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시사주간지 기자 K, “갤럭시 노트 5로 1주일 살아보니”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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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시사주간지 기자 k, "갤럭시 노트 5로 1주일 살아보니"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투모로우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아름답다. 전자기기에 썩 어울리지 않는 형용사란 것, 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끝끝내 찾지 못했다. 갤럭시 노트 5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떠나 보내야 하는 지금까지 1주일 내내 든 생각은 오직 하나, “아름답다”였다.

시각적으론 우아했고 촉각적으론 끌렸다. 절제된 디자인은 서정적이었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은 흡사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나 느낄 법한 심미적 만족감마저 안겼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촉각이었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grip感)’은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수시로 만지작거리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할 만큼. “이 녀석, 탐나는데?”

갤럭시 노트 5입니다.

 

#‘아날로그 메모광’ 글쟁이 바꾼 갤럭시 노트

내 휴대전화는 갤럭시 노트 2다. 2013년 4월부터 사용 중이니 2년 6개월째다. 갤럭시 노트사용자가 되며 디지털 기기에 대한 내 인식은 대대적으로 수정됐다. “디지털은 의심할 나위 없이 아날로그의 반대말”에서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대척점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이다.

갤럭시 노트를 만난 후 이전까지 ‘유일무이한 메모장’이었던 몰스킨(Moleskine) 노트를 멀리하게 됐다. 작정했던 건 물론 아니다. 서서히 사용 빈도가 줄더니 급기야 아예 꺼내지 않는 상태까지 왔다. 처음엔 의심했다. ‘전자기기에 내장된 노트와 펜이 아날로그 감성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러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쟁이는 ‘도구’에 민감하다. 그들에게 종이와 펜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다. 생각의 ‘창(窓)’을 여는 열쇠다. 손에 착 감기는 펜, 그 펜이 가 닿는 종이, 그리고 글쟁이. 이 셋은 ‘한 몸’이 돼 무수한 언어가 둥둥 떠다니는 생각의 바닷속을 유영하며 적절한 어휘와 문장을 골라낸다. 세 요소 간 팀워크가 글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글쟁이에게 종이와 펜은 상황에 따라 조력자도, 방해자도 될 수 있다. 노벨문학상(1999)을 수상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Gunter Wilhelm Grass)는 3B 연필로만 작품을 집필했다.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아 활기찬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그림 그릴 때 2B 연필을 고집했던 걸로 유명하다.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 선을 긋고 있다.

나 역시 노트와 펜에 관한 한 꽤 까칠한 편이다. 그런 내게도 균질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을 지닌 몰스킨 노트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펜은 파버카스텔(Faber-Castell)사의 2B 연필이 최고의 파트너였다. 여기에 일본 H사의 0.7㎜ 유성펜, 국내 M사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출시한 플러스 S펜이 종종 ‘지원 사격 군단’으로 차출됐다.

이렇게 짜인 ‘극강 필기 군단’은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했다. 작은 가방에 넣어 다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재빨리 낚아채 호출했고, 그 결과는 차곡차곡 노트에 쌓여갔다. 꼭 필요한 순간에 노트와 펜이 없으면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이 됐다. ‘아무 종이’와 ‘아무 펜’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럴 때면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며 생각의 갈피가 산산이 흩어지기 일쑤였다. 그랬던 내가 달라진 것이다.

 

#업무상 특히 유용했던 ‘캡처 후 쓰기’ 기능

갤럭시 노트는 휴대성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용했다. S펜만 빼 들면 저절로 펼쳐지는 노트는 ‘빛의 속도’로 스치는 생각을 낚아채기 편리했다. 가방 속을 뒤적거리며 노트와 펜을 찾느라 소요되는 시간도 아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날로그 감성’을 담고 있었다. 그날의 마음 상태와 메모 용도에 따라 펜의 색과 굵기를 달리할 수 있어 글자 자체에 메모 당시의 역사와 얘길 풍경처럼 품을 수도 있었다.

갤럭시 노트 5에 탑재된 S펜입니다.

사실 노트 2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노트 5 출시 소식을 들었지만 ‘도긴개긴이겠지’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노트 5와 함께한 일상은 ‘신세계’였다. 탐나는 기능이 넘쳤고 한층 정교해졌다. 사용자 입장을 섬세하게 배려한 기기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스마트폰 선택의 첫 번째 요건’인 S펜의 성능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특히 에어커맨드(Air Command)!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 중일 때도 S펜을 꺼낸 후 화면 위 ‘S펜’ 아이콘만 누르면 부채 모양의 필기구 도우미들이 좌르르 펼쳐지는 에어커맨드는 말하자면 ‘손 안의 비서’다. △액션메모 △스마트 셀렉트 △캡처 후 쓰기 △S노트 등 여러 도우미 중 기자인 내게 가장 유용했던 기능은 ‘캡처 후 쓰기’였다. 스마트폰에 떠오른 화면 이미지를 캡처한 후 그 위에 직접 필기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사진 이미지 위에 부연 설명을 메모할 때 ‘딱’이다.

에어 커맨드 기능이 실행되고 있는 갤럭시 노트 5입니다.

얼마 전, 모 소재와 관련해 ‘60여 년 전 발굴 스토리’를 취재하게 됐다. 당시 만난 한 취재원은 내 앞에서 꼬깃꼬깃해진 흑백사진을 수십 장 꺼내더니 사진 속 인물과 장소를 일일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감했다. 설명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기도, 한 장씩뿐인 사진을 달라고 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사진 속 풍경을 대충 노트에 그려 넣은 후 그 아래 취재원의 사진 설명을 하나씩 메모했다. 작업은 번거로웠고 속도는 더뎠다. 인터뷰 맥락도 뚝뚝 끊겼다.

한번은 10명을 단체로 인터뷰한 후 사진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사진기자가 촬영에 몰두하는 사이, 설명을 쓰기 위해 갤럭시 노트 2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 다음, 필기구를 꺼내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취재원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 넣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기사를 작성하면서 보니 한 명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결국 해당 취재원에게 연락해 다시 확인해야 했다.

두 경우, 만약 내게 갤럭시 노트 5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취재 환경은 확 달라졌을 것이다. 각각의 사진을 촬영해 ‘캡처 후 쓰기’ 기능을 활용, 취재원의 설명을 사진 위에 쓱쓱 메모하면 끝났을 테니. 사진 속 열 명의 얼굴 아래 각각의 이름을 직접 써 넣었다면 한 명도 빠짐 없이 그 자리에서 설명을 완성했을 테니. 뒤늦게 아쉬움이 몰려왔다.

 

#연필 닮은 필기감에 또렷한 녹음 음질까지

‘캡처 후 쓰기’가 유용한 기능이라면 ‘꺼진 화면 메모’는 반전 기능이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은 빛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갤럭시 노트 5는 이 편견을 보기 좋게 부순다. 깜깜한 화면 위에서도 메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디지털의 도움 없이도, 무(無)의 화면 자체가 글자를 머금으며 사용자의 생각을 묵묵히 받아 적는다. 마치 자기가 아날로그 노트이기라도 한 양. 빨라진 속도도 인상적이다. S펜을 뽑자마자 메모할 수 있다. 1초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마치 주인을 위해 바짝 긴장하며 대기 중인, 충직한 수행비서 같다.

갤럭시 노트 5 스크린에 s펜을 사용해 필기 하고 있다.

필감(筆感) 얘길 빼놓으면 섭섭하다. 갤럭시 노트 5의 S펜으로 글씨를 쓰면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연필로 필기할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기존 S펜은 노트와 펜 사이 공간감이 꽤 있었고 필기 후 인식까지 시간 차도 존재했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 5에선 이 같은 격차가 확실히 줄었다.

또 하나, 갤럭시 노트 5와 함께한 1주일간 소형녹음기(보이스레코더)가 필요 없었다. 기자에게 녹음기는 필수다. 지난 14년간 난 녹음기를 세 번 바꿨다. 처음엔 휴대전화만 한 소니 제품이었고 그 다음엔 256M 용량의 아이리버였다. 그리고 5년 전 다시 소니의 초소형 보이스레코더로 돌아왔다. 잡음 없이 음성만 깔끔하게 녹음되는 점이 단연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간간이 갤럭시 노트 2 녹음기도 썼지만 어디까지나 ‘백업용’이었다. 아무래도 잡음이 있었고 불필요한 부분을 건너 뛰며 듣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갤럭시 노트 5의 녹음 기능은 확실히 달랐다. 일단 취재원의 숨소리까지 녹음될 정도로 음질이 선명하다. 게다가 ‘무음 구간 생략’ 기능이 있어 취재원이 잠시 숨을 고를 땐 알아서 건너뛴다. 자연히 ‘녹취록 작성 시간’이 단축된다. 굳이 소니 보이스레코더를 쓸 이유가 사라졌다. 이후 며칠간 주객(主客)이 바뀌었다. 갤럭시 노트 5 녹음기가 ‘주(主)’로, 소니 제품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객(客)’으로.

 

#‘똑똑한 카메라’로 지인들에게 주목 받다

카메라 얘길 안 할 수 없다. 갤럭시 노트 사진이 선명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나 역시 갤럭시 노트 2를 쓰면서 일명 ‘똑딱이(디지털 카메라)’를 멀리하게 됐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매체 지면에도 갤럭시 노트 2로 내가 찍은 사진이 꽤 실려 있다, 그것도 ‘메인 컷’으로! 당시 우리 부서 디자인팀장은 내가 찍어온 사진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갤럭시 노트는 사진이 잘 나와, 메인감으로(메인 컷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해.”

실제로 대부분의 시사주간지에서 (1개 면 전체를 사진으로 채우지만 않는다면) 갤럭시 노트 2로 찍은 사진은 너끈히 통한다. 물론 한계가 있긴 했다. 조명 조절이 잘 안 된다는 것! 밤에, 혹은 어두운 실내에서 촬영한 사진은 전부 시커멓게 나왔다.

갤럭시 노트 5 후면에 위치한 카메라입니다.

한데 갤럭시 노트 5 카메라는 달랐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했다. 얼마 전 지인의 생일 파티에 갔다 갤럭시 노트 5 덕분에 본의 아니게 선행(?)을 베풀었다. 희미한 촛불 몇 개 켜두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려는 순간, 다른 이들의 휴대전화 카메라는 ‘촛불’만 희미하게 비출 뿐 정작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을 담진 못했다. 총 몇 명인지조차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갤럭시 노트 5 카메라는 그 자리에 있던 10여 명의 얼굴을 선명히 담아냈다. 사람들은 내 갤럭시 노트 5에 몰려 들어 감탄사를 연발했다. 당시 촬영한 사진은 지금 그 모임의 단체 SNS 공간에 업로드돼 있다.

 

#갤럭시 노트 5 사게 될 것 같다, 조만간!

약속된 1주일이 지났다. 다시 한 번 갤럭시 노트 5를 가만히 쥐어본다. 분명 무생물인데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흡사 충직한 수행 비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떠나 보내자니 어쩐지 애잔하기까지 하다. 디지털의 ‘정점’에 위치한 기기가 품고 있는 뜻밖의 아날로그 감성, 그리고 다재다능함에 마음을 뺏겨버린 걸까? 조만간 갤럭시 노트 5를 사게 될 것 같다.

※이 글은 현직 시사주간지 기자인 필자가 1주일간 갤럭시 노트 5 기기를 실제로 사용해본 후 삼성투모로우에 보내온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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