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도전과 혁신은 최고의 가치!” 파격적 스타트업 지원 시작한 삼성전자
#잭 도지, 그리고 에반 윌리엄스
트위터(Twitter)는 140글자의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게 해주는 온라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다.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고 세계적으로 25개 이상의 지사를 뒀다. 지난 2006년 7월 첫선을 보인 트위터는 론칭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012년엔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하루 3억4000만 개 이상의 메시지를 올리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엔 ‘방문자가 가장 많은 10대 웹사이트’ 중 하나가 됐다. 2015년 8월 현재 등록된 사용자는 5억여 명. 그 중 적어도 3억 명이 ‘활발한 이용자’다.
트위터를 실제로 만든 주역 잭 도지(Jack Dorsey)는 1990년대 초부터 컴퓨터를 매개로 한 사람 간 소통에 대해 그야말로 ‘뭔가에 씐 듯’ 관심을 갖고 파헤쳐왔다. 창업 등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는 매 순간 실시간으로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스템에 착안했다. 하지만 이를 사업화할 자금도 없고 생계 유지 방법조차 막연해 일단 꿈을 접은 채 2005년 ‘오데오(Odeo)’란 팟캐스팅(podcasting) 회사에 취직한다.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 오데오 CEO는 신규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도지의 관심사를 알게 됐고 그에게 2주의 시간과 (개발 작업을 보조해줄) 조수를 지원했다. 이 실험은 제법 성공적이어서 2006년 7월, ‘트위트르(Twittr)’란 명칭의 집단 발송 SMS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출시되기에 이른다. 서비스 규모가 점차 커지자, 윌리엄스는 이듬해 관련 조직을 트위터란 이름의 회사로 독립시켰다. 도지는 이 스타트업의 CEO 자리에 올랐다. 오늘날 트위터의 성공 뒤엔 도지의 사업적 안목과 통찰력에 주목,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오데오의 존재가 있었던 셈이다.
#‘토트’가 ‘핀터레스트’로 변신하기까지
“당신에게 감동을 주는 건 뭐든 수집,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pinboard)입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직접 고른 아이템들을 만나보세요.” 트위터가 2007년 최고의 스타트업(startup, 신생 기업) 비즈니스였다면 2012년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은 단연 핀터레스트(Pinterest)다. 핀터레스트의 창업 연도는 지난 2009년. 하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한 건 20011년 말부터였다. 2012년 1월엔 링크드인(LinkedIn)이나 유튜브(Youtube), 구글(Google)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5년 4월 현재 핀터레스트 사용자 수는 7280만 명이다.
핀터레스트는 전직 회사원 폴 시애러(Paul Sciarra)와 기술자 벤 실버만(Ben Silberman)이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고 누추한 집 한 채를 빌리는 데서 시작됐다. 사업가적 소질과 인맥을 두루 갖춘 시애러는 뉴욕 소재 벤처 캐피탈 회사를 막 그만뒀다. 조용하면서도 신중한 예술가 타입의 실버만은 구글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당시 실버만은 회전이 빠른 사업용 플랫폼 개발에 꽂혀 있었는데, 시애러는 그 구상의 사업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자금 조달 업무를 맡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처음 개발한 온라인 쇼핑 앱 ‘토트(Tote)’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실버만은 이 앱을 계속해서 쓰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실버만의 눈에 그들은 상품 사진을 자신의 저장 공간에 담아두기 위해, 즉 일종의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듯했다. 실버만은 시애러를 설득해 2009년 여름부터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앱 개발 작업에 몰두했다. 그해 말쯤 완성된 앱의 명칭이 바로 핀터레스트였다. 2011년 말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핀터레스트는 연간 40% 이상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성공적 스타트업으로서 업계에 파란을 몰고 왔다. 트위터는 오데오란 기업에 흡수돼 성장했고, 핀터레스트는 처음부터 독립된 기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둘 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끈질기게 추구하는 기술자가 있었고 거기에 자금 등 필요한 지원이 적절히 뒷받침됐다. 트위터도, 그리고 핀터레스트도 자신들이 만든 앱의 성격을 초기부터 규정하지 않았다. 사용자의 쓰임새에 따라 얼마든지 더 정교하게 다듬어질 수 있도록 느슨한 구조를 유지했다.
#몇 년간 공들이다, 단번에 성공하다
최근 몇 년 새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매스컴과 온라인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다. 원래 ‘막 동작을 시작하려는 행동, 혹은 그 순간’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은 오늘날 ‘막 시작하는 사업’을 의미하는 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 큰 조직이나 자산 없이도 좋은 아이디어와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탄탄한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은 사업으로 인생을 설계하려는 전 세계 무수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제1의 관심 순위’가 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각지에서 무수한 스타트업 지망생이 별똥별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넘치는 열정,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출발하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이를 사업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으려면 한 가지를 더 증명해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다.
작게 출발해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해서 모두 스타트업인 건 아니다. 번화가 목 좋은 곳에 매점을 차려 신문이나 음료수를 판다면 작게 시작해도 확실히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이 같은 형태는 스타트업 정신과 거리가 멀다. 스타트업 지원 컨설팅 회사인 ‘그로우 어드바이저(Grow Advisors)’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아래 그림과 같이 요약, 설명한다.
결국 진정한 스타트업이란 ‘아직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고도 성장 가능성이 높고 규모 조정이 용이한 신생 업체’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더 큰 시장으로 발돋움하려는 ‘스타트업 루키(rookie)’들과 그 중 가능성 높은 업체를 찾아 지원하려는 기업들로 일종의 ‘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삼성,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다
지난 17일, 삼성전자는 “사내 C랩(Creative Lab) 우수 팀 중 3개를 선정, 스타트업으로 독립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창설,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구현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난 3년간 C랩에서 진행된 과제는 모두 100여 개. 40여 개 과제는 개발 작업이 완료됐으며 그 중 27개가 관련 사업부로 이관돼 개발과 상품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C랩의 성과는 외부 전시회에서 호평 받는 등 실제 비즈니스 연계 가능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돼 왔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흐름에 주목, 독립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3개 과제를 선정해 임직원이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철저히 독립 경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C랩은 자칫 경직될 수 있는 기업 문화 속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독려함으로써 숨어 있는 창의적 인재들이 수면 위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이를 원동력 삼아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임직원의 70% 이상이 20∙30대인 인적 구성에서 회사와 임직원의 상호 능력치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윈윈(win-win)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상무)은 “‘미래 사회의 최대 경쟁력은 기업가정신을 지닌 인재와 혁신적 아이디어’란 게 삼성전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젊은 임직원들의 활약으로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가능성을 엿봤으면서도 기존 조직 체계와 업무 절차 상에선 창의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C랩 제도가 점차 발전해나가는 걸 보며 ‘유연한 업무 방식과 근무 환경이 창의적 생각 발현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와 확신을 가지게 됐죠.”
#스타트업 전성시대, C랩에서 창업 지원까지
이번 스타트업 독립 프로젝트에 선정된 팀은 △인체를 통해 소리가 전달돼 통화할 수 있게 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팁톡(Tip Talk)’ △신발 바닥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잘못된 자세를 진단해주는 스마트 슈즈 솔루션 ‘아이오핏(IoFit)’ △걷기에 목표 달성과 경쟁 요소를 도입해 ‘더 즐거운 워킹’으로 만드는 ‘워크온(WalkON)’ 등 모두 3개다.
▲윤태현씨, 최현철 대표, 전병용씨(왼쪽부터) 등 ‘팁톡 창립 멤버 3인방’은 “삼성전자 임직원으로 일할 땐 내 가족만 생각했는데 스타트업으로 독립하고 나니 동료의 가족도 내 가족처럼 느껴져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졌다”며 “그런 만큼 ‘꼭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든다”고 결의를 다졌다
세 팀 모두 모두 삼성 C랩 과제에서 출발, 스타트업으로 새 출발하게 된 경우다. C랩을 통해 안정적 배아 과정을 거치고 어느 정도 사업성이 확인된 시점에 시장 진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최현철 팁톡 대표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만 갖고 무작정 창업이란 전쟁터에 뛰어드는데 팁톡은 C랩을 통해 사내 임직원들의 유의미한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를 보완, 개선한 후 독립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해권 워크온 대표는 “C랩이 있어 우리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워크온’으로 독립한 정해권 대표(왼쪽)와 이상재씨는 “스타트업은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종합예술”이라며 “사내에서 인정 받았던 토대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스타트업 창업 지원에 대한 삼성전자의 기본 방침은 창업 대상의 독립 경영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원 대상의 필요와 요청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영∙기술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사업의 조기 안정과 성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1차 지원 대상 3개 팀은 출발 단계에서부터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셈이다.
조형진 아이오핏 대표는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나만의 사업’의 꿈을 실현하려면 온몸으로 부딪혀야 할 장애물이 너무나 많은 게 사실”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회는 현실의 장애물을 상당수 제거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전자 덕분에 안정적 출발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 점에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이오핏’을 이끌게 된 김성국∙김태현씨, 조형진 대표, 이세희씨(왼쪽부터)는 “남들이 실패했다 말할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해 결국 성공한 ‘에어비엔비(AirBnB)’가 우리의 롤모델”이라며 “앞으로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회사로 아이오핏을 키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스타트업이 배태돼 성장하도록 키워준 스타트업 생태계의 규모와 완성도는 그 스타트업의 규모와 성공도에 뚜렷한 영향을 준다. 투자자들은 보통 새로운 스타트업 업체 중 강한 지원을 제공해온 공동 창업 회사가 있는 쪽에 끌리게 된다.”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스타트업 컴퍼니(Startup Companies)’ 항목엔 이 같은 문장이 기술돼 있다.
기업의 생존 비결로 ‘부단한 혁신’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가볍게 뛸 수 있는 스타트업은 이제 글로벌 산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추세에 부응, 최근 우리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대기업과 손잡고 전국 각지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재일 센터장은 “머지않아 창업이 국가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글로벌 시장의 경쟁 구도에 발 맞춰 협력업체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 창조경제 시대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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