스마트폰 팝업이나 설정, 도움말 등 각종 문구를 검수하는 일에서부터 공식 문건의 글을 다듬는 일까지 아우르죠. 물론 맞춤법을 지키거나 언어적 통일감을 살리는 일도 포함하고요. 얼마 전 그는 갤럭시 S5 출시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했답니다.

박은주 삼성전자 UX디자인그룹(무선) 사원

“이전까진 영국식 영어를 기준으로 각종 문구를 작성하다 보니 어색한 번역투 한국어가 종종 사용되곤 했어요. 그래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국문을 한국 정서에 맞게, 가장 정확한 표현으로 바꿔보자’는 목표 아래 ‘갤럭시 S5 전체 언어 검수’ 프로젝트에 돌입했죠.”

어마어마한 분량을 전부 검수하는 것 자체도 쉽진 않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박 사원은 “그래도 함께 일하는 테크니컬 라이터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는데요. 그럼 대표적 개선 사례들을 살펴볼까요?

메인 화면을 터치할 때 마치 색상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효과

메인 화면을 터치할 때 마치 색상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효과는 당초 ‘버블 효과’였지만 이번에 ‘팝핑 컬러(Popping Color)’란 새 명칭을 얻었습니다. ‘디바이스 복호화’는 ‘암호화 해제’ 같은 쉬운 단어로 바뀌었고요.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카메라 기능 설명 문구였습니다. 이를테면 ‘뷰티 페이스’는 얼굴 잡티를 제거해주는 기능인데요. 이 기능의 영문 설명은 ‘얼굴의 불완전함을 고쳐준다’였습니다. 의미는 와 닿지만 부정적 느낌이 강했죠. 결국 이 표현은 ‘에어브러시 효과를 적용해 완벽히 촬영한다’는 표현으로 개선됐습니다. 국문 설명도 ‘얼굴 잡티 제거’ 대신 ‘피부톤을 맑게 보정한다’는 표현으로 바뀌었고요.

박은주 삼성전자 UX디자인그룹(무선) 사원

“영어를 직역한 단어 때문에 웃음보가 터진 적도 많아요. 피사체 얼굴이 동그랗게 나오는 ‘큐비즘’ 필터의 경우, 한국어 직역 표현인 ‘입체파’가 예전 명칭이었죠. 지금 해당 필터의 명칭은 ‘만화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위에서 떨어지는 조명 효과 역시 ‘하향등 효과’에서 ‘조명 효과’로 깔끔하게 다듬었어요.”

테크니컬 라이팅은 단순 번역이나 교정, 교열 같은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어의 의미를 구체화하고 정제된 문구로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죠. 그런 의미에서 테크니컬 라이터야말로 딱딱한 전자기기에 감성을 불어넣는 ‘언어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결을 다듬는 ‘스토리텔러’

조화미 대리는 모바일 PVI(Product Value Information)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PVI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제품의 판매 ‘포인트’를 판매사원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인데요. 제품 관련 동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 온•오프라인 교육자료, 매장 시연용 콘텐츠 등을 제작하는 게 주된 업무죠.

조화미 삼성전자 모바일마케팅그룹 대리

“TV 광고가 제품의 대표 콘셉트를 전달한다면, 저희가 만든 자료는 제품 특장점을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가로 불리니까 글을 엄청 많이 쓸 거라 생각하시는데요. PVI는 판매사원이나 소비자가 제품 특장점을 잘 이해하도록 ‘스토리텔링’ 하는 분야에 특화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도 조 대리의 기억에 남아 있는 작업은 ‘갤럭시 노트2 스토리텔링 프로젝트’입니다. S펜은 당시만 해도 ‘혁신적이긴 하지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에게만 유용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요. 그는 S펜의 다양한 활용 범위를 알리기 위해 전문 작가를 섭외, 14부작 웹툰을 만들었습니다. S펜의 숨겨진 기능이 웹툰으로 전달되면서 보다 많은 이가 노트2와 S펜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죠.

조화미 삼성전자 모바일마케팅그룹 대리

“제게 늘 숙제는 ‘어떻게 하면 제품을 딱딱하지 않게, 재밌게 설명할까?’예요. 자랑하고 싶은 제품의 특장점은 많고 소비자마다 구매 이유도 제각각이다 보니 판매사원조차 제품 설명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판매사원용 교육 동영상에 개그 콘서트 패러디를 시도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개그맨이 코미디 형식을 빌어 제품을 소개하니 판매사원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거든요. 이후 해당 영상은 일반 소비자에게도 공개해 시리즈로 제작하기도 했답니다.”

조 대리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제품 기능을 요점별로 콕콕 집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제품 출시 이후 판매 현장에서 동영상과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줬더니 이해가 잘 되고 재밌다” “만들어준 영상이 실제 제품 판매에 도움 됐다”는 반응을 들을 때라고 하네요.

 

“우리는 삼성전자의 행복한 작가들”

공학도가 대부분인 삼성전자에서 작가로 일하는 것, 힘들진 않을까요? 조화미 대리와 박은주 사원은 “어려운 기술 용어를 익히느라 이전 일을 할 때보다 두세 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제품의 기능과 장점은 너무나 많은데, 이를 정확한 언어로 전달하려면 일단 제대로 배우는 게 급선무였으니까요.

“우리는 삼성전자의 행복한 작가들”

“모바일 제품 홍보 작가로 들어온 지 벌써 만 5년이 됐네요. 그간 갤럭시 S나 노트 시리즈는 물론, 주력상품이 아닌 스마트폰도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홍보 문구를 작성했어요. 생소한 기술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개발 파트에 일일이 물어보고 확인하는 등 시행착오도 적잖이 겪었지만 ‘최고 스마트폰을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 조화미 대리

 

“워낙 많은 문구를 꼼꼼히 검수하다 보니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안 힘들다면 거짓말인데, 제가 워낙 초긍정 스타일이에요. ‘휴대전화 사용자라면 모두 은주씨가 쓴 안내 문구를 참조할 것’이란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좀 더 고민할수록 사용자들이 기기를 보다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힘도 나고 뿌듯하더라고요. 제 일이 다른 어떤 일 못지않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은주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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