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구 강국, ‘세계 최고 ICT 강국’ 향한 대장정 닻 올리다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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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끓게 한 사건이 있었다. 장소는 중국 저장성[1] 내 도시 자싱[2]에서 열린 ‘홍콩 팝의 전설’ 재키 청(장학우) 콘서트 현장. 단, 화제의 중심은 공연이 아니었다. 관람객 사이에 끼어있던 한 범법자가 입장객 점검 도중 찍힌 사진 한 장 때문에 공연장을 빠져 나오다 경찰에 붙잡힌 것. 체포에 결정적 공을 세운 촬영 기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된 최첨단 안면인식 기능 탑재 카메라로 중국 스타트업 이투테크놀로지(YITU Technology) 제품이었다. 6만 명 이상의 관객이 오가는 가운데 수배자 명단에 포함된 한 명이 정확히 포착된 것이다.

중국 기반 유니콘 스타트업, 4년 만에 14%서 35%로

안면인식 기능 탑재 카메라 이미지

중국에서 안면인식 기능 탑재 모니터 카메라가 범법자 체포에 기여한 건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중국의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돈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기술뿐 아니라 내수도 탄탄하다. 2018년 8월 현재 중국 본토에만 해당 기술을 이용한 감시 카메라가 170만 대 이상 설치돼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설치 대수는 2021년 400만 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단 몇 초 만에 자국민 신상 파악이 가능한’ 카메라가 중국 전역에 촘촘히 분포되는 셈이다.

재키 청 콘서트 당시 사건의 파문이 특히 컸던 배경은 또 있다. 때마침 5월 말 중국의 대표적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 관련 유니콘 클럽[3]인 센스타임(Sensetime)이 3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아 640만 달러의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 이 일로 센스타임은 인공지능과 관련, 세계 최고 기업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으로 등극했다. 이투테크놀로지나 센스타임 말고도 오늘날 중국에서 호황을 누리는 스타트업은 많다. 스타트업게놈[4]이 펴낸 ‘2018 글로벌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리포트’는 아예 “스타트업에 관해 중국은 뜨고 미국은 진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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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유니콘 스타트업 가운데 중국에 기반을 둔 곳은 14%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비중이 35%까지 높아졌다(같은 기간 미국 소재 유니콘 스타트업 비중은 61%에서 41%로 줄었다). 특히 약진 중인 분야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로봇공학 등. 실제로 지난해 중국이 신청한 인공지능 관련 특허 건수는 미국의 4배 수준이었다.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관련 특허 신청 건수도 3배에 이르렀다. 이 대목에서 보고서가 사용한 표현은 “등판하기만 하면 이긴다”였다.

이 밖에도 중국의 화려한 IT 관련 행보는 연일 화젯거리에 오르고 있다. 당장 꼽을 수 있는 사례만 해도 여럿이다. 첫째, 중국 국립안보기술대학은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티안허-1A(Tianhe-1A)’를 개발했다. 둘째, 중국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올가을 일본 대도시 일대에서 사용된다(디디추싱은 빠르고 정확한 네트워킹과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으로 ‘우버 킬러’란 애칭이 붙여진 소프트웨어. 일본의 IT 기술 수용 수준이 상당히 보수적인 점을 감안할 때 디디추싱의 일본 진출은 말 그대로 ‘사건’이다). 셋째, 중국 허베이성[5]은 최근 “무인 화물 차량과 자동인식 시스템을 활용, 사람 손을 거치지 않은 채 화물을 운반하고 다음 기지까지 연계시키는 첨단 선적 시스템을 이삼 년 안에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300년 걸린 변화, 30년간 압축 경험… 그 중심엔 ICT

다른 이들보다 앞서가는 슈트남을 표현한 이미지

중국이 개혁개방[6] 이후 비약적 경제 성장을 이룬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수출 규모로 세계 1위에 오른 건 이미 오래전 얘기. 2016년 한 해만 해도 중국의 총 수출액은 2조3000억 달러(약 2571조 원)에 이르렀고 무역 흑자도 1조 달러(약 1118조 원)를 넘어섰다. 최근엔 수출 품목의 상당수가 첨단 기술 기반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중국이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컴퓨터였다. 방송 장비와 스마트폰이 뒤를 이었다. 수출 품목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로 한정하면 그 양상은 한층 두드러진다. 2003년 일본과 유럽연합(EU)을, 2004년 미국을 각각 제쳤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은 ‘다른 나라 물건을 만들어주고 그 대가를 받던’ 나라였다. 오죽하면 당시 별명이 ‘세계의 싸구려 물건 공장’이었을까! 하지만 어느새 중국은 ‘ICT 수출 강국’으로서 점점 달라지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산(産) 제품의 품질은 믿을 수 없다”는 평가도 옛말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은 블록체인·인공지능 ICT 강국조차 쉬 나서지 못하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치고 나오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중국의 변신은 누가, 어떻게 일궈내고 있을까?

위 글은 지난 6월 14일 중국 경제 전문 일간지 ‘21세기경제보도’에 실렸던 기사 일부를 발췌, 번역한 것이다. 이 글에서 관찰되는 협력 구조는 최소 두 갈래다. 하나는 중국 본토와 홍콩 간 협력, 다른 하나는 학계와 산업계 간 협력이다.

홍콩은 청나라 시절부터 거대한 중국 대륙 중에서도 ‘자본주의 서방세계의 교두보’로 기획된 지역이다. 세계가 동∙서 양 진영으로 나뉘었던 냉전 시기엔 중국 본토와 “절대 교류할 수 없는 적대국”처럼 지내왔지만 1997년 7월 중국 본토로 귀속된 이후부터 줄곧 두 지역은 각자 지닌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을 융합, 하나의 시스템으로 빚어내고 있다. 여기엔 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탄생시킨 경쟁적 혁신 노하우, 그걸 실용화해 현실을 바꿔갈 수 있는 시장(과 자금력)이 각각 포함된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같은 협력 구조를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촉진시키는 ‘숨은 동인(動因)’ 중국 정부 정책이 있다.

ICT / 기술 관련 이모티콘들

월드뱅크 그룹이 후원하는 정책 전문 웹사이트 ‘이노베이션폴리시플랫폼(Innovation Policy Platform)’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0년간 이례적 고속 성장을 기록한 이래 최근 ‘뉴노멀(New normal)’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단계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키워드는 ‘전환’이다. 즉 뉴노멀 단계에선 △고속 성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공적 부문에서 사적 부문으로 △투자에서 소비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요컨대 오늘날 중국은 서구 선진국이 산업혁명 이래 3세기에 걸쳐 이룩한 변화를 그 10분의 1인 30년간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의 산업 지원 흐름이 흔들림 없이 ICT 쪽으로 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 정부의 유연한 대응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실제로 2012년 중국 정부는 일명 ‘국가혁신주도개발’ 전략을 제안, 개발 단계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4년 후인 2016년 내놓은 개정안에선 커진 예산 규모와 대조적으로 정부의 직접 개입을 삼가는 모습을 보인다. 무조건 속도를 내려 서두르던 모습과 달리 “좀 느리더라도 신중하게 간다”는, 입장 선회를 선언한 것이다.

수천 년 이어온 과학적 잠재력, 굴레 벗고 ‘굴기’ 되다

병마용 병사와 발전된 중국의 도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굳게 닫혀있던 중국을 세상에 널리 알린 조지프 니덤[7] 의 책 ‘중국의 과학과 문명’[8] 엔 이런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19세기 말, 한 미국인이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일행에게 증기 기관선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그러자 그중 한 중국인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 그거요. 중국에선 5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별 쓸모가 없어 그냥 흐지부지됐습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예는 많다. 기록에 남아있는 최초의 로봇도 무려 기원전 11세기, 주(周)나라 무왕(武王) 때 만들어진 것이다.

적어도 산업혁명이 본격적 성과를 내기 전까지 중국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였다. 이는 대부분의 역사가가 동의하는 사실이다. 비록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근대가 시작되면서 유럽이 전 세계 과학기술을 주도하기 시작했지만 오랜 역사를 거치며 과학기술의 첨단을 달려온 중국의 잠재력은 결코 간단찮다.

컨베이너 밸트 위의 중국산 제품들 박스

기술 개발이 지역별 필요의 한도 내에서 억제돼온 사회주의 체제 시절이 있었다. 과학자 티를 내는 일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했던 문화혁명기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은 그 모든 굴레에서 자유로운 상태다. “ICT야말로 21세기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란 공감대를 기반으로 정부∙기업∙학계가 시너지 창출에 골몰하는 만큼 중국의 기술 혁신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수많은 매체가 앞다퉈 사용 중인 ‘굴기(屈起)’는 바로 그런 모습을 가리킨다. ‘산처럼 우뚝 솟다’는 뜻의 이 단어는 ‘중국 ICT 굴기’ 등으로 다양한 표현에 덧붙여지고 있다.

물론 모든 상황이 중국에 호의적인 건 아니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에 대한 규제 의도를 밝히며 중국과 대립 중인 사태가 대표적. 두 나라 간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는지에 따라 전 세계 경제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중국의 대응 전략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디지털 디바이드’[9]처럼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이 시리즈에서도 몇 차례 인용된 적이 있는 국제연합(UN) 산하 국제텔레커뮤니케이션연맹(ITU)의 연례 보고서 ‘정보화 사회 측정(Measuring the Information Society)’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정보화 순위는 147개국 중 80위로 조사 대상 중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세계적으로 놀라운 ICT 혁신 사례를 연일 갱신 중인 중국의 평가가 이 정도에 그친 사실은 그만큼 중국 내 디지털 분야에서 잘나가는 곳과 낙후된 곳 간 격차가 크단 사실을 방증한다.

1934년 그날처럼… ‘디지털 대장정’ 정신 발휘할 시점

디지털화된 도시

근대사에서 ‘대장정(大長征)’은 1934년 10월 마오쩌둥(毛泽东)과 그를 따르는 무리 8만 명이 국민당이 구축한 감시망을 뚫고 중국 장시성[10]을 탈출, 370일에 걸쳐 산시성[11]에 이르렀던 사건을 말한다.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장장 9600㎞를 거쳐 안전한 곳을 찾아간 이들의 인내심과 단결력도 놀랍지만, 탈출 도중 마주한 시골 사람들에게 따뜻한 도움을 건네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 거꾸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한 마오쩌둥의 기량은 오늘날까지도 널리 회자된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중국에 필요한 건 어쩌면 ‘디지털 대장정’인지도 모르겠다.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능히 연결되는, 공감과 나눔의 대이동 말이다.


[1]浙江省. 중국 동남부 동중국해 연안에 위치한 성
[2]嘉興. 저장성 북쪽에 있는 도시로 양쯔강 삼각주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3]유니콘 클럽(Unicorn Club)에 대해선 지난 5월 30일자 스페셜 리포트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작게 시작하고 싶다면… ‘강점’과 ‘틈새’ 최적 조합 찾아라”를 참조할 것
[4]Startup Genome.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운영되는 기업. 매년 1만 명 이상의 스타트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글로벌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리포트를 펴낸다
[5]河北省. 중국 북부에 위치한 성으로 베이징과 톈진을 포함한다
[6]“경제 성장을 통해 사회주의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정책. 1970년대 후반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이후 본격화됐다
[7]Joseph Needham(1900~1995). 영국 박물학자 겸 과학사회학자
[8]원제 ‘The shorter Science and civilization in China’. 1954년 발간됐다
[9]digital divide. 교육이나 소득수준, 거주 지역 등의 차이로 인해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이용) 권한이 달라지고 그 결과 경제∙사회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현상
[10]江西省. 중국 중남부 내륙에 위치한 성
[11]陕西省. 중국 중부 내륙에 위치한 성. 영어로 표기할 땐 ‘Shaanxi’라고 써 또 다른 산서성(山西省, Shanxi-)과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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