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마이스터 꿈 이루겠습니다!” 기능직 꿈나무 경연장, 제49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이야기

2014/10/29 by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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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좋은 손에 모자를 들고 있으면 세상 어디서나 잘살 수 있다.” 기능이 뛰어난 사람이 겸손하게만 처신하면 어디서나 성공한다는 뜻의 독일 속담이다.

지난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49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수원·부천·안산·안양·의정부 등 경기도 일대 5개 경기장과 부천 시내 곳곳에 준비된 열린 경기장들에서 총 624개 직종 1884명의 기능직 꿈나무들이 그동안 연마해 온 기량을 겨뤘다.

전국기능경기대회의 모습입니다.

전국기능경기대회의 최대 특징은 단순 기능 경연에 그치지 않고 참가 학교와 관련 기업 간 소통의 장(場)이 마련된다는 것. 본 행사 직후엔 수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시상식과 수상작 전시도 열린다. 명실공히 ‘기능계의 올림픽’인 셈이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나눔과 다짐’이었다.

 

참가 자체가 ‘스펙’… 준비 기간 평균 2년

지난 11일, 경기 수원고등학교에서 개최된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직종 경연장을 찾았다. ‘기계공업’이란 뜻의 ‘메카닉스(mechanics)’와 ‘전자공업’이란 뜻의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가 합쳐진 이 직종의 명칭 자체가 ‘인공두뇌의 기계 적용’이란 첨단 산업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건물의 1개 층 전체를 차지하는 강당에선 경기 시작 전부터 엄격한 출입 통제가 이뤄졌다. 오후 1시 30분, 38개 팀 소속 선수 76명이 입장하면서 묵직했던 공기는 이내 뜨거워졌다. 메카트로닉스 직종 경연은 2인 1조를 기본 단위로 한 사람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다른 한 사람은 그 결과에 따른 기계 조립을 각각 담당한다.

경연장에서 과제를 수행 중인 참가자들의 모습입니다.

선수들은 말 한 마디 없이 주어진 과제를 빠르게 해결해나갔다. 주변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올해는 경기 방법이 바뀌어 하루 15시간에 이르는 일정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전국기능경기대회의 권위는 확실하다. 참가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스펙’이 될 정도다. 고교생의 경우, 최대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대회 출전은 3학년 진학 이후로 미루고 1학년 때부터 파트너를 정해 연습에 매진한다. 2학년 때까진 대회를 견학하며 실전 대비 훈련을 거듭한다. 전국대회에 출전하려면 우선 지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소정의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 전국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팀은 국제기능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다.

 

‘실력’만큼 중요한 평가 기준, ‘인성’

기능인으로 성공하려면 ‘솜씨 좋은 손’ 못잖게 ‘공손히 모자를 쥔 겸손한 자세’도 필요하다. 경기장 곳곳에서 ‘매의 눈’으로 참가자를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은 경연 실력뿐 아니라 경연 도중 드러나는 인성에도 큰 점수 비중을 부여한다. 파트너와의 협동 정도나 채점관을 대하는 태도 등이 대표적 예다.

메카트로닉스는 첨단 산업의 제조라인 공정 등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인기 직종 중 하나다. 이 종목 경연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참가자는 대부분 취업이 결정됐을 정도. 하지만 이날 참관한 참가 학생들은 ‘내 직종에서 마이스터(명장)가 되고야 말겠다’는 포부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들의 뒤엔 한결같은 정성과 열정으로 학생들을 교육, 관리해 온 학교와 교사가 있다.

 

인솔 교사는 ‘매니저’ 겸 ‘프로모터’

“교사도, 학생도 똑같이 긴장하죠. 이번 경연에서 교사의 역할은 일종의 매니저입니다. 학생이 시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상담하며 일정도 관리해주니까요.” 메카트로닉스 경연장에서 만난 김동호 광주자동화설비공업고등학교(교장 홍방희) 교사는 2개 팀 인솔자 자격으로 올해 행사장을 찾았다. 김 교사는 “출전 학생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식단 관리도 대회 일정 중 우리 임무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일부 교사는 ‘프로모터’ 역할도 자처한다. 실제로 경기장 밖에선 ‘물밑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했다. 우수 인재의 출전 여부를 탐색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기업체 인사들과 면담, 제자의 취업을 돕는 게 주된 역할이다. 학생들이 보다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건 기본. 어떤 학교는 학생 한 명당 두 명의 교사를 배정하기도 했다. 인재 발굴에 골몰하긴 기업 인사 담당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도교사들을 수시로 만나 학교별 운영 방침을 점검하는 한편, 우수한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 8년째 대회 후원… 별도 시상도

올해 대회에서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은 한복 직종에 출전한 경북대학교 대학원 출신 김지현(44·경북)씨에게, 국무총리상은 제과제빵 직종에 도전한 동광산업과학고등학교 유재희(19·강원)양에게 각각 돌아갔다. 이 밖에 총 48개 직종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금메달 수상자에겐 1200만 원, 은메달 수상자에겐 800만 원, 동메달 수상자에겐 400만 원씩의 상금이 지급됐다. 이들은 대회 규정에 따라 내년 8월 6일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열리는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평가전 참가 자격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기능인의 저변 확대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로 8년째 전국기능경기대회를 후원해 오고 있다. 올해도 대회 마지막 날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술 연마에 정진, 빼어난 솜씨를 보여준 우수 기능인 5인을 선발해 ‘삼성후원상’을 전달했다. 삼성전자 관련 7개 직종을 중심으로 상위 입상자에게 입사 지원 특전을 부여, 성실하게 훈련해 온 인재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삼성 후원상 시상 모습입니다. 삼성 후원상 수상자들의 모습입니다.

 

인터뷰│전국기능경기대회 출신 삼성전자 임직원 2인

전국기능경기대회를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길을 먼저 간 선배들은 하나같이 “목표가 분명하다면 도전 못할 것도 없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전 경력을 발판 삼아 삼성전자에서 훌륭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2인을 만났다.

 

“현장서 역량 발휘하고 꿈 펼치는, 나는야 행복한 기능인”

김우룡 사원이 벽화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김우룡 사원(삼성전자 선행기술개발그룹, 2012년 입사)

어렸을 때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아 빨리 취직해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열 살 터울의 남동생을 책임지고 뒷바라지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컸고요. 그래서 중학교 졸업 후 철도기술 관련 특성화고교인 경북 상주공업고등학교에 진학, 기능반에서 기술 연마에 집중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친구도 많았죠. 하지만 ‘훗날 내 분야에서 마이스터가 되려면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연습한 결과, 전국기능경기대회 지역예선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전국대회 순위가 11위에 머물러 낙심했지만 다행히 졸업 후 삼성전자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결과, 당당하게 합격했고요. 지금껏 그때처럼 기뻤던 적은 없습니다. 당시 제가 나온 중·고교엔 합격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여기저기서 축하도 참 많이 받았죠.

지금 전 삼성전자 선행기술개발그룹에서 생산 자동화 장비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익힌 기능을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 역량을 발휘하고 꿈도 펼칠 수 있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개발에 참여한 장비를 해외 법인에 적용하기 위해 출장길에 나설 때면 부모님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시는지 모릅니다. 친구들 사이에선 종종 부러움의 대상이 되죠.

입사 3년차인 올해는 제게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선배와 부서장의 격려 속에 사내 기능 경연 행사인 ‘2014 삼성기능경기대회’에 출전, 은메달(전기제어 직종)을 땄거든요. 학창 시절 못다 이룬 입상의 꿈도 이뤘고 소속 부서에서도 큰 칭찬을 받았답니다. 제 모교 기능반에선 제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됐다는군요, 하하.

전 참 행복한 기능인입니다. 앞으로도 산업 현장에서 ‘최고의 자동화 장인’이 되기 위해 꿈을 펼치려고 합니다. 지금은 모바일 쪽 장비 개발에만 관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TV나 생활가전 관련 장비도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저와 비슷한 꿈을 꾸는 기능인 후배들에게 희망의 존재가 될 수 있겠죠?

 

“대학 대신 택한 삼성전자… 지역전문가에도 도전할 것”

우승화 사원의 사진입니다.

우승화 사원(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 2012년 입사)

고교(경기 수원정보과학고) 입학 당시만 해도 제 목표는 당연히 ‘(좋은) 대학 진학’이었습니다. 수석 입학이었던 데다 학과 성적도 좋아 당시 지도 교사였던 선생님께서 “서울대를 목표로 학습 계획을 잘 세워보라”는 조언을 건네실 정도였죠. 그랬던 제가 기능반 훈련에 뛰어든 건 단 하나,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란 새 목표 때문이었습니다.

기능 훈련은 힘들지만 정말 재밌었고 적성에도 잘 맞았습니다. 3년간 열심히 노력해 지방대회 금메달, 전국대회 은메달을 각각 땄지만 아쉽게도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엔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후 전 기능인으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대학 진학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후 모 대학 수시 입학 전형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삼성전자가 기능 인력 육성과 기능인 우대 풍토 조성을 위해 기능대회 출신자에게 입사 지원 기회를 주고 있었는데, 제게까지 차례가 온 겁니다. 얼마 후, 전 지원했던 대학 1차 합격 통보와 삼성전자 채용 합격 통보를 동시에 받았고 주저 없이 후자를 택했습니다.

야무졌던 포부와 달리 입사 초기만 해도 전 ‘내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란 사실을 매일 실감해야 했습니다. 매사 부족한 제 자신이 한없이 보잘것없이 느껴졌죠. 하지만 ‘모르는 건 배우면 된다’고 마음을 다져 먹고 최선을 다했더니 일이 점점 더 재밌어졌습니다.

어느덧 전 입사 3년차 직장인이 됐습니다. 내년엔 이전부터 가졌던 대학 진학의 꿈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에요. 대학 공부를 통해 제 역량의 폭과 깊이를 더할 생각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지역전문가 프로그램의 문도 두드려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문화 속으로 용감하게 뛰어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장해나가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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