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초읽기 들어간 ‘사물인터넷발(發) 스마트 라이프’_벤 에드워즈 스마트싱즈 공동창립자 인터뷰
“안녕히 주무셨어요?”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잠을 깨운다. ‘필리스’(가명)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속 모닝콜이다. 뒤척이는 그의 침대 위로 애견 ‘치치’가 뛰어올랐다. “오늘 날씨는 아주 좋고요, 낮 최고 기온은 섭씨 26도입니다.” 앱의 목소리가 나긋이 울려온다. 필리스가 일어나 침대를 벗어나자, 주방에 있던 에스프레소 머신에 전원이 켜지며 커피가 준비되기 시작한다. 그의 발길을 따라 복도와 거실의 불이 차례로 켜진다.
주방 탁자 위엔 바나나 한 개, 보온 기능을 갖춘 텀블러, 자전거용 헬멧과 사무실 열쇠가 놓여 있다. 완성된 커피를 텀블러에 부은 그는 소지품을 하나씩 백팩에 담곤 헬멧을 착용한 채 현관을 나선다. 앱 속 여성이 다시 목소리를 낸다. “잘 다녀오세요.” 필리스의 뒤로 현관문이 자동으로 잠기고, 그와 동시에 거실과 현관의 불이 꺼진다.
사무실로 향하는 길, 또 다시 스마트홈 알람음이 울린다. “침실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스마트폰 모니터로 앱을 실행해보니 치치가 침대 근처에 놓인 허브 화문을 건드려 떨어뜨렸다. 좀 놀라긴 했지만 별일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카페에서 협력업체 사람들과 미팅이 길어져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때 다시 울리는 스마트홈 알람. “현관문 앞에 사람들이 와 있습니다.” 모니터 앱을 실행하니 저녁 때 집에 모여 연습하기로 한 밴드 동호회 멤버들이 벌써 도착했다. 필리스는 ‘현관 문 열기’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준다.
미팅이 끝나고 드디어 퇴근. 신나게 자전거 체인을 밟아 집으로 도착한 필리스는 현관문을 열기 전 손목에 차고 있던 웨어러블 기기에 대고 말한다. “몽환적인 빛!” 일찌감치 집 안에 들어와 연습 중이던 친구들은 갑자기 짙은 보랏빛으로 바뀌는 조명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로 그때, 싱긋 웃으며 친구들 앞에 나타난 필리스가 말한다. “‘불금’ 하얗게 태울 준비, 됐지?”
이상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 효율적으로, 또 기분 좋게 구현된 미래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상상만으로 쓴 건 아니다. ‘삼성 스마트싱스(Samsung SmartThings)’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등장하는 비디오 에피소드 중 하나의 줄거리를 재구성한 것이다. 시나리오에 등장한 기술은 모두 스마트싱스가 구현해낼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단독주택이든 아파트든, 그것도 아니면 온실 같은 특수 건물이든 관계없다. 스마트싱스 홈페이지를 통해 허브∙센서 등 관련 제품을 구입,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막연한 꿈 같았던 사물인터넷이 어느새 현실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의 선두주자, 스마트싱스
지난달 26일부터 닷새간 서울 코엑스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사물인터넷협회 등이 주관하는 ‘2015 사물인터넷 진흥주간(IoT Week Korea 2015)’ 행사가 개최됐다. 초청자 명단엔 벤 에드워즈(Ben Edwards) 스마트싱스 상무도 포함돼 있었다. 주요 세션 중 하나였던 ‘2015 사물인터넷 국제 컨퍼런스’ 발표자 자격으로 이번 행사에 참석한 그를 삼성투모로우가 만났다.
에드워즈 상무는 스마트싱스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개발자커뮤니티와 제품 담당 상무로 재직 중이다. 스마트싱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 알렉스 호킨슨(Alex Hawkinson) 최고경영자(CEO)가 에드워즈 상무를 포함한 6명의 동료와 함께 지난 2011년 설립한 회사다. 스마트싱스의 설립 배경엔 호킨슨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있다. 실제로 호킨슨은 별장 전원의 갑작스런 고장으로 배관이 얼어붙었다 녹는 바람에 엄청난 손실을 겪었다. 이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집을 잘 관리하고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을 절감한 걸로 알려져 있다.
회사를 세운 후 호킨슨은 동료들과 함께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에 나섰고 이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 받아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다음은 그와의 1문1답.
삼성투모로우(이하 ‘투모로우’): 스마트홈의 명확한 정의가 궁금합니다. 말하자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홈 오토메이션(난방과 환기, 온도 조절 등 공간 내부가 자동으로 최적화 상태를 찾아 유지되는 주택) 시스템 같은 걸까요?
벤 에드워즈(이하 ‘에드워즈’): 홈 오토메이션이라기보다 ‘라이프 오토메이션’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최적화의 범위가 비단 ‘주거 상태’에 머무르진 않으니까요. 빅데이터와 스마트 컨트롤 기능 덕분에 사용자의 삶 자체를 주거 공간이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조절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재에서 일하던 사용자가 거실로 걸어 들어가면 ‘아, 주인이 쉬고 싶어 하는구나’ 이해하는 것, 쉬려고 소파에 몸을 묻으면 즐겨 듣는 음악이 저절로 재생되면서 조명이 자동으로 은은한 밝기로 조정되는 것 등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누군가의 삶을 담는 ‘공간’이 사용자와 교감하며 자동으로 사용자의 필요를 맞춰주는 형태예요.
투모로우: 스마트싱스 홈페이지 속 영상을 보니 어떤 사람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커피 메이커가 작동하더군요. 설명을 들으니 그 장면의 의미가 이해됩니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그런 장면이 가능할 수 있나요?
에드워즈: 침대 매트리스 밑에 센서가 있어 누워 있던 사람이 일어나 침대를 떠났다는 사실을 감지합니다. 센서에서 스마트홈 허브(hub, 컴퓨터 단말기를 근거리 통신망에 접속시키는 네트워크 장치)로 신호를 보내면 무선 허브는 자동 전원 장치가 내장된 커피 메이커에 다시 신호를 보내 작동되도록 하는 거죠. 이 모든 일이 자연스레 진행되려면 해당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데이터를 잘 조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결과에 맞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조직적으로 구동시켜야 하니까요.”
투모로우: 말씀하신 원리를 적용하면 정말 여러 가지 일이 가능해지겠네요. 노인이 계단을 오르다 넘어지거나 수도 배관이 새서 물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손을 쓸 수 있다는 얘기죠?
에드워즈: 맞습니다. 실제로 저희 고객 중 몇몇은 벌써 그런 에피소드를 홈페이지에 올려줍니다. 한 고객은 스마트홈 앱으로 ‘싱크대 아래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배관공을 불렀다고 합니다. 배관공이 도착해서 보니 큰 파이프 하나의 연결 부분이 터지기 직전이었다고 해요. 하마터면 온 집안이 물바다가 될 뻔했는데 우리 시스템 덕분에 적절하게 손을 쓸 수 있었던 거죠. 스마트싱스가 다루는 사물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려면 개발자 간 협력은 필수죠.
투모로우: 실제로 스마트싱스는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킥스타터(Kickstarter,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모금 플랫폼)에서 전설적 사례로 꼽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에드워즈: 몇몇이 모여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한 아이디어를 킥스타터에 올린 게 지난 2012년 8월이었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5000명의 후원자가 200만 달러를 모아주더군요. 그래서 그 라운드를 닫고 1년쯤 지나 다시 킥스타터에 올렸더니 삼성전자에서 연락이 왔어요. 엄청나게 빠른 진전이었죠. 물론 기반 기술이 갖춰졌다고 해서 사물인터넷 시대가 저절로 온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우리 기술에 열광하는 사람들만 보면 누구나 사물인터넷 시대를 갈망하는 것 같죠. 그런데 여전히 한편에선 사물인터넷 기술에 회의적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죠. “커넥티드 홈이 왜 필요해? 지금도 충분히 편리한데.” 전 이 간극이 좁혀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 얘길 꺼내면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왜 전화를 갖고 다녀야 해? 필요하면 전화기 있는 곳에 가서 걸면 되지!"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방에서 거실로만 나와도 스마트폰을 찾잖아요. 몇 년 지나지 않아 사물인터넷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물인터넷 기술, 스마트폰처럼 곧 일상 될 것”
투모로우: 시간이 필요할 뿐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커넥티드 홈 시대의 도래는 필연적일 거란 말씀이시군요.
에드워즈: 그렇죠. 현대 사회는 커다란 정보의 흐름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trend)를 형성하고 있죠. 그저 주택이나 사무실 속 장치가 연결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론 사회 인프라 자체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보다 스마트한’ 운영이 가능해질 겁니다. 물론 좀 더 개인적인 차원도 공존하겠죠. 이를테면 즐겨 찾는 레스토랑에서 태블릿 형태의 메뉴판을 집어들면 알아서 사용자가 즐겨 먹는 메뉴와 건강 상태에 맞는 추천 메뉴를 보여주는 식도 가능할 겁니다. 하나의 도시 전체가 연결돼(connected) 있다면 차량이 많거나 공사 중인 도로로 진입하는 일도 없어질 겁니다. 물류 작업도 한층 원활해질 테고요.
투모로우: 공상과학소설 같은 얘기네요. 하지만 머지않아 그렇게 될 수 있겠죠?
에드워즈: 물론입니다. 다만 이런 생활이 빨리 실현되려면 ‘개방성(openness)’이 전제돼야 합니다. 여러 종류의 기기와 플랫폼이 개방돼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어야 하죠. 한때 소비자가 비디오 재생 장비를 구입하며 베타(Veta) 방식과 VHS 방식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있었죠. 그런 상황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방식의 장비를 사 와도 집의 환경에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개방성은 개발자 간 협력의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빨리, 그리고 바람직하게 성숙해가려면 ‘집단지성’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합쳐져 좀 더 나은 그림이 완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개방성과 연결성, 집단지성이 제 몫 해주길 기대”
2015 사물인터넷 주간이 초점을 맞춘 기술을 들여다보면 사물인터넷의 가능성은 좀 더 명확해진다<아래 도표 참조>. 일단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가정과 가전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제조·물류·건설·환경 등 가히 전 분야를 아우른다.
새로운 세상은 우리에게 무수한 과제를 안긴다. 동시에 그 과제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물인터넷 세상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일, 그렇게 구현된 세상에서 예산되는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잠재적)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 모두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다. 사물인터넷 기술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느 틈엔가 자연스레 일상으로 녹아들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