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 세상 꿈꾼다_삼성전자의 디지털 접근성 개선 노력 이야기
안형태(가명, 63, 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요즘 지인들에게서 “무슨 좋은 일 생겼느냐” “얼굴 훤해졌다”는 소릴 종종 듣는다. 사실 비결이 있긴 하다. 요즘 그는 매주 수요일이면 집 근처 삼성디지털프라자를 찾는다. ‘갤럭시 컨설턴트’가 진행하는 스마트폰 강좌를 듣기 위해서다. 갤럭시 컨설턴트는 삼성전자가 직접 운영하는 ‘스마트기기 도우미’를 일컫는 말. 강좌를 들으며 스마트폰 다루는 법을 하나둘 익혀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삼성디지털프라자 일부 매장에서 매주 진행되는 갤럭시 컨설턴트의 스마트폰 강의 모습
한때 잘나가는 대기업 엘리트 사원이었던 안씨는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꽤 젊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IMF 한파에 맞서 애쓰다가 결국 일을 접은 후 벌써 몇 년째 딱히 하는 일이 없다.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대기업 업무와 자영업 경영의 경험을 두루 갖춘 그이지만 매번 한계에 부딪친다. 인터넷을 통한 업무 처리에 익숙지 않은 탓이다.
“제 기량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자원봉사라도 해주고 싶은 맘이죠.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일이 구해져 막상 시작해도 컴퓨터는 물론이고 새로운 IT 기기를 다루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요즘은 모집이며 응모, 실제 업무 등 모든 게 온라인으로 처리되니까요.”
일찌감치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아내와 둘이 사는 안씨 입장에서 디지털 기기와 친해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동네 아이들과 함께 컴퓨터 학원에 앉아 있어도 봤고, 돈 주고 스마트폰 강의도 들어봤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주변 지인 중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꽤 잘 쓰는 사람에게 슬쩍 물어보면 으레 “자식에게 배웠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결혼 후 맞벌이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아이들 눈치가 보여 전 그런 도움 받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회 격차 ‘디지털 디바이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디지털 문화가 생활 곳곳에 뿌리 내리며 확산돼가는 요즘, 재빨리 적응해 잇속을 챙기는 이와 해당 문화를 미처 체득하지 못해 뒤처지는 이 사이에 생기는 격차를 이르는 용어다. 디지털 문화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일수록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다 보면 그 분야에 무지한 사람은 그만큼 많은 한계에 부딪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리더들은 진작부터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을 감지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이 지난 200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보사회에 관한 세계 정상회담(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WSIS)’이다.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Kofi Annan) 박사는 “디지털화돼가는 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분리’ 혹은 ‘디지털 불평등(digital inequality)’ 문제에 전 세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1차 WSIS 이후 지금껏 그 후속 작업이 이어져 오고 있다.
▲제1차 WSIS에 참석한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사진 왼쪽)과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 팀 버너스 리의 모습 (출처: WSIS 공식 홈페이지/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제네바 WSIS에선 향후 전 세계가 성숙한 정보사회로 나아가는 데 지켜져야 할 원칙 67개 조항이 선언됐다. 이 가운데 10개 조항 이상이 디지털 디바이드 관련 내용이었다. 대부분은 ‘(IT 기술과 인프라가 낙후됐거나 해당 부문 교육에서 소외된) 개발도상국민과 농촌 지역 거주민, 도시 빈민, 많이 교육 받지 못한 사람들과 여성에 대한 정책적·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디지털 약자(the digitally weak)’란 말도 등장했다.
▲노인층은 최근 급속하게 부각되고 있는 대표적 ‘디지털 약자’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로 디지털 약자의 발생이 WSIS에서 언급된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요인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경제적 여력이 넉넉해도, IT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만한 여건에 있어도 자칫 간과될 수 있는 요인들로 인해 디지털 약자가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사각지대에 놓인 디지털 약자, 초고령층과 장애인
WSIS 선언에선 미처 주목 받지 못했지만 최근 특히 부각되고 있는 대표적 디지털 약자는 고령층이다. 특히 한국은 60세 이상 고령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2011년 현재 60세 이상 한국 인구는 총 인구의 11.3%인데 2030년부터는 15%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다면 건강하고 성숙한 디지털 사회로의 진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혹은 항구적) 신체 장애로 일반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IT 기기를 조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디지털 문화에서 소외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011년 세계무역기구(WTO)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5%가 장애인이거나 고령으로 인해 장애를 얻은 사람이다. 이들을 겨냥한 장애인 접근성 관련 제품 시장 규모는 59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지금껏 장애인 접근성 관련 제품은 보청기·보조기·휠체어 등 일부 기기에 집중된 게 현실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는 삼성전자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시각장애인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
시각장애인 배려 돋보이는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
삼성전자는 특히 WSIS조차 놓친 또 다른 디지털 약자, 즉 고령층과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한 노력 부문에서 돋보인다. 대표적인 게 시각장애인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액세서리다. 항구적 시각장애인은 대부분 ‘전혀 안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시력이 아주 나빠 겨우 보는’ 사람이다. 스마트폰만 해도 디자인 측면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이들이다. 요즘은 시력 교정 수술의 발달로 일시적 시력 장애를 겪는 이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몇 가지 앱과 장치만 있으면 불편은 쉬이 해소된다. 비유하자면 ‘시력 낮은 사람이 안경 끼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시각장애인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는 “철저하게 시각장애인의 입장이 돼 함께 느끼며 만든 제품”이다. 개발 초기부터 출시까지의 전 과정에 장애인이 직접 참여했고 7개국 200여 명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쳐 700여 개 요소의 사용성을 개선했다. 실제로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엔 여느 제품에 없는 독특한 기능이 여럿 있다. △문서 판독을 돕는 ‘옵티칼 스캔’ △빛이 오는 곳을 알려주는 ‘라이트 센싱’ △시각장애인이 자주 사용하는 생활용품의 명칭을 음성으로 등록한 후 라벨을 붙여두면 NFC 기능을 활용, 이를 읽어주는 ‘보이스 라벨’ △초음파 센서를 이용, 전방 2m 이내 물체를 진동과 음성으로 알려주는 ‘초음파 커버’ 등이 대표적이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접근성 개선에 한몫하고 있는 전용 액세서리 ‘S펜’
갤럭시 S 시리즈 역시 시각·청각·지체·인지장애자를 위한 접근성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최신 모델인 갤럭시 S5의 경우, 28개 접근성 기능이 탑재돼 있다(2014년 11월 현재). 갤럭시 노트에도 노트3부터는 진동 알림 기능을 비롯, S펜을 활용한 청각장애인 접근성 개선 기능이 추가됐다. 노트4엔 여기에 ‘토크백(Talkback, 사용자가 선택한 특정 항목을 읽어주는 기능)’ 등 (항구적·일시적) 시각장애인 접근성 개선 기능이 여럿 보완됐다. 주요 접근성 기능은 올해부터 출시되는 스마트 TV에도 통합, 적용된 상태다.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까지 ‘원스톱 서비스’
삼성전자는 단순히 제품을 통한 접근성 개선 노력 외에 ‘더불어 삶’의 취지 아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도 실시해 오고 있다. 김병호 삼성전자 수원자원봉사센터 과장<아래 사진>은 그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다. 지난 1997년부터 시각 장애로 불편을 겪는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려는 회사 측 노력에 적극 동참해 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화 기술 학습 지원뿐 아니라 최근엔 삼성전자 임직원 자원봉사 모임 ‘메아리’ 회원들의 협조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기 녹음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갤럭시 컨설턴트, 스마트기기 사용 서툰 고객 사이서 인기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가 비단 장애인뿐인 건 아니다. 일반인 중에도 고령이나 기타 이유로 IT에 익숙지 않은 이가 제법 많고, 이들이 겪는 불편 역시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도 다수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갤럭시 컨설턴트 프로그램이다.
갤럭시 컨설턴트는 삼성전자가 ‘삼성 스마트폰 전문가’로 양성하는 인력이다. 이들의 역할은 매장 특성상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삼성디지털프라자에 배치돼 고객에게 스마트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도 무료로 점검해준다.
▲갤럭시 컨설턴트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스마트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갤럭시 컨설턴트가 배치된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선 매주 스마트폰 앱 활용 강의가 한두 차례 열린다. 수강비가 무료인 데다 내용도 알차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짜증부터 내 선뜻 묻기 어려웠던 이용법을 알게 돼 기분 좋다”며 간식을 건네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자녀가 해외에 거주하는 고객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무료 국제전화나 영상통화 이용법을 익힌 후 무척 기뻐하기도 한다.
판사로 근무하다 은퇴한 60대 후반의 한 고객은 “예전 기기에 중요한 정보가 많았는데 방법을 몰라 옮기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 컨설턴트 덕에 문제를 해결했다”며 고마워했다. 실제로 그는 해당 삼성디지털프라자의 단골 고객이 됐다. ‘고객 우선 서비스’가 ‘브랜드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갤럭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은 고객 중 상당수는 ‘충성도 높은 삼성전자 고객’이 된다
제품 개발로, 서비스 제공으로 ‘의미 있는 혁신’ 구현
체력이 약하거나 팔 쓰는 게 부자연스러워 점점 대형화돼가는 가전제품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을 배려한 ‘이지 오픈 핸들(Easy Open Handle)’ 개발, 경기 용인·화성 일대 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임직원 봉사단 ‘스마트 엔젤’, 시각 장애 상담원 제도 운영,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별 전시 ‘소리로 그려보는 세상 인사이트(Insight)’…. 보다 많은 사용자를 품고 소통하려는 삼성전자 안팎의 노력은 지금 이 시각에도 다양하고 심도 있게 이어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편리하고 손쉽게 IT 제품을 사용해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삼성전자가 제품 개발과 서비스의 목표로 삼고 있는 슬로건 ‘의미 있는 혁신(Meaningful Innovation)’은 삼성전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디지털 불평등이 날로 심해지는 세상,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겠다는 삼성전자의 각오가 디지털 사회에 작지만 유의미한 파장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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