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연구의 새로운 장을 펼치다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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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작은 방, 손짓 한 번으로 몰디브의 붉은 석양이 수평선 위로 펼쳐진다. 황홀한 풍경에 감탄도 잠시, 웅성거리는 사람들 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방안은 어느새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으로 변해있다. 수많은 인파가 부딪칠 듯 다가오지만 서로를 인식하지 않는 듯 자연스레 스쳐 지나간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홀로그램’이 있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 홀로그램은 1947년 발명 이래, 현재까지 물체의 빛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 단계에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안중권 전문 연구원, 원강희 전문 연구원, 이홍석 마스터(왼쪽부터)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안중권 전문 연구원, 원강희 전문 연구원, 이홍석 마스터(왼쪽부터)

‘홀로그램을 더 많은 분야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홀로그램의 무궁무진한 미래 가치를 알아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이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1] 연구에 나섰다. 그리고 8년여의 고군분투 끝에 현지 시간 11월 10일, 연구 성과를 담은 ‘얇은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Slim-panel holographic video display)’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번 논문이 홀로그램 분야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 일상에 홀로그램은 어떤 모습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뉴스룸이 종합기술원 이홍석 마스터·안중권·원강희 전문연구원을 만나봤다.

 

‘빛 완벽 복제’로 실제 물건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홀로그램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눈앞에 대상이 있는 것처럼 생생한 이미지를 형성해주는 기술이다. ‘사실적인 영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선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형성된 영상이 표현되는 ‘차원’이다. 이홍석 마스터는 “디스플레이는 빛의 세기만을 조절해 영상을 나타내지만, 홀로그램은 빛의 세기는 물론 위상까지 제어할 수 있어, 스크린의 앞이나 뒤 허공에도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홀로그램의 기본 원리를 설명했다.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와 기존 3차원 디스플레이 비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에 홀로그램 영상인 펭귄과 북극곰을 띄운 모습 홀로그램 영상은 손고락과 홀로그램의 초점이 일치되지만 기존 3차원 영상은 손가락과 북극곰이 초점-수렴이 불일치로 나타난다.

특히,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3D를 구현하는 많은 디스플레이 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3D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안중권 전문 연구원은 “사람은 물체의 깊이를 인식할 때 양안의 시차, 두 눈동자의 각도, 초점 조절, 운동 시차[2] 등 많은 깊이 인식 단서들을 활용한다”며 “대부분의 3D 디스플레이 방식은 이들 단서 중 일부만을 제공하지만, 홀로그램은 빛을 완벽하게 복제해 모든 깊이 인식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 물체가 있는 것처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안중권 전문 연구원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안중권 전문 연구원

 

홀로그램 생성부터 재생까지, 전 과정 한계 극복으로 상용화 가능성 확보

격리 병동 환자를 위한 병문안, 가상 설계도, 내비게이션, 고대 유물 구현까지. 홀로그램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해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화면의 크기와 시야각의 상관관계’라는 커다란 장벽으로 인해 아직까지 많은 곳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홀로그램은 화면을 키우면 화면을 볼 수 있는 각도가 좁아지고, 반대로 각도를 넓히면 화면이 작아지는 한계를 지닌다. 30° 시야각을 가지는 풀HD 홀로그램의 크기가 2mmX1mm라고 가정했을 때, 홀로그램을 200mmX100mm로 보기 위해 크기를 확대하면, 시야각은 0.3°로 좁아지는 식.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강희 전문 연구원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강희 전문 연구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연구진은 이러한 좁은 시야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BLU(Steering-Backlight Unit)’라는 특별한 광학 소자를 개발했다. 원강희 전문 연구원은 “S-BLU는 빛을 한 방향으로만 직진하게 하는 C-BLU(Coherent-Backlight Unit)라는 얇은 면 모양의 광원과 광선의 범위를 변경할 수 있는 빔 편향기(Beam Deflector)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며 “기존 10인치형 4K 해상도 화면은 0.6°의 아주 좁은 시야각을 제공하는데, S-BLU를 이용하면 관찰자 방향으로 영상을 꺾어 시야각을 약 30배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좁은 시야각을 극복하면서도 시중에서 사용되는 평판 형태의 얇은 디스플레이로 홀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연구로 도출된 또 다른 성과는 홀로그램 계산을 단일 칩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3]
를 이용해, 4K 홀로그램 영상을 실시간으로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홀로그램 계산에는 여러 방식이 존재하는데, 이번 연구로 개발된 계산은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점 단위 연산 대신 면 단위 연산을 사용한다. 정보 유실을 막고, 과도한 샘플링을 하지 않는 조건을 적용해 알고리즘을 최적화한 후, FPGA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홀로그램을 계산했다. 이홍석 마스터는 “홀로그램의 생성부터 재생까지 전체적으로 완성된 시스템 구현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확보했다”며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미래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도록”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인 만큼, 홀로그램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친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원강희 전문 연구원은 “실제 일상에서 홀로그램을 원활히 사용하기까지는 연구 개발이 더 필요할 것”이라 말한다. 일상 기술이 되기 위해선 디스플레이와 그에 맞는 홀로그램 콘텐츠, 촬영 장치와 빅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프로토콜 등의 개발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

그는 “다만, ‘자동화 기기에 가상의 홀로그램 키패드가 적용’되거나, ‘매장 키오스크에서 상품을 홀로그램으로 선택’하는 것과 같이 제한된 용도와 크기로는 조금 더 일찍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홀로그램이 점점 대중화되면 손가락 움직임이나 음성, 눈의 시선 추적, 뇌파 인식 등과 같이 비접촉식 UI(유저 인터페이스)가 활발히 사용될 것”이라 홀로그램의 미래를 내다봤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이홍석 마스터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이홍석 마스터

이번 연구 발표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의 프레임 워크를 제시하고 상용화 가능성의 중요한 관문을 넘어선 세 명의 연구진들. 이홍석 마스터는 “앞으로 홀로그램이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할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는 ‘홀로그래픽 영상’, 홀로그래픽 영상을 표시하는 장치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라 말한다.

[2]망막상에서 가까운 대상과 먼 대상의 이동 속도 차이

[3]프로그램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용도에 맞게 회로를 다시 새겨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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