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도 공유와 협력의 시대” 오픈소스를 이끄는 사람들의 이야기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해당 기술을 독점하던 시기를 지나, 소프트웨어 업계에 공유와 협력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개된 코드를 무상으로 활용하고, 기술 확산을 통해 표준의 지위를 확보하는 ‘오픈소스’는 어느덧 업계의 당연한 흐름이 됐다.
삼성리서치 오픈소스그룹은 11월 30일 <공개SW 산업발전 유공자 표창> 단체 부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에 꾸준히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최대 오픈소스 단체인 리눅스 재단에 국내 유일 보드 멤버로 참여하고 있고, 매년 삼성 오픈소스 콘퍼런스(Samsung Open Source Conference, 이하 소스콘, SOSCON)를 개최하는 등 오픈소스 분야의 발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삼성리서치에서 오픈소스를 이끌고 있는 임직원들은 현재의 흐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삼성리서치의 최승범 부사장과 오픈소스그룹의 황서영, 정윤환 연구원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직급을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했던 이들의 오픈소스 이야기를 삼성전자 뉴스룸이 정리했다.
그룹원들이 물었다, “오픈소스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Q: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을 이끄는 부사장님과 오픈소스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 같습니다. 부사장님에게 오픈소스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으로 업무를 진행하며 오픈소스가 삼성전자의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았고, 또한 오픈소스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느꼈습니다.
Q: 오픈소스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하셨는데, 부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오픈소스의 장점과 중요성은 무엇인가요?
오픈소스 활용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는데, 하나는 검증된 코드를 무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사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널리 확산시키면 표준으로서 지위를 확보하고, 기술 주도권을 얻게 됩니다. 모바일 분야에서 시작해 loT(사물인터넷),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통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오픈소스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기업에게 오픈소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죠.
Q: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언제부터 오픈소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나요?
2010년 이후로 많은 기업이 자사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확산시키며 기술 주도권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도 처음으로 자체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는데, 그것이 바로 타이젠입니다.
타이젠 이후 오픈소스 기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전문조직인 오픈소스사무국을 신설하고, 내부 개발자들을 위해 오픈소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2013년 해외에도 오픈소스 전담 조직을 두어 우수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고, 2014년부터는 국내 오픈소스를 활성화하는 콘퍼런스인 소스콘(SOSCON, Samsung Open Source Conference)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현재까지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만 130개가 넘어, 세계 어느 기업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기여도 높은 회사가 되었습니다.
Q: 2014년부터 6년째 열리고 있는 소스콘은 확실히 삼성전자만이 할 수 있는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스콘을 처음 기획하고 개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4년만 해도 국내에서 열리는 오픈소스 관련 콘퍼런스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오픈소스에 관심 있는 국내 개발자들을 위해 다양한 최신 오픈소스 기술을 소개하고,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소스콘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삼성의 오픈소스 활동에 대해 알릴 뿐만 아니라, 참석자 모두가 마치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특징이지요.
Q: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7회 삼성 소스콘은 역대급으로 뜨거운 반응이었죠. 부사장님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올해는 상황상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스콘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한 기회이기도 했죠. 올해는 지원자가 정말 많아 오히려 발표자 선정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틀이었던 행사가 하루로 줄었음에도 무려 7,200여 명이 참가한 점도 놀라웠습니다.
특히 올해 소스콘에서는 중학생들이 오픈소스 개발의 경험을 공유하는 세션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소스콘이 삼성전자의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학생들도 참여해 누구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Q: 소스콘 뿐만 아니라, 삼성리서치는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 활성화와 청년들의 오픈소스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픈소스는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개인의 역량 개발에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잘 짜인 소스 코드를 보고, 개발에 참여하며 전 세계의 전문가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삼성리서치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와 협력해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과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고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소스콘 키노트 기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삼성청년SW아카데미와 협력해 오픈소스 교육 강화와 오픈소스에 대한 참여를 독려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Q: 앞으로도 오픈소스의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고, 관심을 두는 인재도 많아질 것 같습니다. 부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적합한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오픈소스 분야는 개발을 포함해 다양한 업무 경험이 가능합니다. 이 말은 곧 새로운 영역에서 맡아야 하는 새로운 역할이 많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한 가지를 꼽자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픈소스는 기본적으로 공유와 협력이 기반이므로, 회사 내 소통뿐 아니라 다른 기업이나 외부 개발자 등과 소통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적극적인 자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갖춘다면 오픈소스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많은 인재들이 오픈소스 분야로 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사장님이 보시는 한국 소프트웨어의 미래는 어떤가요? 삼성리서치가 국내 소프트웨어를 위해 이뤄나갈 목표도 알려주세요.
우리 삶에 일부분이 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훌륭한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만큼, 긴 호흡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삼성리서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소스 개발과 협력 문화가 회사 전체로 확산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오픈소스의 확산은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개념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오픈소스를 한 문장으로 쉽게 표현해주세요.
소스콘 키노트에서 몇 년간 했던 마지막 멘트가 있습니다. “Innovation comes from Open Source Collaboration(혁신은 오픈소스 협력에서 온다)”. 열린 협력은 어느 분야에서나 필요하며, 오픈소스는 그중 가장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그룹원들이 답하다 “오픈소스 분야의 전망, 어떻게 보고 있나요?”
Q: 오픈소스그룹 일원으로서, 소속되어 있는 그룹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엇일까요?
‘기회의 장’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오픈소스에서는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인 경험까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픈소스가 공개된 협업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Q: 개발에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많았지요. 그런데도 오픈소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어떻게 설득했나요?
처음에는 개발자들에게 ‘왜 기술을 공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략에 따라 공개하는 것과, 기술 확보를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나누어집니다.
오픈소스 공개가 필요한 경우는 기술 확산을 통해 해당 기술 분야의 주도권을 잡아야 할 때입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OCF(IoTivity)를 설립해 수백 개의 회원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우리만 가지고 있다면, 다른 회사의 제품과는 IoT 연결이 되지 않고 활용도도 떨어집니다. 기술의 확산과 주도권 획득을 위해 오픈소스는 꼭 필요한 전략입니다.
Q: 오픈소스그룹은 2013년부터 세계 최대 오픈소스 단체인 리눅스 재단의 국내 유일 보드 멤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협업이 이뤄지게 됐나요?
리눅스 재단은 중립적으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비영리재단입니다. 2012년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리눅스 재단 산하 프로젝트로 공개하면서 협력을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직접 제안하거나 적극 참여해왔습니다. 오픈소스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진 뒤 보드 멤버 참여를 권유받아 합류하게 됐습니다. 보드 멤버는, 수많은 산하 프로젝트를 포함한 리눅스 재단의 전반 운영에 참여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요 멤버입니다.
Q: 오픈소스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면서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오픈소스 분야를 추천하고 싶나요?
물론입니다. 오픈소스 활동 이력은 전 세계에 공개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전문성과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이고 확실한 기준이 됩니다. 또한 오픈소스그룹은 담당 임직원을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리더로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활동은 소프트웨어 실력 향상은 물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Q: 저는 오픈소스 분야가 앞으로 전도유망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그룹의 일원으로서 그 의견에 동의하나요?
동의합니다. 이제 당연한 것으로 업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오픈소스이고,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데이터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오픈’, 즉 개방과 협력의 가치는 기업 외부와 내부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도, 직급도, 맡은 업무도 달랐지만, 최승범 부사장과 황서영·정윤환 연구원은 진솔하게 오픈소스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무엇보다 이들은 향후 오픈소스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공유와 협력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기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 부사장과 두 연구원은 “앞으로도 오픈소스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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