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가상현실, ‘또 한 번의 부활’ 꿈꾸다

2015/06/24 by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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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가상현실, 또 한번의 부활을 꿈꾸다.
삼성전자는 올해 E3 행사장에서 삼성 기어 VR로 HD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존'을 운영, 눈길을 끌었다▲삼성전자는 올해 E3 행사장에서 삼성 기어 VR로 HD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존'을 운영,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11일부터 18일까지(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에서 세계 최대 전자오락 엑스포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올해 E3의 키워드는 단연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었다.

 

내로라하는 IT기업 투자 잇따라

영단어 ‘virtual reality’를 원래 뜻에 충실하게 풀이하면 ‘실재(實在)하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즉 접하는 사람이 현실로 착각할 만큼 현실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영단어 ‘virtual reality’를 원래 뜻에 충실하게 풀이하면 ‘실재(實在)하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즉 접하는 사람이 현실로 착각할 만큼 현실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 가상현실을 체험하려면 일단 컴퓨터에 연결된 헤드셋이나 기어를 착용, 현실 환경의 정보를 차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컴퓨터가 제공하는 각종 감각 정보(시각·청각·촉각)를 받아들이는 형태다. 이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져 있다면 사용자는 컴퓨터가 만들어 제공하는 세상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글로벌 전자 업계, 특히 IT 기업이 가상현실 시장에 눈독 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페이스북(Facebook)이 가상현실 전문 기업 오큘러스(Oculus)를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인수하며 한층 분명해졌다. (오큘러스는 지난 2012년 머리에 쓰는 형태의 획기적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용 시제품을 선보이며 주목 받은 기업이다.)

이어서 삼성전자와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잇따라 가상현실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VR 업계는 말 그대로 부흥기를 맞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 초 “오큘러스와 제휴해 VR 게임 ‘엑스박스(Xbox)’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소니(Sony)는 내년 중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VR 헤드셋 ‘프로젝트 모피어스(Project Morpheus)’를 선보일 계획이다. HTC와 밸브(Valve) 역시 새로운 VR 헤드셋 ‘바이브(Vive)’를 개발 중이다. 유비소프트(Ubisoft)·일렉트로닉아츠(Electronic Arts) 등 유명 컴퓨터 게임 회사도 VR 기술을 활용한 컴퓨터 게임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의 VR 열풍이 ‘IT 산업 전체를 들썩거리게 할 정도’라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 “가상현실이 대단하고 새로운 수단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겨우 ‘이걸로 어떤 것까지 해볼 수 있을까?’ 상상하기 시작했을 뿐이다(It's this huge new medium that people have only started to imagine where you could go with it).” 롭 커니비어(Rob Coneybeer) 샤스타벤처스(Shasta Ventures) 상무이사는 지난 6월 13일(현지 시각) 미국 IT 전문 매체 씨넷(CNET)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샤스타벤처스는 지난해 VR 전문 기업 서비오스(Survios)에 400만 달러를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 캐피탈 기업. 그의 이 같은 발언엔 최근의 VR 열풍을 반신반의하는 업계의 시선이 담겨 있다.

 

반세기 동안 흥망(興亡) 거듭하다

일부 IT 업계가 VR 산업의 미래를 그리 밝게 보지 않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50년도 안 되는 사이 ‘엄청나게 떴다가 급격하게 침몰하길’ 두 차례나 반복했기 때문이다.

VR 기술의 원형은 ‘VR의 아버지’로 불리는 모튼 헤일릭(Morton Heilig)이 1962년 고안한 장치 ‘센서라마(Sensorama)’다. 센서라마는 1966년 미국 공군이 가상 비행 훈련을 하는 데 응용됐고, 이후 군사용으로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 1968년엔 책상에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머리에 쓸 수 있는 헤드셋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er, HMD) 장비가 나왔지만 엄청나게 무거워 천정에서 끈을 연결한 후 고정시켜야 했다. 1970년대엔 더 많은 응용 장치가 개발돼 사용자가 보다 편안하게, 보다 다양한 경관과 상황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가상현실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속속 이뤄졌다. 뛰어난 활약을 보인 기술자도 출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VR 기술 개발 선구자 중 한 명인 제런 레이니어(Jaron Lanier)는 최초로 가상현실이란 용어를 만들고 대중화시켰다. 하지만 1980년대 초 소위 ‘아타리 쇼크(Atari shock)’를 전후해 가상현실 관련 제품의 인기는 갑자기 추락했다. 아타리 쇼크란 미국 게임 전문 기업인 아타리 제품을 필두로 미국에서 판매 중이던 컴퓨터 게임 매출이 급락한 사건. 2년간 매출 감소량은 97%에 이르렀다. 물론 그 모두가 VR 기술 적용 제품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후 VR 열기는 한동안 주춤해졌다.

1990년대 초, 컴퓨터 그래픽 기술 발달로 VR 기술의 몰입감이 증대되면서 VR 산업은 또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론적 기술이 개발됐을 뿐, 그걸 상용화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장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 즈음, 인터넷이 보급되며 사람들은 VR에 보이던 관심을 인터넷으로 돌렸다. 그 결과, VR 기술은 △의료 △자동차 디자인 △군사 훈련 등으로 그 용도가 자연스레 한정됐다.

1995년 일본 게임 회사 닌텐도가 출시한 휴대용 게임기 '버추얼 보이'▲1995년 일본 게임 회사 닌텐도가 출시한 휴대용 게임기 '버추얼 보이'

진공관 모니터 대신 액정디스플레이(LCD)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데이터 장갑으로 햅틱 기술(haptic technology, 사용자 기기에서 동작과 터치 피드백 등 촉각 효과를 만드는 기술)을 더해 몰입감을 높이는 등 가상현실 기술은 꾸준히 진화해왔다. 이용 가격대를 낮추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1995년 일본 게임 기업 닌텐도(Nintendo)가 만든 게임기 ‘버추얼 보이(Virtual Boy)’가 대표적 산물이다. 버추얼 보이는 별도 장치를 머리에 쓰지 않아도 되는 콘솔형 디자인을 갖춘 데다 대당 가격도 18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게임기는 사용자들에게 환영 받지 못했고 급기야 1년 후 생산이 중단됐다. 이 사례는 가상현실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 몰입도를 높이려던 사람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처럼 가상현실 기술은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래 반세기가량의 시간을 지나며 ‘급부상’과 ‘급하락’을 각각 두 차례나 경험했다. 그리고 2015년 현재 다시금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다양한 VR 제품의 경연장이었던 올해 E3가 그 단적인 예다.

 

교육·의료·디자인… 가능성 ‘무한대’

VR 기술의 응용 분야를 비디오 게임에만 한정 짓는 건 다소 편협하다. △먼 과거에 일어났던 일 △직접 체험하기엔 너무 위험하거나 비싼 경험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지만 미리 겪어보는 게 기술 개발이나 임무 수행, 비용 절약 등에 유용한 경우라면 어디서든 VR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VR 기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다. 비행접시를 타고 있는 것처럼 우주 공간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지구의 자전·공전을 비롯한 우주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우주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와 관심 수준은 단번에 높아질 것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영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제작자 겸 내레이터(narrator) 데이비드 아텐보로경(Sir David Attenborough)과 VR용 영상 제작사 알케미 VR(Alchemy VR)은 영국 런던 소재 국립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과 손잡고 지난 2010년 방영된 미니 다큐멘터리 시리즈 ‘최초의 생명(Firt Life)’을 15분가량의 가상현실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삼성 기어 VR’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그 덕에 아이들은 고생대 모형과 화석을 박물관에서 접하는 대신, 당시 바다 속에 직접 들어가 둘러보며 이해할 수 있게 됐다.

vr 기기

영국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찾은 관객들이 삼성 기어 VR을 착용한 채 ‘최초의 생명’ 체험 프로그램을 감상하고 있다▲영국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찾은 관객들이 삼성 기어 VR을 착용한 채 ‘최초의 생명’ 체험 프로그램을 감상하고 있다


▲‘최초의 생명’ 체험 프로그램 론칭 행사 스케치 영상

VR 응용 분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건 단연 ‘군사용’이다. 낙하산 이용이나 비행기 조정, 목표물 찾기, 모의 전투 등 실로 다양한 솔루션이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VR 훈련 프로그램은 동일한 성격의 실제 훈련보다 훨씬 더 안전하며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도 적게 든다. VR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은 군인이 실제 훈련으로 단련된 군인 못잖게 현장 적응력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군사 훈련은 VR 기술이 응용되는 대표적 분야 중 하나다▲군사 훈련은 VR 기술이 응용되는 대표적 분야 중 하나다

VR 기술 활용도가 높은 또 하나의 분야가 건축이다. 건축가는 고객에게 의뢰 받은 건축물의 설계 도면이 완성되면 거기에 맞춰 VR 건축물을 지어놓은 후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건물 외관을 볼 수 있는 건 물론, 고객이 직접 실내를 돌아다니며 인테리어를 미리 점검하거나 고객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을 수정할 수도 있다. 실물 모형보다 훨씬 정확하게 건물의 실제 이용 양상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의료 분야의 VR 기술 응용도 활발한 편이다. 수술·진단·심리치료 등 다방면에서 신참 의사들을 교육시키기 편리할 뿐 아니라 로봇 장치를 이용해 원격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다. 최초의 원격 로봇 수술은 지난 1998년 프랑스 파리 소재 한 병원에서 이뤄졌다. 바바라 로스봄(Barbara Rothbaum) 미국 에모리대 박사와 래리 호지스(Larry Hodges) 미국 조지아공과대 테크놀로지연구소 박사는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VR을 선구적으로 적용해왔다. VR 기술을 활용, 개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가상 공간에 존재하는 개를 계속 만지게 하며 공포감을 줄이도록 하는 식이다. 이 같은 치료법은 이미 상당수의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생리적 부작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하지만 VR산업엔 꾸준히 제기되는 한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어떤 부분은 시간과 노력이 더해지며 자연스레 해결되지만 어떤 부분은 영원한 미제(未濟)로 남아 있기도 하다. VR의 한계로 자주 언급되는 건 크게 세 가지다. △가격과 화면 반응 속도, 몰입도 등 기본적 기기 성능 부분 △현실 적응력 저하와 가상현실상 범죄 발생 우려 등 윤리적 부분 △기기 착용 시 생길 수 있는 어지럼증과 구토 등 생리적 부분이 그것.

이 가운데 기기 성능 부분은 기술 발달과 함께 대폭 개선됐다. 최근 VR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배경엔 스마트폰 보급과 진화가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헤드셋과 (그걸 전선으로 연결하는)컴퓨터’를 기본으로 구동되던 VR이 스마트폰 보급 이후 ‘작고 가벼운 디바이스와 (거기에 다양하게 탑재할 수 있는)애플리케이션’ 덕택에 현격한 품질 개선을 이룬 것이다. 그 결과, 헤드셋 역시 작고 가벼워졌다. 컴퓨터와의 연결선이 필요 없어지며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몰입할 수도 있게 됐다. 반면, 윤리적 문제와 생리적 부작용은 여전히 난제다. 특히 생리적 문제는, 오랜 VR 이용 경험을 지닌 미군에서 제기되고 인정한 부분이어서 업계가 무시하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E3가 보여준 것처럼 VR 산업은 또 한 차례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VR 산업의 미래를 둘러싼 반응은 전문가와 업체, 미디어가 극명하게 갈린다. “인터넷과 디지털 사진, 소셜 미디어, 모바일에 이어 이젠 VR이 전 세계 미디어를 흔들게 될 것”(씨넷)이란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VR 사업엔 절대로 발 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개발자와 기업도 적지 않다.

VR은 대중적 관심을 얻지 못했던 시기에도 우리 생활권에서 꾸준히 그 자리를 넓혀왔다. 이제껏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온 대다수 기술이 그랬듯 VR 시장 역시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적 위험을 동시에 품고 있다. 미래의 가상현실 문화는 어느 쪽으로 더 기울게 될까? 성패는 VR에 관심 있는 이들의 폭넓은 참여와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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