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거울의 ‘환골탈태’… 미러 디스플레이 세계 최초 설치 매장 ‘이가자헤어비스’ 방문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동화 ‘백설공주’ 속 왕비가 거울에게 건넸던 바로 그 질문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거울과의 대화를 꿈꿔왔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력 덕분일까? 마침내 거울이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웰빙센터 4층)에 위치한 미용실 ‘이가자헤어비스’는 요즘 개점 준비로 분주하다. 겉보기엔 평범한 미용실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다소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미래형 거울 ‘미러 디스플레이(Mirror Display)’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미러 디스플레이가 실제 매장에 설치된 사례는 국내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거울아, 오늘 내겐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니?”

▲실제 거울 크기에 맞춰 55형 미러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모습. 고객은 이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헤어 스타일을 선택하거나 가격을 확인할 수도, TV를 시청할 수도 있다

미러 디스플레이는 일반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에 미러 기능을 탑재해 거울로 쓸 수 있는 건 물론, 그 밖의 쓰임새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만난 송준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엔터프라이즈마케팅그룹 과장은 “미러 디스플레이는 거울 본연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건 물론이고 콘텐츠 제공 등 사용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며 “머지않아 미러 디스플레이가 기존 거울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장에 들어서면 미러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스마트 좌석’으로 안내된다. 외관상 일반 거울과 유사한 미러 디스플레이의 차별성은 바로 ‘정보 전달’이다.

▲미러 디스플레이에 선명히 비친 임송아 이가자헤어비스 점장의 모습. 디스플레이 하단엔 가격정보(hair styling menu)가, 우측 중앙엔 헤어 컬러(power your color) 정보가 띄워져 있다

음식점에선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미용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직원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 일부 고객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격·스타일 정보 등이 제공되는 미러 디스플레이의 출현은 그런 이들이 특히 반색할 만하다.

지루한 대기 시간, 영화·스포츠 감상으로 뚝딱! 

▲미러 디스플레이를 통하면 성별·스타일 등 고객별 ‘맞춤 정보’뿐 아니라 가격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헤어스타일은 인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그런 만큼 사용자 입장에서 본인에게 딱 맞는 스타일을 찾기 위한 헤어 디자이너와의 소통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고객에게도, 헤어 디자이너에게도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베테랑 헤어 디자이너인 임송아 이가자헤어비스 점장 역시 “고객 응대 과정에서 생소한 미용 용어나 시술 과정을 설명할 때 종종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송아 점장이 미러 디스플레이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객에게 필요한 시각 정보를 제공해 보다 직관적인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

▲고객은 헤어 디자이너의 설명을 들은 후 미러 디스플레이에 투영된 여러 이미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

요즘 미용실에서 파마 한 번 하려면 커피를 몇 잔씩 들이켜고 미용실 내 잡지를 섭렵해야 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긴 대기 시간은 미용실을 ‘지루한 곳’으로 만든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이 고객에겐 이보다 더 곤욕스러운 일이 없다. 미러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이런 상황에서도 빛을 발한다.

미러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면 스마트 사이니지 플랫폼에 탑재된 ‘매직인포(Magic Info)’ 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한 조작만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불러올 수 있다. 영화는 물론, 스포츠·시사·어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골라 시청할 수도 있다.

▲스타일링 받는 동안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골라 시청할 수 있는 것 또한 미러 디스플레이의 장점이다.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땐 일반 거울로 전환해 쓰면 된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단 점에서 미러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얼굴을 미러 디스플레이에 인식시켜 완성된 헤어스타일을 미리 적용하거나 스타일링된 모습을 360도로 보는 식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

임송아 점장은 “앞으로의 미용실은 단순히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곳이 아니라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러 디스플레이와 이가자헤어비스가 만들어 낸 ‘미래형 미용실’을 둘러보니 그의 바람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것 같단 확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