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입에도 안 대는데 ‘지방간’ 판정 받았다면?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이란 게 있다. 임상적으로 유의한 알코올 섭취가 없었는데도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로 단순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최근 이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이 부쩍 주목 받고 있다. 비교적 양호한 임상 경과로 심각성이 간과되곤 했던 예전과 달리 면밀히 추적, 관찰했더니 환자의 10%에서 20%가 지방간염을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 이 경우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에 걸쳐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걸로 조사됐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 주된 원인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술의 양은 국가별로, 또는 인종별로 달라질 수 있다. 대개 1주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남자는 소주 3병(210g), 여자는 소주 2명(140g)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보다 적은 알코올을 섭취하고도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면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운동량 부족을 의심해봐야 한다.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체중이 정상 범위에 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탄수화물 섭취 과다로 인한 복부비만 증세를 보인다. 이 경우, 복강 내에 쌓인 내장형 지방이 위험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복부비만과 관련된 대사 질환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간 질환인 동시에 대사 질환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약 20년 전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해 높은 유병률(16%~33%)을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지방이 축적, 간에 쌓이는 형태이며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①첫 번째 위험 요인: 비알코올 지방간염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 중 일부 지방간염 환자는 진행성 간 질환으로 이어져 간이 망가질 수 있다. 지방간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찾으려면 간 조직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지방간염이라면 조직 내 지방 세포 사이로 염증세포가 파고들어 풍선형 변성과 간 섬유화 현상을 나타낸다. 이 경우, 지속적 염증 상태가 동반되며 간 조직이 서서히 파괴된다.
비알코올 지방간염으로 발전한 환자는 간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도 높다. 비알코올 지방간염은 종종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실제로 서구에선 원인 미상의 간경변증 환자에게서 △제2형 당뇨병 △비만 △대사증후군 등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의 전형적 대사 위험인자가 종종 동반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비알코올 지방간염이 원인 미상 간경변증의 주요 선행 질환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②두 번째 위험 요인: 성인병과의 결합
비알코올 지방간은 △복부비만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평균 수치 바깥에 위치한 상태) △대사증후군과 그 뿌리가 동일하다. 비알코올 지방간이 각종 성인병의 경과를 가속화하는 위험 인자일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비알코올 지방간은 당뇨병∙심혈관계질환과 함께 존재할 때 대사질환의 예후나 경과를 나쁘게 하는 동시에, 스스로도 이들의 존재로 인해 지방간염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아진단 사실이다. 뿌리가 같으면서도 악영향을 주고받는 셈이다.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냥하고 있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지방간 여부, 복부 초음파 검사로 1차 진단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을 진단하려면 환자의 기존 병력(△바이러스 간염 △알코올 간 질환 △약물 유발 간염 △자가면역 간 질환 △윌슨병 등) 청취, 검사가 필요하다. 1차적으론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 간 내 지방 축적 정도를 확인한다.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복부 초음파 검사 같은) 영상 검사로 확인된 지방간 환자 중 지방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은 사례는 △간 기능 검사(GOT[1]∙GPT[2]∙GGT[3]
)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우 △당뇨병∙비만∙고지혈증∙고혈압 등 대사질환과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된 경우 등이다. 환자가 이런 상태라면 간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내리는 게 마땅하지만 간 조직 검사는 침습성과 부작용 때문에 임상 현장에선 좀처럼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의학계는 보다 정교한 표식자나 영상 검사 고안, 발굴에 열중하고 있다. 영상 검사 가운데 초음파검사∙CT∙MRI∙MRS 등은 간 내 지방량 평가엔 유용하지만 비알코올 지방간(혹은 지방간염) 감별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7년 2월 현재 고위험군 발견에 쓰이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법으론 △비알코올 지방간 만성 간경화 검사(NAFLD Fibrosis Score) △ 순간탄성 측정법(transient elastography) △자기공명탄성 초음파 영상(Magnetic resonance elastography) 등이 있다.
탄수화물 섭취 제한… 체중 10% 감량 권장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을 치료하려면 가장 먼저 생활 습관부터 개선해야 한다. 특히 탄수화물(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은 식이요법을 통해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탄수화물은 간 내부 중성지방 형성에 관여, 혈당을 높여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이 무서운 건 효능이 입증된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물 치료와 (고지방∙고탄수화물∙고혈당을 자제하는) 식이요법, 규칙적 운동을 적절히 병행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앞다퉈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부문의 신약이 개발된다면 세계적 블록버스터가 될 게 분명하다.
체중 감량도 지방간 증세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눈에 띄는 효과를 보려면 현 체중의 7%에서 10%가량의 감량은 필수다. 조직검사로 비알코올 지방간염 증세가 확인된 환자의 경우, 고용량 비타민 E(800 IU/일)와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4]이 치료제로 고려될 수 있다. 물론 장기간 치료 시 안정성 관련 연구는 좀 더 진전돼야 한다.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건강을 위협할 만큼 심한 비만 환자라면 수술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비알코올 지방간염 치료를 위해 수술 요법을 1차적으로 권고하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지방간 증세를 보인 어린이나 청소년은 간질환과 만성 성인질환에 보다 많이 노출된다. 미래 간 건강을 위협하는 비알코올 지방간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 예방을 위한 S헬스의 조언
앞서 살펴보셨듯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을 예방하려면 규칙적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몸에 밴,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려면 평소 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인식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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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에 있는 효소. 심근경색과 간염 증세가 있을 때 조직에서 나와 혈중 활성도가 높아진다
[2] 간세포에 존재하는 효소. 피루브산과 글루탐산 생성 반응을 촉매한다. 간·담도계 질환 진단에 사용된다
[3] 간세포 내 쓸개관(담관)에 존재하는 효소. 쓸개즙(담즙) 배설 장애 판단 시 사용된다
[4] 경구용 혈당 강하제. 식이∙운동요법과 병행,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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