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붕어빵으로 허기 달래던 청년, ‘스마트폰 금형맨’ 되다

2018/11/08 by 허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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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임직원 칼럼 / 삼성전자의 기술이나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바로 삼성전자 임직원이겠죠? 삼성전자 각 부문에서 최고의 업무 역량을 발휘하며 근무 중인 임직원 필진이 전하는 '삼성전자의 혁신 기술과 제품 이야기'. 뉴 임직원 칼럼에서 만나 보세요!

목덜미를 따갑게 내리쬐던 햇살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계절입니다. 바람의 온도가 살짝 떨어지면서 바람을 타고 날아올 계절의 향기가 코끝을 맴돌 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혹 요 며칠 달콤한 군고구마나 팥소 가득한 붕어빵이 생각나셨나요? 그렇다면 저와 통(通)하신 겁니다.

붕어빵은 ‘우리나라 대표 간식’이라 해도 될 만큼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포함, 수많은 이의 머릿속에 ‘추억의 먹거리’로 남아있습니다. 저 역시 한때 붕어빵 속 크림에 입술을 덴 후 쓰라림 때문에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오늘은 저와 붕어빵 사이, 좀 특별한(?) 인연에 관한 얘길 들려드리려 합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는 마법, 몰드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몰드(mold·금형)를 개발, 설계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운 좋게도 대학에서 전공으로 삼았던 분야에 10년 넘게 종사하고 있죠. 그런데 이 몰드 설계란 게 실은 붕어빵 만드는 법과 꽤 비슷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팥소 가득한 붕어빵을 만들려면 오른쪽 사진과 같은 틀(mold)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팥소 가득한 붕어빵을 만들려면 오른쪽 사진과 같은 틀(mold)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가 속한 팀에선 다양한 틀을 활용, 스마트폰용 부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붕어빵으로 치면 붕어빵 제작용 틀을 만드는 셈이죠. 사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TV·장난감·볼펜, 심지어 과자에 이르기까지 대량 생산 제품이라면 예외 없이 금형을 거치게 됩니다(밸런타인데이 등 각종 기념일이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초콜릿도 마찬가지죠). 말하자면 ‘공산품의 요람’ 같은 것이랄까요?

(왼쪽부터)제품 디자인 작업이 끝나면 대량 생산을 위한 몰드 설계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그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제품이 탄생하죠(위 그림은 독자 여러분의 설명을 돕기 위해 가상으로 작업된 겁니다)

▲ (왼쪽부터)제품 디자인 작업이 끝나면 대량 생산을 위한 몰드 설계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그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제품이 탄생하죠(위 그림은 독자 여러분의 설명을 돕기 위해 가상으로 작업된 겁니다)

구로서 만난 ‘평생 스승’ 김영상 명장

서울로 올라온 허전회씨

제가 금형 설계 업무에 뛰어들게 된 건 10여 년 전, 붕어빵이 한창 맛있을 한겨울이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에 볼이 빨개지고 손등은 거북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지던 어느 날, 세상 물정 모르는 지방 청년이던 전 “기계 설계를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상경했습니다. 당시 처음 마주한 구로구 일대는 참 낯설고 차갑더군요.

고(故) 김영상 기계 설계 명장님을 처음 뵌 것도 그 즈음이었습니다. 김 명장님은 저처럼 기술 한 번 배워보겠다며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늘 따뜻하게 챙겨주셨어요. 제가 그분께 배운 건 단지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일을 바라보는 자세에서부터 생각하는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인생에 관해 거의 전부를 익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명실공히 제 유일한 스승이시죠.

이전까지 별다른 꿈 없이 살아가던 전 김 명장님 덕분에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입상하며 삼성전자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요즘도 일에 관한 한 명장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솔직히 말해 당시 제 삶은 그리 안락하지 않았습니다. 숙식 환경은 열악했고 공부도 고단했으니까요. 하지만 누가 그러더군요,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것만 생각나는 게 인생이라고. 저도 그 얘기에 동의합니다. 묵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게 추억인 것 같거든요.

유난히 추웠던 어느 해 겨울, 가족 품을 떠나 홀로 지내며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입구 주변에서 붕어빵과 어묵 국물로 배를 채우던 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붕어빵은 매년 이맘때면 얼마든지 맛볼 수 있지만 절 자라게 해준 김 명장님은 더 이상 제 곁에 없단 사실이네요. 그래서일까요, 요즘도 전 종종 명장님의 따뜻한 말씀과 온기가 손에 잡힐 듯 그립습니다.

제가 기술 명장의 꿈을 키우며 오갔던 구로디지털단지역 2번 출구(왼쪽 사진)입니다. 고 김영상 명장님의 집무실이 있던 건물 풍경도 그새 많이 바뀌었네요

▲ 제가 기술 명장의 꿈을 키우며 오갔던 구로디지털단지역 2번 출구(왼쪽 사진)입니다. 고 김영상 명장님의 집무실이 있던 건물 풍경도 그새 많이 바뀌었네요

“모두 따뜻하고 달콤한 겨울 맞으세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어느덧 거리 포장마차에선 하나둘 붕어빵 굽는 냄새가 풍겨옵니다. 이렇게 구워지는 붕어빵을 재료로 올해엔 또 어떤 얘기들이 빚어질까요? 흔하디 흔한 음식이지만 모양은 조금씩 다른 붕어빵처럼 올겨울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닮은 듯 다른, 따뜻하고 달콤한 추억이 새록새록 쌓이길 바랍니다.

by 허전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메카솔루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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