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X CJ ENM, 업계 1위들이 ‘삼성 TV 플러스’로 확장하는 FAST 시장
CJ ENM 콘텐츠유통전략팀 박은혜 파트장은 오늘도 고민에 빠졌다. 자타 공인 콘텐츠 왕국으로서 제작은 물론 유통, 광고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CJ ENM. 콘텐츠 왕국, K컬처 리더 물론 좋다. 하지만 지금에 안주할 순 없다. 냉정한 미디어 업계는 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회사도 시장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K콘텐츠 수출 본격화 흐름을 탄 지금이 K콘텐츠 리더로서 확실히 방점을 찍고 해외 시장의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새로운 시장과 성장 필드에 대한 탐색은 늘 해왔지만 무작정 도전정신을 발휘할 순 없었다. 기존 비즈니스와의 ‘결’이 비슷하되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어야만 한다. CJ ENM이 갖고 있는 강점과 장점을 보여주고 해외 시장 확대도 이끌어내야 한다.
고민 중 문득 선배가 보여줬던 플랫폼이 생각났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TV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콘텐츠 플랫폼,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무엇보다 전 세계 유통 판로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TV 판매율 1위의 삼성전자가 FAST에 관심을 보이고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박은혜 파트장은 곧 신시장 개척과 해외 지분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아이템’으로 ‘삼성 TV 플러스’를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소비자는 물론 콘텐츠 배급사, 광고 파트너사를 아우르는 상생 협력 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 TV 플러스가 어떤 서비스이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뉴스룸이 총 3편의 기획기사로 소개한다.
시리즈의 첫 번째 기사로 삼성 TV 플러스의 탄생과 성장, 향후 전망에 대해 소개한다. 삼성 뉴스룸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강유정 프로, 박정아 프로, 우세진 프로, CJ ENM의 콘텐츠유통전략팀 박은혜 파트장, 천지평님, 김지영님과 만났다.
글로벌 TV 판매 1위 제조사의 색다른 도전, 삼성 TV 플러스
글로벌 TV 판매 1위. 끊임없는 혁신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고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타이틀이었다. 제품 혁신에 더해 새로운 서비스 제공과 성장 동력에 대한 탐색이 항상 이어졌다. TV 서비스 측면에서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이미 깔린 TV’를 활용하자는 것. 박정아 프로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삼성TV를 소유하고 있잖아요. 이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어요”고 말했다.
삼성 TV 플러스가 도입된 2015년,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판매 9년 연속 1위’를 수성하고 있었다.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규모는 이미 확보된 셈이다. 잘만 된다면, 기존 구매자에게는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삼성전자는 콘텐츠 플랫폼을 통한 광고 수익이라는 새로운 ‘캐시 카우(Cash Cow)’를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상황이었다. 새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글로벌 TV 판매 1위 제조사의 첫 발걸음이었다.
콘텐츠 플랫폼 개발이라는 색다른 판을 짤 수 있게 된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왔다. 막강한 글로벌 마켓리더로서 갖춘 전 세계적 콘텐츠 유통 판로는 물론,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협업 경험이 원동력이 됐다. 콘텐츠와 광고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데이터도 한몫 했다. 시청률 집계로 성과를 평가했던 기존 방법과 달리 삼성 TV 플러스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콘텐츠를 시청했는지 데이터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 운영 주체로서 갖고 있는 풍부한 데이터와 다양한 파트너 네트워크.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콘텐츠 제공자, 광고 파트너간 상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성과는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고 인터넷 TV나 OTT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이 대두되면서부터다. 스마트 TV 보급률 증가도 ‘삼성 TV 플러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TV 출하량 중 스마트TV 비중은 92%다. 옴디아는 올해 연간 스마트TV 출하 비중을 91.4%로 예상하기도 했다.
삼성 TV 플러스 전 세계 24개국에서 2,000개 이상의 채널을 운영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삼성 TV 플러스의 최근 1년간 글로벌 누적 시청 시간은 약 30억 시간에 달한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차례다. 이에 삼성전자는 연동 기기 확대에 나섰다. 2021년 4월 모바일 기기를 시작으로 스마트 모니터에서도 삼성 TV 플러스를 시청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서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 서비스가 아무리 편리해도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삼성전자가 CJ ENM의 문을 두드린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타공인 업계 1위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1등 수성을 위한 게임 체인저 ‘FAST’,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라!
CJ ENM도 신시장 개척과 해외 지분 확대를 위한 아이템으로 FAST를 주목하고 있었다. 박은혜 파트장은 “일본에 근무할 때였죠. 선배가 TV를 틀면서 이것 보라고 했는데, 일반 방송도 OTT도 아니었어요. 무료라니 신기했죠. 그때 처음 FAST 시장을 인지하게 됐어요”라고 회상했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는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TV만 있으면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실시간 채널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선 낯선 개념이지만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콘텐츠 시청 방식이다. 유료 케이블TV 비용이 비싼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FAST 열풍이 불고 있다. 옴디아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2019년과 2022년 사이 약 20배 성장한 FAST 산업의 수익은 2022년과 2027년 사이에 또 3배 증가해 총 120억 달러(약 15조 892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박은혜 파트장은 그동안 쌓은 성공 경험과 객관적 지표로 FAST 시장의 성공을 확신했다. “시장은 벌써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리고 북미 시장의 성공 사례를 보고 확신했어요. 곧 FAST의 시대가 한국에서도 열릴 것이라고.” 그렇게 콘텐츠 업계 1위, CJ ENM의 과감한 도전이 시작됐다.
가장 큰 과제는 국내 FAST 시장은 아직 형성 단계라는 점이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케이블TV, OTT 등 강호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광고 시장도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대두된 가운데 FAST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였다. 빠르게 진입하면 시장 선도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원을 투자해 시장을 키워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함께 리더십을 발휘할 파트너들이 필요했다.
데이터 부족도 발목을 잡았다. 박은혜 파트장이 소속된 콘텐츠유통전략팀은 채널 편성 경험도 갖춘 ‘전문가 집단’. 하지만, 미디어 시장은 녹록하지 않았다. 케이블 TV,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영상 소셜미디어 등 채널마다 소비자들의 콘텐츠 선호도는 극명히 달랐다.
박은혜 파트장은 “소위 말해 어떤 매체에서 잘 나간 프로그램이 다른 매체에서는 시청률이 확연히 떨어질 때가 있어요. 영상 클립과 숏폼처럼 콘텐츠 형식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보는 사람의 성향을 확실히 파악해야 제대로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어요. 늘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죠”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선호와 소비 성향 데이터에 대한 갈증은 계속됐지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삼성 TV 플러스는 달랐다. 시장에 대한 성공을 확신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과 데이터 확보라는 CJ ENM의 ‘갈증’ 해결이 가능했다. ‘파트너십을 통한 시장 확장’. FAST 시장에 대한 삼성전자와 CJ ENM의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CJ ENM, 국내 1위 맞손에 시청자도 ‘웃음’
삼성 TV 플러스는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종편) 4사 채널에 이어 지난 5월 CJ ENM 브랜드관을 신설하며 국내 대표 FAST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CJ ENM과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커버리지 확대는 기존 구매자에게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다. 박정아 프로는 “이젠 앞으로 새로 판매할 TV뿐만 아니라 이전에 판매한 TV를 통해 어떤 시청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TV를 고쳐주는 것에서 나아가 TV로 할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만들어 주는 일종의 사후 서비스 개념의 확장인 셈이다.
콘텐츠 파트너 입장에서는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 재확산을 통한 IP의 가치 제고도 가능하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이 ‘정주행 채널’로 부활하면서 콘텐츠 생명력이 길어지는 것이다. CJ ENM 콘텐츠유통전략팀 천지평님은 “콘텐츠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경향이 있는데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서 예전 프로그램들이 다시 부상하면서 다시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플랫폼, 콘텐츠 파트너 입장에서도 이점이 있지만 삼성 TV 플러스의 성장은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큰 이득이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셋톱박스 없이도 무료로 시청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장르별 특성이 명확한 채널 편성은 물론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다채로운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박정아 프로는 “콘텐츠도 넓히고 파트너들의 이윤 창출도 높여야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제 첫걸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해외 시장에선 이미 자리 잡은 FAST.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FAST 서비스의 의미부터 설명해야 하고, 애널리스트 리포트에서조차도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는 등 아직도 국내에선 낯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국내 FAST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시청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핵심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직접 콜드 이메일(Cold Mail. 영업 담당자가 잠재 고객에게 먼저 이메일로 연락을 취하는 일)을 보내면서 유통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당장의 이윤보다는 미래 시장에 대한 희망을 전하고 한국 FAST 시장을 선도한다는 동일한 방향성과 비전을 공유한다.
시장 성장을 위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박정아 프로는 기본적으로는 시청 성향과 선호도를 파악해 타겟에 맞는 콘텐츠와 광고 편성이 가능하다는 점과 다운로드, 설치 등 추가적인 소비자의 액션 없이도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매력을 어필한다. 나아가 삼성은 전 세계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 콘텐츠사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도 있다. 24개국의 시청자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맞춤형 K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진출을 가속화하려는 CJ ENM이 삼성전자와 협업을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박정아 프로는 “협의할 때 파트너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고민해서 먼저 제안한다. 파트너마다 강력한 ‘킬러 콘텐츠’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채널 전략을 먼저 제안하고 성공 사례도 쌓아가면서 파트너사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미디어의 미래를 제시하다
완전히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삼성 TV 플러스의 미래는 ‘맑음’이다. 옴디아와 블루앤트미디어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 TV 플러스는 스마트 TV 강세에 힘입어 2027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5,8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파트너들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맞춰 삼성 TV 플러스 최초로 FIFA+ 채널 글로벌 론칭을 진행했다.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올해 안에 essential; by Bugs 채널을 통해 음악 Playlist를 감상할 수 있으며, 월별 컨셉에 맞춘 KT 알파 영화 채널도 론칭된다. 여름을 오싹하게 할 공포영화 특집 및 한가위 영화가 준비되어있다. 영화 콘텐츠는 향후 VOD 서비스로도 제공되어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시청할 수도 있다.
CJ ENM도 콘텐츠 확대를 통해 ‘글로벌 IP 파워 하우스’로서 CJ ENM의 역량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콘텐츠 소비행태가 스트리밍 환경으로 변화됨에 따라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 해외 진출 예정 국가까지 삼성전자와 함께 FAST 시장을 선도해나갈 방침이다. CJ ENM 콘텐츠유통전략팀 김지영님은 “앞으로는 TVN의 주요 교양 프로그램들도 삼성 TV 플러스에서 만날 수 있게 될 예정”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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