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작게 시작하고 싶다면… ‘강점’과 ‘틈새’ 최적 조합 찾아라
성공률 고작 0.07%? 탄력 받는 ‘스타트업 회의론’
‘아메리칸 드림’, 혹은 ‘코리안 드림’이란 말을 미디어에서 자주 만난다. 낯선 땅 어딘가에서 기회를 잘 잡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런 ‘드림(dream)’은 실재하는 지역뿐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앞서 든 스타트업 성공 사례만 해도 IT에 약간 자신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혹할 만하다.
2000년대 초, 페이스북이 등장하고 아마존이 눈에 띄면서부터 ‘스타트업 드림’이라 할 만한 현상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 사례들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적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다섯 명까지 △학교 동창생이거나 이러저러한 배경으로 서로 잘 알고 가깝게 지내는 이들이 모여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적은 자본으로 시작했으면서도 △불과 몇 년 새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모델이란 사실이 그것.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며 이런 스타트업 신화에 대한 회의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심지어 영국의 대표적 일간지 중 하나인 텔레그래프는 2015년 “스타트업 문화가 우리 젊은이들을 부패시키고 기업가 정신을 죽인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4년 카우보이벤처스는 미국 내 스타트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보다 실질적인 근거를 내놓았다. “스타트업이 세계적 규모의 소비 구조 속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정도로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전체의 0.07%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스타트업 1만 개가 창업하면 그중 고작 7개만이 성공을 거둔단 얘기다.
이 보고서에도 등장하는 에일린 리(Aileen Lee) 카우보이벤처스 캐피탈리스트는 ‘유니콘 클럽(Unicorn Club)’이란 키워드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유니콘은 이마에 뿔이 달린 흰색 말로 상상 속 동물이다. 힘∙아름다움∙지혜∙속도∙치유력 등을 겸비했지만 길들이긴 무척 어려운 걸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리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명명한 후 2013년 1월을 기점으로 미국 내에서 해당 요건을 갖춘 39개 스타트업에 유니콘 클럽이란 이름을 붙였다. 전설 속 존재인 유니콘에 빗대 설명한 것만 봐도 ‘성공한 스타트업’이 얼마나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인지 짐작할 수 있다.
스타트업과 가장 다른 점은 ‘외자 없는, 작은 출발’
스타트업 드림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 대안에 대한 온라인 담론은 크게 두 방향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대규모 기업이 스타트업의 주특기인 상세(detailed) 서비스까지 흡수하며 성장하는 형태가 하나, 지난주에 이어 스페셜 리포트가 다루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다른 하나다.
지난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대표적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소개했던 준 로이자는 스타트업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차이를 아래 표와 같이 설명한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적은 비용과 인원으로도 처음부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건 사업 규모가 아주 작은데다, 대부분의 거래가 온라인 블로그 형태로 이뤄져 초기 자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시 지난 회차에 소개했던 ‘여행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사업가’ 션 오글이 창업에 쓴 돈은 500달러가 전부였으며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옹호론자들이 꼽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장점은 이 밖에도 꽤 많다. 대략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틈새 발견은 보유 자원과 시장 현황 분석 이후에
스타트업은 함부로 뛰어들기엔 위험 부담이 상당한 게 사실이다. 카우보이벤처스의 분석에 의하면 2014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39개 스타트업(유니콘)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엇비슷한 창업자의 배경’이었다. 실제로 대상 스타트업 중 상당수의 창업자는 하버드∙스탠포드 등 미국 명문 대학교에서 IT 관련 학문이나 경영학을 전공하고 실리콘밸리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30대 중반 이후 회사를 차렸다. 뒤집어 말하면 ‘스타트업으로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적어도 그 정도의 능력과 경험,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좀 다르다. 스타트업보다 훨씬 소박하게, 다양한 형태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물론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라 해서 무조건 판만 벌인다고 성공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안정된 틀에서 인내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 그럭저럭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고도 제대로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백수’ 경력만 추가될 뿐이기 때문이다.
다음 질문은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어떻게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선 이미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발한 담론이 진행 중이다. 여러 얘기가 오가지만 핵심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으면서 지금껏 어떤 기업도 손댄 적 없는 ‘틈새’를 찾아 집중하라”는 데 있다. 준 로이자의 전략은 그런 측면에서 좋은 예일 수 있다.
“기업이나 스타트업과 상호보완하며 발전해갈 것”
스타트업 열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극히 낮은 성공률과 여전히 견고한 기존 기업 형태는 스타트업이 만능은 아니란 사실을 방증한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트업의 반작용으로 등장, 주목 받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결국 스타트업이든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든 기성 기업과 공존, 보완하며 함께 발전해갈 공산이 크다. 즉 일반 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특성에서 힌트를 얻어 소비자에게 한층 친절하고 효율적인 제품(과 서비스) 제공자로 다가갈 수 있다. 현장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와 손잡고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더 잘 파악할 수도 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도,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도 역사적으로 볼 때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17세기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봉건사회와 근대 전기만 해도 가장 흔한 사업은 가족의 도움을 받아 혼자 꾸리는 형태였다. 그러다 경제 활동 규모가 커지며 친척이나 친구 몇몇이 동업하는 형태가 나타났다. 하지만 둘 다 가업으로 이어져오거나 신분적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한 유형이란 점에서 오늘날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1930년대 대공황 직전 미국에서 일었던 스타트업 붐 역시 지금의 스타트업 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만 기존 회사가 해주지 못했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 취급 분야와 동일한’ 일을 단지 소규모로 창업했던 형태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일반 기업과 스타트업,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요즘 시장은 성숙한 생태계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람들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로를 연결 짓고 다양한 가능성 가운데 자유의지로, 틈새를 찾아 다양한 사업을 발생시키며 시장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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