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삼성전자 사례로 본 기업 미디어 20년사(史)<上>
기업 미디어의 발전 과정에 대한 기억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잊힌다면 미래를 준비하면서 돌아볼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 이런 기억을 모아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검색과 옛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1. 사용자 생활·취향 정보 제공 서비스 등장
1990년대 중·후반은 디지털 기술이 대중화되는 태동기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다. 특히 인터넷, 정확히 말하면 ‘월드와이드웹(www)’이 보급되며 △개봉 영화 △공연 예약 △맛집 △교통 환승 등 일상에 유용한 정보를 찾는 개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색 서비스 수요 급증은 야후(Yahoo!)나 시티서치(Citysearch, 이상 미국) 같은 서비스의 탄생을 촉발시켰다. 특히 1995년 도시문화정보 서비스로 출발한 시티서치는 1998년 온라인 공연 예매 웹사이트 티켓마스터(Ticketmaster)와의 합병으로 한층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1997년 사이드워크(Sidewalk)란 명칭의 도시문화정보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포털로 규모를 키우는 한편, 사용자 행동 방식을 분석해 보다 나은 디지털 서비스로 발전하려는 시도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MS가 1994년부터 진행해오던 광고 캠페인 “Where do you want to go today(오늘은 어디로 가고 싶으십니까)?”와도 흐름을 같이했다. 이 슬로건은 2002년까지 각종 인쇄 매체와 TV 광고, 웹사이트 로고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2. 웹에서 잡지를 본다? ‘전자잡지’ 웹진 탄생
한편, 1996년을 시작으로 인터넷에선 ‘새로운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홈페이지가 하나둘 등장했다. 여기엔 웹(web)과 잡지(magazine)가 합쳐진 형태란 뜻에서 ‘웹진(webzine)’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세계 최초 웹진은 1994년 미국에서 창간된 ‘핫와이어드(Hotwired)’였으며 IT 업계 동향과 주요 인물, 문화 등이 다뤄졌다. 이후 MS 같은 대형 기업이 웹진 시장에 속속 뛰어들며 ‘슬레이트(Slate)’나 ‘살롱(Salon)’ 등 고품격 시사평론지도 출현했다. 국내에선 1996년 창간된 문화비평 전문 ‘스키조’가 ‘제1호 웹진’에 이름을 올렸다.
#3. 엔진·엠포유·포토줌… 추억 속 삼성 웹진들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삼성전자도 소비자의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정보·콘텐츠 중심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도시문화 정보를 다룬 웹진 ‘엔진(nzine)’(1998)과 음악 콘텐츠 서비스 ‘엠포유(m4you)’, 디지털 포토 커뮤니티 ‘포토줌(Photozoom)’(이상 1999)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엇비슷한 서비스가 우후죽순 등장한 배경엔 당시 앞다퉈 등장했던 디지털 기기의 쓰임새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쏟아지는 ‘하드웨어’로 향유할 만한 ‘(양질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느는 데 따른 결과였단 얘기다. 다만 당시는 4G니 5G니 하는 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데다 디지털 기기 메모리 역시 메가급 수준에 머물러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최근 인공지능 비서(AI assistant) 기술과 결합된 AI 스피커가 등장하며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4. 너도 나도 OO닷컴… ‘닷컴 시대’ 개막하다
기업명을 기반으로 하는 ‘○○닷컴(.com)’이 개설되기 시작한 건 1994년 무렵이었다.
원래 닷컴 웹사이트의 역할은 전자상거래(e-commerce) 기반 온라인 쇼핑몰, 혹은 신문·방송·잡지 등의 뉴스 콘텐츠 제공 플랫폼이었다. 전화번호부처럼 정보 검색을 목적으로 하는 웹사이트가 태동한 것도 이 시기였다. 야후·아마존(Amazon) 등도 이때부터 꾸준히 발전해왔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1997년 100만 명 선이었던 인터넷 사용자 수는 1999년 1000만 명으로 10배나 늘었다.
2000년. 일명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며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으로 관심을 돌렸다. 크고 작은 ‘닷컴 프로젝트’가 넘쳐났고 회사 이메일 시스템 개편과 인트라넷 개발 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주요 소식이나 광고를 전하려는 기업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 시기에 도메일 주소(URL) 체계를 정비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 구사에 나섰다.
#5. ‘매스미디어 시대’서 ‘트리플 미디어 시대’로
2011년, 한 권의 책이 기업가를 강타했다. 일본 인터넷 미디어 기업 ADK인터랙티브 대표이사를 역임한 요코야마 류지가 쓴 ‘트리플 미디어 전략’(흐름출판)<아래 표지 이미지 참조>이 그것.
이 책은 “세상은 ‘매스미디어 시대’를 넘어 ‘트리플 미디어 시대’로 나아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소비자(대중)가 기업의 신뢰나 평판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당시로선 파격이라 할 만한 주장, 이를테면 △소셜 미디어가 브랜드 가치를 좌우한다 △기업은 자체 운영 매체(owned media)를 통해 소비자와 장기적으로 연결된다 △소비자(대중)가 곧 채널 역할을 한다 △광고 역시 소셜 미디어에 최적화된 형태로 바뀐다 등의 (지금 보면 놀라운 적중률이 놀라운 수준인) 선언도 수록됐다.
삼성전자도 이 책의 예측에 부응하며 그때까지 인쇄물 형태로 제작, 배포되던 사내(사외)보를 웹 출판 형태로 바꿨다. 또한 인트라넷을 기반으로 하는 임직원 간 소통에 관심을 갖는 한편, 일반 대중과의 만남도 시도했다. 그 결과는 ‘사내 매체’와 ‘기업 블로그’ 신설로 각각 나타났다.
‘삼성 투모로우(Samsung Tomorrow)’로 명명된 기업 블로그는 보도자료와 멀티미디어 자료를 함께 볼 수 있는 ‘소셜미디어뉴스릴리즈(Social Media News Release, SMNR)’ 같은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기업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후 다른 기업으로도 속속 확산됐다.
삼성전자는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끄는 유명 인사(influencer) 대상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도 업계 최초로 추진했다. 2012년부터 4년간 CES·IFA 같은 국제 박람회 현장에서 운영된 ‘스마트 라운지(Smart Lounge)’가 그 예다. 현지 기술 전문 매체 기자와 블로거, 유튜버 등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스마트 라운지에선 △제품 체험과 리뷰 △사진 촬영과 인터뷰 △업계 종사자들 간 회의 △기사 작성과 송고 △휴식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이뤄졌다. 일명 ‘체험형 소통(experience communication)’이 기업 홍보 업무의 한 장르로 편입되는 순간이었다.
2013년 CES 당시 진행된 생중계 프로그램도 화제였다. 현장을 직접 가거나 체험할 수 없는 독자나 미디어 관계를 대상으로 진행된 생중계에선 행사 기간 중 나흘간 매일 네 시간씩 △현장 브리핑 △전시관 탐방 △업계 주요 관계자 인터뷰 △토크쇼 △신제품 체험 행사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 2014년 CES 당시 생중계된 토크쇼 영상
<다음 편에 계속>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